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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회 칼럼] 상탁하부정

기사승인 2017.09.29  16: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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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로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된 가운데 어느 정도 정착되어 성과가 나타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올해 열린 ' 2017 설맞이 명절선물전'에서 시민들이 5만원 이하인 선물을 모아놓은 영란선물 특별관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여성경제신문 자료사진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듯 윗사람이 깨끗해야 아랫사람도. 잘 살고 썩은 나라보다는 못 살아도 깨끗한 나라를 함께 만들어야합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세칭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28일로 한 돌을 맞았습니다.

애당초 법이 제정될 때만 해도 눈에 보이게, 보이지 않게 일부 계층의 반대 속에 압력과 저항이 없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그런대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인 듯싶습니다.

때맞춰 민족의 명절 추석을 맞으면서 전 같으면 거리를 메우던 택배차량이 조금이나마 줄어 든 것만 봐도 “달라지기는 달라졌구나”하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할 수 있으니 법이 무섭긴 무서운 것 같습니다.

사실 지난 1년 동안 시행착오도 없지 않았습니다. 누가 “식사라도 하자”고 하면 “이거 얻어먹어도 되나”하고 한번 쯤 망설인 적은 누구나 있었을 것입니다. 그동안 ‘국민콜110’을 통해 이뤄진 전화 상담건수가 4만7000건,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유권해석 질의가 1만6000건인 사실만 보더라도 처음 경험해 보는 생소한 시책이라서 혼선이 있었던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1년 만에 ‘김영란법’은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학부모들은 담임선생 면담 시 ‘봉투’나 선물걱정을 안 해도 되니 홀가분해 져 정신적 부담이 사라졌고 병원에서는 입원, 진료, 수술에 대한 청탁이 많이 줄었다는 것만으로도 변화를 가져온 건 분명합니다.

특히 지난 1년간 눈에 띄는 점은 공직자 스스로 금품 사건을 신고한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민원인이 업무담당 공무원에게 3만3000원짜리 한과를 택배로 보냈다가 과태료 10만원 처분을 받은 일도 있고 사찰 사무장이 문화재 담당공무원에게 10만원을 주었다가 20만원의 과태료를 낸 적도 있습니다.

당초 이 법이 현실화 된 데는 우리 사회 전반의 비리와 부패가 고질화 되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정치권은 물론 공직사회가 온통 부패로 물들어 체질화되고 그것이 사회 전반으로 번진지는 오래 되었습니다.

1948년 정부수립이후 자유당, 공화당, 민정당, 민자당 등등, 여러 정권을 거치면서 일상화 된 부조리는 일종의 관행으로까지 자리매김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기에 대통령 선거 때면 후보들은 예외 없이 부정부패 척결을 단골 공약(公約)으로 내 걸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한낮 빌공(空)자 공약이 되어 그때마다 공염불로 끝나고 만 것이 상식이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 부정부패는 전방위적으로 번져있습니다. 위로는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원, 군 장성, 고위 공직자, 판사, 검사, 교수, 의사, 경찰, 시·도지사, 도의원, 시장, 군수, 시·군의원 등등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힘깨나 쓰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어김없이 부패에 젖어 있으니 누가 대통령이 된들 그것을 척결할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물론 그것은 극소수요, 우리 사회에는 정직하고 깨끗하게 사는 이들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둔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매년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에서 2016년 우리나라는 176개국 중 52위를 차지했습니다. 이 순위는 한해 전 37위에서 무려 15단계나 급락한 수치인데 한국 바로 앞은 아프리카의 르완다, 바로 뒤는 역시 아프리카의 나미비아입니다.

부패하지 않고 깨끗한 나라로는 유럽 국가들이 상위권을 휩쓸고 있고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7위, 홍콩 15위, 일본 20위, 부탄 27위, 대만 31위 등으로 우리보다 많이 앞서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해 ‘최순실게이트’로 대통령과 재벌기업 총수들까지 줄줄이 부패에 연루되어 있어 부패국가 이미지가 더욱 강해져 올 2017년 순위는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 나라가 깨끗한가, 아닌가는 시냇물에서 교훈을 얻으면 됩니다. 윗물이 깨끗하면 아랫물은 당연히 깨끗합니다. 문제는 상탁하부정(上濁下不靜)입니다. 윗물이 더러운데 아랫물이 깨끗할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소위 사회 지도층이라는 이들이 부패했기에 밥 한 끼 먹는 것조차 법으로 상한선을 정한 것 아니겠습니까. 고육지책(苦肉之策)이지만 창피한 일입니다.

조선조 500년이 당쟁으로 해가 뜨고 졌어도 수백 년 사직을 유지한 것은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선비정신’이라는 깨끗한 ‘시대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 사회는 어떻습니까. 모두가 돈, 돈에 눈이 멀었습니다. 장관들의 인사 청문회가 그토록 시끄러운 건 개개인의 모든 약점이 돈에서 비롯된데 기인합니다. 위장전입도, 부동산 투기도 바로 돈에 취해 있는 데서 비롯된 오늘 우리 사회의 숨길 수 없는 현실입니다.

한데,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기 마련입니다. 사회를 개혁해 좋은 나라를 만들자고 하는 일에 피해를 입는 이들이 있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러나 일이란 하다보면 좋은 일이라도 누군가는 손해를 보는 이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기에 반발하는 집단이 있는 것이고 그 역시 탓할 수만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법 규정의 일부를 고쳐서라도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습니다.

과문이지만 부패추방을 한답시고 밥값을 정한 나라는 대한민국 말고 또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전 세계 언론의 ‘해외토픽란’을 장식할 부끄러운 일이니 선진국이 되는 일이 어렵긴 어렵습니다.

아무튼 우리 사회는 ‘김영란법’을 통해서 새로운 사회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어느 대통령도 하지 못한 일을 구상하고 추진한 김영란 전 대법관의 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 전 대법관은 참으로 장한 일을 했습니다. 이 법이 제대로 자리를 잡고 뿌리를 내려 우리사회가 깨끗한 나라로 한 단계 성숙해 진다면 그의 이름 석 자는 청사에 길이 남을 것입니다. 

김영회(언론인) yhk939@hanmail.net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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