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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으로 먹을지 데쳐 먹을지까지도 코칭···'맛있는 항암요리' 만드는 푸드플래너

기사승인 2017.11.13  09: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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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희 '라플레' 대표 "암환자 돕는 든든친구 역할...제대로 알고 먹어야 '약' 된다"

항암요리연구가인 박진희 '라플레' 대표가 "맛있는 항암요리로  환자들의 믿음직한 친구가 되고 싶다"고 밝히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저의 꿈요. 암 환자들의 믿음직한 친구죠. 암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그들을 돕는 든든한 도우미가 되고 싶어요.”

항암요리연구가인 박진희(42) '라플레' 대표는  암 환자들 사이에서 ‘똑소리 카운슬러’로 통한다. 그는 ‘항암식=맛없다’라는 공식을 과감히 깨고, 맛있고 영양 가득한 식단을 선물하고 있다. 개인 맞춤 설계를 통해 치료의 시너지를 높이는 것은 물론, 음식에 대한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앞장서고 있기도 하다.

그는 어떻게 음식을 통해 암 환자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을까. 9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라플레’에서 암 환자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있는 박 대표를 만났다.

◆ 국내에도 암 환자 위한 복합 공간 필요...명확한 기준 세워주는 식단 플래너 자처

항암요리연구가인 박진희 '라플레' 대표가 "음식도 재료에 따라 제대로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박 대표는 서울여자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유전학 공학과 이학석사를 마쳤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생명대학원 이학박사 과정을 밟으며 '비타민과 암' '항암제 부작용' '항암제 내성'에 대해 연구했다. 이후 7년 동안 연구원이라는 외길을 묵묵히 걸어왔다.

우연히 시작한 봉사활동이 그의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 암 환자를 위해 식이상담을 진행했던 경험이 항암요리라는 새로운 장르에 발을 내딛는 계기가 됐다. 당시 봉사를 하며 느꼈던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종합해 그들에게 어떠한 도움을 주어야 좋을지 구체적인 윤곽을 그리기 시작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암 환자와 마주할 기회가 많았는데 대부분 음식에 대한 걱정을 주로 했었요. 병원에서는 어떤 변수가 일어날지 모르니 음식에 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주지 않거든요. 그냥 조심하라고만 얘기해요. 명확한 기준이 없으니 환자는 불안할 수밖에 없고요. 그래서 생각했어요. 제가 나서서 이분들의 고민을 좀 덜어드려야 겠구나 하고요.”

그렇게 목표를 향해 공부했다. 마침 연구하고 있던 분야와 관심사도 딱 맞아 떨어졌다. 음식 재료의 특성만 잘 살려 섭취하면 항암제 처방과 함께 치료의 상승효과를 가져다준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꼈다. 세계 3대 요리 전문학교인 C.I.A 수료를 비롯해 미국 암센터(CTCA)에 들어가 인턴십 수료를 거치면서 항암 요리를 배웠다. 이 시기 건강한 식단과 함께 '심미적 치유'를 동반하면 치료를 잘 버텨낼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라는 생각도 갖게 됐다. 

“서구 같은 경우엔 암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복합적인 서비스도 함께 지원해요. 모든 치료의 궁극적인 목표는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들을 위한 교육과 프로그램이 굉장히 부족한 실정이에요. 그래서 국내에도 암 환자를 위해 식단 설계도 하면서 다양한 서비스를 복합적으로 지원하는 공간을 필요하겠구나 싶었죠.”

◆ 암 환자 위한 복합 문화 공간 ‘라플레'...맞춤형 서비스로 만족도 높여

항암요리연구가인 박진희 씨가 "암 환자들이 편히 머룰수 있는 힐링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라플레'를 오픈했다"고 밝히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박 대표는 환자들이 마음 편히 머물 수 있는 힐링의 공간 ‘라플레’를 만들었다. 라플레는 ‘되살리다’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로, 암 환자의 건강을 ‘발병 전으로 되돌리고 싶다’는 염원을 담아 이름 붙인 ‘리커버리 브랜드’다. 지난 1월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각기 다른 서비스를 통해 환자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힘을 모은다. 건강기능식품, 림프부종 및 피부관리, 맞춤가발, 맞춤인조유방, 식단설계 등 환자 개인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가 주를 이룬다.

그중에서도 특히 라플레의 핵심은 항암 식단이다.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영양 섭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암 환자를 위해 박 대표가 직접 소매를 걷어붙였다. 1:1 상담을 통해 환자의 암 종과 기수, 현재 치료중인 내용과 영양상태 등을 꼼꼼하게 파악한 뒤, 치료가 원만히 진행될 수 있도록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한다.

“식단 설계의 특별한 전략이 있다면 환자의 상태를 정말 꼼꼼히 살피는 것이에요. 환자가 현재 항암 중인지, 항암이 끝났는지 혹은 항암제를 뭘 맞았는지, 당뇨는 있는지 등을 물어 봐요. 만약 치료가 끝났다고 하면 치료 전후의 몸무게 변화 등과 같은 아주 작은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고 체크하고요. 환자에게 맞는 맞춤설계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드시 중간점검을 통해 잘 실천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필수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가 설계하는 식단은 이런 식이다. ‘다 먹어도 되는데 이런 건 빼고 드세요’라든지 ‘이런 건 더 드셔야 합니다’라든지 환자의 상태와 환경 등에 맞춰 설정한다. 예컨대 항암치료에 시너지를 주는 원료가 어떤 음식에 어떻게 들어있는지 구체적인 예시를 드는 방식이다. ‘사과 껍질을 드세요’ ‘망고를 드세요’ 등 환자가 먹어야 될 성분과 양, 횟수 등을 명확히 제시해 혼동이 없도록 한다.

“환자분에 따라 아침, 점심, 저녁에 해당하는 국과 반찬 등의 식단을 아예 짜서 달라는 분들도 계시는데 원하는 분에게만 그렇게 해드리고 권하지는 않아요. 제가 만들어 드린다고 해서 그대로 지켜서 먹기가 굉장히 힘들기 때문이죠. 그래서 환자의 다양한 데이터를 가지고 회복에 좋은 식재료를 고려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일종의 식단 기준을 세워주는 일을 메인으로 하고 있습니다.”

◆ 항암식 제대로 알고 먹어야 '약' 된다...재료·상황에 따라 다르게 먹는 것이 포인트

박진희 '라플레' 대표가 서초구 자신이 매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박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항암 식단은 항암을 진행하고 있는 환자와 이미 끝난 환자와는 명확히 구분된다. 또 암의 종류나 기수, 치료방법에 따라 식단이 달라진다.

“머리카락 빠지고 살 빠지는 이른바 ‘공격적인 치료’를 하고 계시는 환자는 무조건 잘 먹어야 해요. 그러려면 맛있게 먹는 것이 중요하고요. 저는 그런 분께는 일반 사람과 똑같이 먹으라고 추천합니다. 고기를 먹으라고 권하기도 하고요. 물론, 탄음식이거나 고지방과 같은 극단적으로 나쁜 음식은 제외하고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건강식은 항암치료가 끝난 분에게 권하고 있습니다. 이때부터는 정말 본격적으로 관리에 들어가야 하는 기간이거든요. 곡물, 야채 등과 같은 음식을 주로 먹되 돼지고기, 소고기와 같은 붉은색의 고기류는 줄이는 쪽으로 추천하고 있습니다.”

또 박 대표는 음식 섭취를 할 때 상황에 따라 다르게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료에 따라 ‘제대로 먹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식단 관리도 중요하지만 스트레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과 숙면을 하는 것이 암을 예방하는 열쇠가 된다고 덧붙인다.

“건강한 식재료를 자주 섭취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어떻게 섭취하고 있는지가 정말 중요해요. 예를 들어 브로콜리의 경우 잘 씻어서 생으로 먹는 것이 가장 좋아요. 푹 데쳐서 드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러면 섬유질만 드시는 것입니다(웃음). 브로콜리의 가장 좋은 성분 중 하나가 바로 ‘썰포라판’ 이거든요. 이게 열에 매우 약해요. 소화가 잘 안되시는 분들은 2분 내외로 데쳐서 드시길 권하고 아닌 분들은 그냥 생으로 먹어야 건강에 좋은 브로콜리를 드실 수 있습니다.”

이어 박 대표는 일반인들의 잘못된 식습관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암을 미연에 예방하거나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건강식을 잘 챙겨 먹어야 한다”면서 “환경적인 요인이나 유전적인 요소를 제외하고 음식이 암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다”고 얘기했다.

"한국 사람들은 음식을 빨리 먹거나, 맵고 짜고 단 자극적인 음식을 너무 자주 섭취하는 것이 문제에요. 사실 지금까지는 짜게 먹지 말라는 것만 강조해 왔잖아요. 그런데 단 음식도 건강에 정말 안좋아요. 단 음식은 암을 유발하거든요. 짠 음식은 심혈관의 문제고요. 그러니 요즘 유행하는 ‘단짠’은 정말 안 좋은 거죠.”

박 대표는 이러한 작은 노하우들을 모아 책을 쓰는데 전념하고 있다. 또 암 환자를 위한 식품 사업 준비에도 한창이다. 실제 그는 항암 식단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직접 개발한 요리를 유튜브를 통해 무료로 제공하고 있을 만큼 항암식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넘치기도 하다. 영상은 유튜브에 접속한 뒤 ‘온 더 테이블’이라고 검색하면 시청 가능하다.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간단하면서도 건강하고 맛있는 요리가 한가득이다.

그는 앞으로 포부에 대해서도 밝혔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책을 정말 많이 원하셔서 현재 제가 개발한 요리를 바탕으로 요리책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식사를 잘 못하시는 분을 위해 물만 부어도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숙면수프’와 항암치료에 도움이 되는 성분을 넣은 ‘에너지바’ ‘두유’ 등을 3년 이내에 준비해 차례대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많은 암 환자분께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네요.”

임유정 기자 wiselim88@naver.com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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