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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날' 노래하자 칼바람이 열기로···석상근 '원더풀 수요일' 선사했다

기사승인 2017.11.30  20: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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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친 6명과 토크 콘서트 개최...칸초네·한국가곡 등 부르며 추억담까지 들려줘 '훈훈'

바리톤 석상근이 29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심산아트홀에서 열린 '바리톤 석상근 토크콘서트'에서 루돌프 팔보의 ‘그녀에게 내 말 전해주오’를 노래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바리톤 석상근이 29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심산아트홀에서 열린 '바리톤 석상근 토크콘서트'에서 루돌프 팔보의 ‘그녀에게 내 말 전해주오'를 노래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바리톤 석상근이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라고 노래하자 모두 숨을 멈췄다. 가사 하나하나 선율 하나하나까지도 놓치지 않으려고 귀를 쫑긋 세웠다. 밖은 칼바람이 몰아쳤지만 콘서트장 안은 감동열기로 후끈 달아 올랐다. 피날레 곡 '푸르른 날(서정주 시·송창식 곡)'이 클라이맥스를 찍자 여기저기서 "브라보!" 함성과 함께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멋진 콧수염 사나이 석상근이 '원더풀 수요일'을 선사했다. 절친 6명과 함께 29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심산아트홀에서 꾸민 '바리톤 석상근 토크 콘서트'는 웰메이드 영화 한편과 똑같았다.

이탈리아 칸초네, 한국 가곡, 첼로 연주곡을 적절하게 넣은데다 오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정상급 연주자들이 기꺼이 힘을 보태 유쾌한 음악회를 만들었다. 또 두 MC의 매끄러운 해설과 토크까지 더해져 풍성한 무대가 됐다. 

오프닝은 루돌프 팔보의 ‘그녀에게 내 말 전해주오(Dicitencello vuje)’로 열었다. 부드러운 저음이 어느새 격정적 고음으로 변하며 가슴을 파고 들었다. 석상근의 목소리를 타고 흐르는 러브송은 추웠던 마음을 금세 부드럽게 녹여줬다. 콧대 높은 아가씨도 무장해제 시키는 노래의 마법이 펼쳐졌다.

어린 시절 즐겨 불렀던 '매기의 추억(버터필드 곡)'에 이어 사랑하는 연인과의 슬픈 이별을 담은 '기차는 8시에 떠나네(테오도라키스 곡)'도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바리톤 석상근(왼쪽)이 29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심산아트홀에서 열린 '바리톤 석상근 토크콘서트'에서 사회와 진행을 맡은 로얄아츠앤뮤직코리아(RAMK)의 박소연 문화큐레이터(가운데)와 장재영 대표가 지켜보는 가운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석상근은 '기차는 8시에 떠나네'를 고른 이유를 공개해 한바탕 웃음폭탄을 터뜨렸다. 그는 "시골 출신이라 고향집에서 기차를 타고 도시로 레슨을 받으러 다녔다"라며 "한번은 기차를 놓쳐 몇시간 동안 다음 열차를 기다린 기억이 있다"고 추억담을 털어 놨다. 한때 불꽃을 태웠던 여자친구와 틀림없이 기차역에서 이별했을 것이라는 엄청난 러브 스토리를 기대했던 관객은 '어이없는 선곡 이유'에 하하하 껄껄껄 화답했다.

바리톤 석상근이 29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심산아트홀에서 열린 '바리톤 석상근 토크콘서트'에서 '매기의 추억'을 노래하고 있다. 반주는 피아니스트 조시온이 맡았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바리톤 석상근이 29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심산아트홀에서 열린 '바리톤 석상근 토크콘서트'에서 '시간에 기대어'를 노래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석상근의 에너지는 한국 가곡에서 다시 대방출됐다. '동막골 이야기(오두영 시·정애련 곡)' '그리운 친구여(정치근 시·이안삼 곡)' '시간에 기대어(최진 시·곡) 3곡을 잇따라 불렀다. 그는 오페라에 강점을 가진 성악가지만 우리의 정서가 담긴 가곡도 자주 연주한다. 노래 중간 부분에 "곶감 줄까"라는 할머니 목소리까지 완벽하게 연기한 '동막골 이야기'는 이 계절에 아주 잘 어울리는 곡이었다. 콘서트장을 찾은 정애련 작곡가와 최진 작곡가도 자신들이 쓴 노래를 흐뭇하게 감상했다.

바리톤 석상근(왼쪽)이 29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심산아트홀에서 열린 '바리톤 석상근 토크콘서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석상근 옆은 사회와 진행을 맡은 로얄아츠앤뮤직코리아(RAMK)의 박소연 문화 큐레이터와 장재영 대표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로얄아츠앤뮤직코리아(RAMK)의 장재영 대표와 박소연 문화큐레이터가 사회 및 진행을 맡아 '윤활유 역할'을 해줬다. 곡에 대한 소개와 출연자와의 간단한 대담이 어우러져 멋진 음악회를 연출했다. 박소연 큐레이터는 이안삼, 정애련, 최진 작곡가 세분께 직접 연락을 해 작품을 쓰게 된 배경을 미리 알아본 뒤 관객에게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는 꼼꼼함과 친절함을 보여줬다. 관객이 더 음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 또다른 연주자 노릇을 한 셈이다.

테너 이재욱이 29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심산아트홀에서 열린 '바리톤 석상근 토크콘서트'에서 에르네스토 쿠르티스의 ‘나를 잊지 마세요를 노래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씨줄과 날줄로 얽힌 동료들도 자리를 빛냈다. 테너 이재욱은 에르네스토 쿠르티스의 ‘나를 잊지 마세요(Non ti scordar di me)’를 선보였다. 곡 중간에 박소연 큐레이터와 마치 무도회에 온 듯한 우아한 깜짝댄스를 선보여 관객을 사로잡았다.

석상근과 듀엣으로 '향수(정지용 시·김희갑 곡)'를 부를땐 고향집 따뜻한 온돌방에 앉아 어머니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이 연상됐다.

소프라노 전지영이 29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심산아트홀에서 열린 '바리톤 석상근 토크콘서트'에서 '꽃 구름 속에'를 노래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첼리스트 홍지연 29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심산아트홀에서 열린 '바리톤 석상근 토크콘서트'에서 오펜바흐의 ‘쟈클린의 눈물'을 연주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소프라노 전지영의 멋진 무대도 이어졌다. 정열적인 빨간 드레스와 우아한 검은색 장갑을 끼고 나와 '꽃 구름 속에(박두진 시·이흥렬 곡)'를 부르면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홍지연의 첼로 독주는 편안함을 느끼게 했다. 바흐의 ‘첼로 모음곡 1번 프렐류드(Cello Suite No.1 in G Major BWV.1007- prelude)’와 오펜바흐의 ‘쟈클린의 눈물(Les larmes de Jacqueline, Op. 76)’을 연주했다.

피아노 반주를 맡은 조시온도 정상급 연주를 선보이며 자신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29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심산아트홀에서 열린 '바리톤 석상근 토크콘서트'에서 모든 출연자들이 앙코르곡으로 '에델바이스'를 함께 부르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석상근은 앙코르 소리가 이어지자 "절대로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웃음)"며 '에델바이스' '아리랑' '과수원길' 3곡을 더 불렀다. '아리랑'을 부를땐 나비 넥타이를 아예 풀고 가볍게 어깨춤을 추기도 했다.

공연을 마친 석상근은 "모든 공연이 마찬가지겠지만 오늘도 혼신을 다해 노래했다"라며 "앞으로 더 멋진 무대를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성악가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2017 릴레이 토크 콘서트 시즌1-보컬리스트’라는 타이틀로 열린 여섯번의 콘서트 중 피날레 무대였다. 소프라노 김순영, 소프라노 최경아, 바리톤 송기창, 팝페라 그룹 인치엘로, 권순태(테너)·박준서(크로스오버 바리톤)·추연성(뮤지컬 배우) 트리오 그리고 바리톤 석상근까지 6팀이 콘서트를 진행했다. 크라이스문화가 주최하고, 엘컬쳐·폰티펙스가 주관하며, 서초문화포럼·클럽K·미디어숨·유스클라우드가 후원했다. 

양혜원 기자 moneyss@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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