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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3800원의 진수성찬···밥이 아닌 행복을 먹이는 스물일곱살 '급식 셰프'

기사승인 2017.12.19  17: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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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주중·세경고 김민지 영양사 "맛·영양뿐만아니라 아이들 기호와 식감까지 고려한다"

18일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세경고등학교에서 2학년 남학생들이 김민지 영양사와 함께 산타복장을 입고 점심시간 식사를 하기 위해 나온 친구들에게 '크리스마스 특식'을 배식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18일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파주중학교와 세경고등학교는 '크리스마스 특식'으로 김치볶음밥, 옥수수크림스프, 목살스테이크, 생딸기듬뿍우유, 치즈큐브브라우니, 자색양배추피클을 제공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점심시간이 가장 두근두근 기다려져요."

반짝이는 트리엔 산타 얼굴이 그려진 '메리크리스마스' 문구와 루돌프가 예쁘게 장식되어 있다. 색색깔의 고운 풍선도 매달려 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세경고등학교 급식소. 점심을 먹기 위해 식판을 들고 차례를 기다리는 학생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호텔급식' '착한급식' 등의 수식어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세경고가 18일에는 '크리스마스 특식'을 선보였다. 올해는 학생들의 시험기간을 피해 크리스마스를 일주일가량 앞두고 미리 식단을 공개했다.

이날 메뉴는 ‘특식’이라는 이름만큼이나 특별했다. 김치볶음밥, 옥수수크림스프, 목살스테이크, 생딸기듬뿍우유, 치즈큐브브라우니, 자색양배추피클 등 먹음직스럽고 푸짐한 건강식이 식판에 가득 담겼다. 하나부터 열까지 수제로 맛을 냄은 물론 제철과일까지 추가해 '스페셜'이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배식도 남달랐다. 성탄절을 앞두고 9명의 조리실무사와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 6명이 귀여운 산타복장으로 갈아입고 ‘1일 산타’로 나섰다. 친구들을 위해 기꺼이 두 손을 걷어붙여 훈훈한 풍경을 연출했다. 이곳 급식소에는 벌써 크리스마스가 찾아온 듯 따뜻하게 반짝였다.

이 모든 메뉴와 배식 아이디어는 김민지(27·여) 세경고 영양사의 머리에서 나왔다. 그는 이미 '전국구 스타'다. 탄두리 치킨, 폭립 치즈 퐁듀, 돈코츠 라면, 퀘사디아 등 저비용 고퀄리티 명품식단을 잇따라 선보여 세경고의 이름을 전국에 떨치게했다.

그는 "공부하느라 힘든 학생들을 위해 식사시간 만이라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며 즐겁게 식사했으면 하는 마음에 ‘크리스마스 특식’을 계획하게 됐다"며 “작년 크리스마스 시즌 때 산타복장을 입고 배식을 했더니 아이들 반응이 굉장히 좋아 올해도 산타복장을 고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18일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파주중학교와 세경고등학교의 김민지 영양사가 여성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김 영양사는 지난 2013년 10월부터 이곳 파주중학교와 세경고에 재학 중인 1000여명의 학생들을 위해 영양식을 제공하고 있다. 점심과 저녁 두 끼를 책임지는 '제2의 엄마'이자 학교의 '마스코트'로 역할을 공고히 하고 있다.

고급 레스토랑 뺨치는 급식이 가능했던 비결에 대해 그는 “수제(손으로 만듦)”라고 답했다. 음료수, 빵 등 이미 완성된 음식을 구매해 급식 메뉴에 포함시키기보다는 학교에서 직접 요리할 수 있는 메뉴를 개발한다. 당연히 시간도 많이 들고 손도 많이 가지만, 그만큼 가격은 낮추고 만족도는 높은 음식을 제공할 수 있다.  

그는 이곳의 급식을 제공받는 학생·교사들뿐만 아니라 SNS상에서도 ‘스타 영양사’라 불릴 만큼 인기가 높다. 4만 명에 달하는 팔로워가 그의 식단을 매일 눈여겨보고 관심을 갖는다. 포털사이트에 '세경고' 라고 검색을 하면 '급식'이 뒤따를 정도로 그의 식단은 유명하다.

김 영양사는 SNS를 적극 활용한다. 이곳 학교의 급식을 널리 자랑하고 공유하는 한편, 공개 식단을 통해 급식에 대한 학부모들의 신뢰를 얻고 학생들의 반응을 즉시 확인·반영할 수 있는 주요한 통로로 이용하고 있다. 또 그의 SNS는 전국의 영향력 있는 영영사들과 급식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소통의 창구가 되기도 한다.

김 영양사는 “SNS를 시작하기 전에는 몰랐는데 SNS라는 공간을 통해 급식 메뉴에 관한 아이디어와 정보를 정말 많이 얻고 있다"며 "전에는 몰랐던 특별한 레시피를 나누면서 '이런 음식도 급식이 될 수 있구나' 배우기도 하고 학교 급식의 퀄리티를 높여가고 있다”고 자신했다.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파주중학교와 세경고등학교의 급식사진. /사진제공=김민지 영양사

이곳의 점심식사는 단돈 3800원. 학교로부터 일정금액 지원을 받아 학생들에게 푸짐한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이 믿기지 않을 만큼 맛있고 넉넉하다. 이뿐만 아니라 영양까지 가득해 급식을 접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만족스럽다는 긍정적인 평가로 입을 모은다.

세경고 1학년 2반에 재학 중인 신윤빈(16·여) 양은 “우리학교 급식은 근처의 다른 학교 친구들뿐만 아니라 SNS의 영향으로 인해 지방 학생들까지 다 알 정도로 굉장히 유명하다”며 “특식이 아니어도 평소 이렇게 나온다. 먹을 때마다 굉장히 맛있고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세경고 2학년 3반 권원재(17) 군은 “평소와는 다르게 산타 복장을 입고 음식을 나눠주니 맛뿐만 아니라 보는 재미까지 더해져 즐거운 점심식사였다”며 “다른 학교 친구들과 학교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보통은 그 학교의 유명한 시설 등을 얘기하는 반면에 우리학교는 ‘거기 급식 맛있잖아’라는 한마디로 통한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또 이날 산타복장을 입고 직접 배식에 나선 세경고 2학년 8반 강호성(17) 군은 “내일부터 시험인데 시험 전날 특식이 제공돼 아이들이 공부하는데 큰 힘이 날 것 같다”며 “급식을 배급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아이들이 맛있게 먹어주니 기분이 좋았다”고 뿌듯한 마음을 내비쳤다.

18일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파주중학교 세경고등학교 학생들이 '크리스마스 특식'을 맛있게 먹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18일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파주중학교 세경고등학교 학생들이 '크리스마스 특식'을 맛있게 먹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세경고는 크리스마스 특식 외에도 다양한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총 10가지의 테마로 다양한 메뉴를 선정해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집 보다 학교에서 먹는 식사가 더 많은 아이들에게 보다 맛있고 특별한 음식을 '재미있게' 제공할 수 있었으면 하는 김 영양사의 마음이 녹아있다. 

매월 1회 생일인 친구들을 모아 축하의 의미를 함께 하는 ‘생일 축하의 날’, 세계음식을 체험하는 ‘세계 음식의 날’, 화이트데이·밸런타인데이·빼빼로데이 등과 같은 ‘특별한 데이 이벤트 식단의 날’, 전통 식문화를 계승하고 개발 보급한다는 의미의 ‘향토 음식의 날’ 등이 대표적이다. 그 외 매주 수요일은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중식 제공을 통해 ‘잔반 없는 날’을 만들어 식사예절을 지도하고 있기도 하다.

김 영양사는 “하루에 많게는 점심과 저녁 두 끼의 식사를 학교에서 해결하는 학생들을 위해 식단을 구성할 때 영양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열량이나 아이들의 기호 혹은 식감이나 색감 등을 고려하고 있다”며 “SNS와 더불어 요리 책이나 요리 프로그램 등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낯선 여행지에 가서 괜찮은 맛집만 봐도 음식에 대한 메모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급식실에 배치된 ‘소리함’을 통해 아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다. 학생들이 먹고 싶은 음식 등을 적어 내면 일주일에 한 번씩 그것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다”면서 “먹고 싶은 음식뿐만 아니라 아쉬웠던 점 등을 보면 반드시 메모해뒀다가 급식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즉 소통이 급식의 완성도를 높이는 셈이다.

18일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파주중학교와 세경고등학교의 김민지 영양사가 여성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김 영양사의 이런 노고 덕일까. 교육부는 지난 2013년 학교급식 관리 향상을 통해 학생과 교직원 식생활문화 개선과 건강증진에 기여한 점을 인정해 유공자로 김 영양사를 선정했다. 그리고 그는 교육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또 올해 3월에는 학교로부터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김 영양사는 "상을 받았을 때 너무 감사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항상 100% 만족한 식단은 없었는데 더 좋은 메뉴를 선보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며 "열심히 준비한 메뉴를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 보면 너무 기분이 좋고 뿌듯한 반면에 식사를 잘 하지 못하고 음식을 남기는 아이들을 볼 때엔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웃음)”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그는 “학창시절 급식에 대한 특별한 추억이 없었는데 파주중·세경고를 다닌 학생들은 졸업하고 나서도 급식소에서 친구들과 함께 식사를 했던 기억을 떠올렸을 때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있으면 좋겠다”며 “예산을 고려하지 않고 메뉴를 정할 수 있다면 소고기로 수제 스테이크를 만들어서 마음껏 먹이고 싶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임유정 기자 wiselim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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