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당신 손에서 스트라디바리우스 탄생한다" DIY 악기 만들기 돕는 소리의 달인

기사승인 2017.12.21  16:30:25

공유
default_news_ad2

- '현악기 제작공방' 운영 김병철씨 "1년이면 단 하나뿐인 나만의 악기 제작 가능"

예술의 전당 인근에 위치한 현악기 공방에서 김병철 제작자가 수제바이올린 제작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똑딱똑딱~쿵쾅쿵쾅~.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인근 악기거리에 위치한 '김병철 스트링'에 들어서면 현악기의 감미로운 선율 대신 나무를 깎고 다듬는 소리가 공방 안을 가득 채운다. 

'절차탁마(切磋琢磨, 옥돌을 자르고 줄로 쓸고 끌로 쪼고 갈아 빛을 내다)'라는 말처럼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바이올린을 만들기 위해선 평범한 나무도 수없이 갈고 닦는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바이올리니스트라면 누구나 꿈꾸는 명품 '스트라디바리우스'도 수많은 인내와 정성, 그리고 거칠고 힘든 노동 덕에 탄생했습니다. 내 손으로 직접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만든다고 생각해 보세요, 짜릿하지 않겠어요."

김병철(45) 현악기 제작자는 '깊고 예리하며 비길 데 없는 천상의 소리'로 평가받는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누구나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마스터다. 물론 세계적 명품과 비교하는 것은 말도 안되지만, 적어도 내 손으로 만들었다면 그게 바로 스트라디바리우스 아닌가.

보통 수제악기는 획일화된 치수와 외형으로 만들어지는 공장제 악기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목재 선정부터 디자인, 목공, 바니시(광택작업), 세팅까지 완성도를 높임으로써 연주자의 선호도에 맞게 이상적인 음을 찾는다. 단순 조각품이 아니라 그야말로 연주를 위한 아름다운 소리를 찾는 세밀한 작업이다.

◆ 수제악기 관건은 연주 위한 '아름다운 소리'

예술의 전당 인근에 위치한 현악기 공방에서 김병철 제작자가 수제바이올린 제작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수제악기는 제작 과정에 따라 음색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각 과정마다 완성도 높은 마무리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합니다. 이를테면 일단 재료선정이 잘못되면 이후 작업이 아무리 완성도가 높아도 좋은 소리를 찾아가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김 제작자에 따르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목재를 고르는 일이다. 현재까지는 유럽의 높고 추운 산에서 자란 나무를 선호한다. 400여년 전 바이올린 등 현악기가 태동한 곳이 바로 유럽이었고, 이탈리아에서 최초로 만들어지면서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산맥 목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로도 많은 유럽의 제작자들이 그 부근의 목재를 사용했고, 여러 학자들이 더 나은 소리 실현을 위해 연구를 거듭했지만 결국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산맥 목재가 가장 이상적인 소리를 낸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곳의 나무는 목재조직의 밀도 및 강도가 탁월하다.

그리고 목재의 건조상태도 중요하다. 아무리 모양이 훌륭해도 방금 벌목한 나무라면 함유수분량이 소리의 전달을 차단시키기 때문인데, 최소 5년 이상 건조된 목재를 사용해야한다.

김 제작자는 "물론 나무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원하는 모델의 디자인, 목공구를 이용한 작업능력, 절제된 바니시 마감, 최종적으로 줄걸이·소리전달막대·브릿지 등의 피팅 기술에 의해 감동을 주는 소리를 만들어낼수 있다"고 부연했다.

일반적으로 수제악기는 전문연주자용으로 제작하지만 최근 아마추어 연주시장 확대로 취미연주자 수요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또 생활 속 다양한 분야에 걸쳐 '내가 직접 만들어 쓰는' DIY(Do It Yourself)가 인기를 끌면서 '나만의 악기제작' 또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 제작자의 공방에선 현악기 제작과정 강의도 운영하고 있다.

◆ 수제악기 제작과정 운영…전문연주부터 단순소장까지 목적도 다양

생활 속 다양한 분야에 걸쳐 DIY가 인기를 끌면서 '나만의 악기제작' 또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김병철 제작자의 공방에선 현악기 제작과정 강의도 운영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자신이 직접 만든 악기로 입시를 치르거나 연주회를 원하는 수강생, 그리고 단순 제작 및 소장을 위한 목적 등 공방을 찾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김 제작자의 공방에서 운영하는 현악기 제작과정은 작업 특성상 보통 1:1 강의로 진행된다. 현재 수강생은 10명 남짓으로 수강 목적도 제각각이다.

그는 "수강자격 및 대상엔 제한이 없지만 자신이 만든 악기로 연주를 원하는 이들이 많은 편이다"라며 "그 중에서도 바이올린을 취미로 하는 아마추어 연주자가 대부분으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제작과정까지 참여하는 이들의 열정을 대단하다"고 말했다.

김 제작자의 경우 바이올린은 40~50일, 첼로는 60~70일에 걸쳐 완성하지만 수강생들은 일주일에 두 번 수강하는 것을 기준으로 바이올린은 1년, 첼로는 2년 정도 걸린다.

그는 "하나의 바이올린을 만드는데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되다 보니 간혹 도중에 포기하는 수강생도 있다"면서 "그러나 대다수는 '완주'하며 결과물에 만족하고 그동안의 수고를 보상받는 느낌이라며 뿌듯해한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바이올린 전공자인 한 수강생은 대학원 입시를 준비하던 중 기존에 사용하던 악기에 만족도가 떨어져 직접 제작에 참여했고, 자신이 만든 악기로 시험을 치른 후 합격했다. 이후 외국 학교 진학까지 이어져 현재 유학 중이며, 언젠가는 귀국 후 다른 모델의 악기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또 모 기업체에 근무하는 수강생은 제작 악기를 완성한 뒤 자신의 악기로 레슨을 받은 후 회사 행사에서 당당히 무대에 올랐고, 전문 연주자인 한 수강생은 기존에 다루던 악기보다 치수를 작게 변형해 제작한 후 새 악기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 취미로 시작했지만 어엿한 마에스트로…후진 양성에도 기여하고 싶어

김병철 제작자도 처음엔 현악기 제작을 취미로 시작했지만 이탈리아 전통 기법을 배우고 싶어서 유학을 마쳤고 현재는 자신의 공방에서 수제악기 제작자이자 제작과정 강의도 운영중이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사실 김 제작자도 처음엔 현악기 제작을 취미로 시작했다. 그는 "15년 전 우연히 바이올린 제작 분야를 알게 됐고 취미로 시작한 후 흥미를 느껴 좀 더 심도 깊은 과정을 이해하고 싶어졌다"면서 "이후 개인공방에서 도제수련을 받던 중 이탈리아 전통 기법을 배우고 싶어서 유학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에는 현악기 제작과정을 정식으로 배울 수 있는 교육기관이 없다. 평생교육원 개념으로 대학 몇 곳에 제작과정이 생기긴 했지만 그마저도 시스템부족으로 작업의 완성도를 기대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탈리아 유학기간 동안 국립제작전문학교에서 5년 정식 과정을 수료했고, 1년여의 스테이지 과정과 2년여의 마스터 과정을 거쳤다"면서 "이후 개인 마스터 공방에서 견습 생활을 거친 후 현재는 스스로 공방을 열고 오래 전 나처럼 현악기 제작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강의를 오픈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김 제작자는 "지금 하는 일이 아날로그적인 일이다보니 간혹 현실과는 동떨어져가는 모습도 발견하지만, 한편으론 새로운 악기를 창조한다는 긍지로 독창적이면서도 차별된 악기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실력을 쌓는 중이다"라고 자신했다.

이어 그는 "힘들었던 유학시절 만들었던 첫 악기가 생각난다"면서 "오로지 '열정' 하나만 가지고 밤을 지새우며 완성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회상했다. 지금도 마음이 느슨해질 때마다 그 시절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는다고 덧붙였다.

김 제작자의 꿈은 무엇일가. 우선은 경제적인 문제로 악기를 접할 수 없는 이들에게 미약하나마 악기를 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을 확장해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더 나아가 교육기관을 설립해 후진을 양성하는데 기여하고픈 소망도 내비쳤다. 그리고 당장 2018년 새해에는 현악기 제작 유럽 콩쿠르에 출전해 최상의 소리를 찾아내겠다는 계획이다.

언젠가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앞다퉈 '김병철우스'를 들고 멋지게 연주할 날을 기대해 본다. 

신은주 기자 44juliet@naver.com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