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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회 칼럼] 시작이 반이다

기사승인 2018.01.10  18: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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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균 통일부 장관(왼쪽)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9일 오전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 종료회의에서 공동보도문을 교환한 뒤 악수하고 있다.

―출발이 괜찮은 2018년. 피는 물보다 진합니다. ‘민족’이라는 대명제로 문제를 풀어 가야합니다. 안 될 것이 없습니다―

무술년 새해를 맞은 지 며칠이 지났습니다. 5일 소한(小寒)을 지나 20일이 ‘대한(大寒)’이니 바야흐로 절기는 엄동(嚴冬)이 분명하지만 ‘입춘(立春)’이 2월 4일인지라 봄도 그리 멀게 있지는 않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19세기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셸리는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으리”라고 하였거늘 이 겨울의 차디찬 한기(寒氣)도 그럭저럭 견딘다면 해동(解凍)과 함께 봄의 온기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지금 눈 덮인 산비탈에 수도승처럼 서있는 나무들은 이미 줄기 속에서 새싹을 틔울 수액을 퍼 나르느라 분주 할 터이고 저 아래 남녘에서는 봄의 전령(傳令)이 북상(北上) 준비를 서두르고 있지는 않을까, 상상을 해봅니다.

새해 벽두 판문점에서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놓고 남북이 2년 만에 마주 앉아 대화를 시작한지 단 하루에 올림픽 출전과 군사회담 개최 등 몇 개 사항을 쉽게 합의했으니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만나면 좋은 친구”라는 어느 TV방송의 구호처럼 아닌 게 아니라 “같은 민족은 역시 다르다”는 진한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회담의 성공은 남북 당국자들의 사전 준비와 작전이 잘 들어맞기도 했겠지마는 평화를 갈구하는 국민적 희망이 힘이 된 것도 사실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마저도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모든 대화를 지지한다”면서 “남북대화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전 세계를 향해 성원을 한 것도 큰 힘이 되었을 것입니다.

명심보감은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있고 한 해의 계획은 봄에 있다(一日之計在於晨 一年之計在於春)”고 새 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올해 2018년 대한민국의 출발은 그런대로 징조가 좋다고 해도 될 듯싶습니다.

사실 요 몇 해 우리 국민들은 많은 고통을 겪었습니다. 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적인 혼란으로 너무 많은 인내를 감내해왔습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서 비롯된 북·미간의 첨예한 대결, 거기서 파생된 안보위기는 전쟁일보전의 두려움마저 갖게했고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과 대규모 촛불시위, 대통령 탄핵, 갑작스럽게 치러진 대통령 선거, 정권 교체에 따른 후유증, 잇달아 일어나는 각종 사건사고, 흉악 범죄 등등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온갖 불안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중국의 고사에 ‘등왕각의 행운’과 ‘천복비의 불행’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시래송풍등왕각(時來風送騰王閣)이요 운퇴뢰굉천복비(運退雷轟薦福碑)라, “때를 만나니 바람이 불어 등왕각으로 보내주었건만, 운이 따르지 않으니 천복비에 벼락이 떨어진다”는 내용입니다.

당(唐)나라 때 천재시인이었던 왕발(王勃)이 젊을 적, 백발신령이 꿈에 나타납니다. “9월 9일 등왕각에서 큰잔치가 있으니 그 자리에 참석하여 글을 지으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마침 그날은 9월 7일이었는데 등왕각이 있는 남창까지는 700리나 되는 먼 길이었습니다. 하룻밤 사이에 그곳까지 가기에는 도저히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왕발은 꿈이 너무나도 신령(神靈)했기에 돛단배를 타고 목적지를 향했습니다. 그런데 웬일로, 갑자기 순풍이 불어와 쏜살같이 배를 밀어 대더니  다음날 등왕각에 다다르게 합니다. 왕발이 이내 글을 지어 바치니 참석자들을 모두 놀라게 합니다. 이름 하여 ‘등왕각서(滕王閣序)', 그야말로 천하명문장이었습니다. 오늘 날에도 전해 오는 이 글은 절호의 행운이 가져다 준 행운 중의 행운이었던 것입니다. 등왕각은 중국 강서성(江西省) 양자강(揚子江)가에 있는 누각입니다.

그런가 하면 송(宋)나라의 한 가난한 서생은 천복사(薦福寺)에 있는 천하 명필 구양순(歐陽詢)의 ‘천복비(薦福碑)’를 탁본(拓本)해 오면 천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노잣돈을 얻어 천리 길을 달려갑니다. 그러나 천신만고 끝에 마침내 천복사에 도착한 바로 그날 밤, 이게 웬일인가, 때 아닌 천둥번개가 몰아치더니 공교롭게도 벼락이 떨어져 비석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는 게 아닌가. 서생의 꿈은 보람도 없이 한 순간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운이 나빴던 것입니다. 천복비는 중국 강서성(江西省) 천복사에 있는 비석으로 당대 제일 구양순의 글씨가 새겨져 있어 유명합니다.

이 두 이야기는 “인간사는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 하늘의 뜻에 따라야 한다”는 그 옛날 현자(賢者)들의 가르침으로 “부여된 운명을 거역하지 말라”는 만인에 대한 교훈이기도 합니다.

‘운(運)’이라는 게 있습니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은 아니지만 흔히 그렇게들 믿고 있습니다. 국가이든 개인이든 상승(上乘)의 시기가 있고 하강(下降)의 때가 있습니다. 운이 열려 융성기를 맞으면 국가는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개인은 부와 명성을 얻게 됩니다. 하지만 시운이 다해 하강기에 접어들면 집단이나 개인이나 ‘낙동강 오리알’이 됩니다.

우리나라는 올해 대망의 3만 달러 시대에 진입한다고 합니다. 올 성장률이 3%로 달성됐을 때 나오는 수치로 2006년 소득 2만 달러에 올라선 뒤 12년 만입니다. 선진국 문 앞에서 모두가 그렇게도 소망하던 일이니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50년 전 국민소득 100달러에서 300배나 성장한 걸 생각하면 기적 같은 일입니다. 그것은 순전히 우리국민들이 피땀 흘려 이룩한 노력의 결과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정치 발전과 사회갈등의 극복, 그리고 경제적 균형입니다. 국민의 갈등을 조정하기는 커녕 백년하청(百年河淸)으로 정쟁을 일삼는 정치, 20:80에서 10:90으로, 아니 1:99로 벌어진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의 빈부격차, 이 모든 것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선진국의 미명을 자랑하기에는 낯이 부끄럽습니다. 국가 지도자들이 풀어야 할 급선무입니다.

또 중요한 것은 안보위기입니다. 전쟁이 난다면 남이고, 북이고 공멸(共滅)합니다. 다 죽는다는 말입니다. 지각없는 전쟁광들이 불쑥, 불쑥 한마디씩 내뱉곤 하지만 그야말로 무책임의 전형입니다.

남북회담은 이제 부터입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습니다. 출발이 좋으면 끝도 좋아야 합니다. 기왕에 시작된 어려운 자리를 남과 북이 함께 잘 이끌어가야 합니다. 상호 불신을 접고 ‘민족’이라는 대명제(大命題)로 힘을 모은다면 안될 것이 없습니다. 초등학교 어린아이가 그린 그림에 인공기가 나온다고 해서 국회의원들이 시위를 하는 그 따위 유치한 행동은 그만 둬야 합니다.

김영회(언론인) yhk9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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