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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장길 칼럼]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기사승인 2018.01.29  16:2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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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방남 이틀째인 지난 22일 오전 강릉발 KTX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해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자료사진

클레오파트라와의 달콤한 사랑에 빠져 조국을 등진 안토니우스는 처남인 옥타비아누스의 로마 함대에 패배해 자살했다. 춘원 이광수는 조국 독립에 반하는 일본의 학도병 자원을 독려했다가 해방 후 사찰로 피신해 있던 중 납북돼 비참하게 최후를 맞았다. 나폴레옹 정권은 빈체제를 깨고 기세등등하게 팽창하려다 러시아와 워털루에서 무너졌고, 히틀러는  베르사이유 협정을 어기고 세계를 뒤흔든 참혹한 전쟁을 벌이다 자폭했다. 

개인이든, 국가든 배반의 징벌은 혹독하다. 물리적인 형벌은 물론, 보이지 않는 타격도 크고 길다. 견디지 못하고 자멸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예가 수두룩하다. 북한은 1985년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서명했고, 1992년에는 IAEA와 핵안전조치협정, 1994년에는 원자로 건설 등을 지원받는 제네바 합의를 체결했다. 이 모든 국제사회와의 엄중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리고 핵실험을 강행해 지금 지구촌의  뜨거운 공분을 사고 있다. 북한은 국제규범을 흐트리는 대가로 몰매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국가로서의 기능이 가물가물하도록 허약하다. 유엔의 제재로 외교는 옴짝달싹도 못하게 제한적이고, 경제는 세계의 바닥 수준이다. 남한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육박하고 있고, 후발국 중국도 1만 달러를 바라보고 있는데, 북한은 1000달러 남짓이다. 주민들의 궁핍이 오죽하겠는가. 그 정도의 국력으로는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버티기 힘든 수준이고, 정상적인 나라로서 인정하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북한은 핵탄두 미사일 한 대를 성공했을까 말까 하는 상태에서 5000대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을 적으로 삼고 있다. 상대도 안되는데 끈질기게 싸움을 건다. 2003년 이라크는 두 달 만에 초토화됐지만, 15년이 지난 지금은 IT의 발전으로 미국의 전력은 놀랍게 더 고도화됐다. 핵 투하는 고사하고 항공모함과 전략 전투기로만 집중타격해도 순식간에 섬멸된다고 해도 북한은 오히려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런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현실적으로 국가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상대를 무시해버릴 수는 없다. 그러나 상대가 어떤 실체인가를 냉철히 인식하고, 그 바탕 위에서 정교하게 짜여지는 전략은 그렇지 않은 입장과는 전혀 다르다. 당연히 주도적이어야 하고, 베푸는 자세여야 한다. 남한의 기본적인 체재와 국민의 여망을 손상시키는 일은 물론 결코 용납될 수 없다. 

평창올림픽에 북한이 참여하는 남·북한의 협의에서 참여 자체를 이끌어 낸 점은 평가할만 하다. 또 한반도기의 사용과 아이스 하키의 단일팀 구성 문제, 마식령의 훈련은 많은 논쟁을 일으켰지만,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넜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치자. 그러나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해 준 마당에 평양의 군사 퍼레이드를 막지 못하는 실정과 핵중단 논의를 올림픽 참여의 전재로 관철시키지 못한 점, 그리고 선전을 노린 북한예술단 공연을 허용한 타협은 분명히 협상의 미숙이었다. 그들의 최고 ‘존엄’이 제기해서 달려든 협의에서 목마른 쪽에 끌려간 형국이다. 북한의 의도는 북핵을 위한 시간 벌기와 남한과 국제사회의 흔들기임이 뻔한데, 남측은 대화 자체를 튼다는 데에만 급급했기 때문에 얻은 것보다 내준 게 더 크고 많았다. 문제는 가장 심각한 현안인 북핵문제에는 접근도 못하면서 한·미 간에 전략적인 접근방식의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미국은 제재를, 한국은 대화를 견지하고 있음이 양국 고위층의 언어에서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남북관계와 북핵해결에 있어서 한·미 간의 공조는 한국의 대뇌이자 척추다. 세세한 정보로 짠 작전을 공유할 뿐 아니라 동맹의 존재만으로도 버티게 해주는 등뼈다. 그 기반 위에서 막강한 군사력까지 지원해 준다. 미국의 지원 없는 한국의 안보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 북한의 오판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의 잠재적 위협도 무겁다. 청와대 안보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남북화합을 위해서는 한미동맹을 거둬들일 수도 있다는 뉴앙스로 말했다가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을 나무 꼭대기에 올려놓고 흔드는 위험한 발언이라는 전문가들의 많은 지적을 받은 것이다

한국정부가 북한을 제재하려는 트럼프 정부의 노선을 벗어나면 미국은 한국의 피해를 보호하려는 입장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미국은 북한의 핵탄두가 자국의 영토를 위협하지 않도록 군사행동을 하는데 한국을 덜 의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이 미국에  매달리지 않고 독자적 행동을 계속하면, 결과적으로 미국은 자위권을 행사하는데 짐을 덜게 된다.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문제를 자신이 해결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누누히 다짐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북한은 평창올림픽 후에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의 재개를 갖고 회담을 이어가려 할 것이다. 시간 끌기 작전의 일환으로 삼아 한·미군사훈련과 동맹관계를 문제 삼을 게 훤히 보인다. 반면 미국은 4월부터 다시 군사훈련과 제재를 강행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다. 이런  상충하는 대결에서 한국정부는 샌드위치의 입장이다. 대화도, 제재도 놓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좌표는 명확하다. 북핵의 타결 외에는 어떤 선택지도 없다. 북한이 핵동결을 비치더라도 속으면 안된다. 약속파기의 전력이 있고, 유불리를 따져 표변하는 ‘담담타타’의 술수 때문이다. 미국도 경계심이 높아진 국내 여론과 국제적인 지지를 업고 철저한 핵폐기를 요구할 것이다. 

북한의 선택은 두 가지 중 하나밖에 없다. 미국이 시한으로 보는 올해 상반기 안에 핵을 포기하던가, 아니면 미국과 국제사회의 혹독한 응징을 받는 것이다.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인 지원을 받고 회생할 것이고, 버티면 곤궁으로 빠져들어간다. 지금 절체절명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한국은 이 두 가지 가능성을 놓고 큰 그림으로 바쁘게 전략을 세워야 하며, 어떤 경우에라로 국가안보의 견고한 기본 위에서 당당해져야 한다.

송장길(언론인·수필가) womaneconom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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