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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 경영권 승계’ 위해 국가기관도 마음대로 움직였다

기사승인 2018.03.21  17:5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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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부·한국감정원·국민연금 등 ‘꼭두각시’ 역할...이 부회장 대법원 판결 앞두고 영향 전망

삼성그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토부, 한국감정원, 국민연금공단 등을 자기들 입맛대로 조종한 정황이 한 방송의 보도로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자료사진

삼성그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토교통부, 한국감정원, 국민연금관리공단 등을 자기들 입맛대로 조종한 정황이 한 방송의 보도로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19일과 20일 이틀에 걸친 보도에 따르면 삼성은 국토부와 한국감정원을 이용해 에버랜드의 땅값을 폭락·폭등 시킨데 이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국민연금공단이 적극적으로 삼성 편들기에 나서도록 작업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결국 이 모든 시나리오는 삼성이 기획했고 국가기관이 충실하게 실행에 옮겼다는 게 보도의 핵심이다.

이번 파문이 어떻게 확대될지 예상할 수는 없지만 국토부, 한국감정원, 국민연금공단 등에 대한 수사는 불가피할 전망이고, 더 나아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 전환사채 발행땐 공시지가 낮추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땐 공시지가 상향

삼성그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토부, 한국감정원, 국민연금공단 등을 자기들 입맛대로 조종한 정황이 한 방송의 보도로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자료사진

SBS 보도를 정리하면 이렇다. 삼성 및 이건희 회장 일가가 소유한 에버랜드 인근 약 378만평의 땅값이 지난 25년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갑자기 폭락하거나 폭등하는 등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변동을 보였다. 

에버랜드 공시지가는 1994년 9만8000원에서 1995년 3만6000원으로 이례적으로 폭락했다. 1년새 6만2000원이 하락한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이듬해인 1996년 에버랜드는 전환사채(CB)를 저가로 발행해 이 부회장 등 3남매(이재용·이부진·이서현)에게 나눠줬다. 당시 CB는 시중 가격의 10분의1 수준으로 발행됐고, 이 부회장은 단숨에 에버랜드 최대주주가 돼 경영권 승계의 발판을 마련했다.

땅값 하락이 에버랜드 CB를 가능한 한 싸게 발행하고 싶어했던 삼성의 이해관계와 맞아 떨어진 것이다. 에버랜드의 기업가치를 낮춰야 CB를 저렴하게 발행할 수 있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 부회장이 에버랜드 최대주주가 된 직후 이 땅은 조금씩 꾸준하게 올랐지만 지난 2014년까지 ㎡당 8만원대의 낮은 가격에 머물렀다. 

그러다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앞두고 최소 2배 이상 올랐다. 한곳뿐이던 표준지가 7곳으로 늘어난데다, 6곳의 공시지가가 대폭 상승했다.

새 표준지는 위치와 용도에 따라 싼곳은 ㎡당 15만~16만원, 놀이시설 지역은 25만원, 호암미술관 지역은 28만원 이었다. 가장 비싼 곳은 40만원까지 폭등했다. 사실상 전례가 없는 수치로 역시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한 것이다.

이 시기 삼성 측은 제일모직이 가진 에버랜드 땅 가치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높다는 점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삼성 총수 일가의 재산 가치를 높여 합병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보통 기업들은 공시지가가 오르면 그만큼 세금도 많이 내야하기 때문에 급격한 공시지가 인상에 대해 반발하기 마련인데, 삼성은 이의제기를 하지 않고 수용했다.

◆ 합병비율 불리 알면서도 국민연금 대놓고 삼성 편들기

삼성그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토부, 한국감정원, 국민연금공단 등을 자기들 입맛대로 조종한 정황이 한 방송의 보도로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자료사진

SBS는 국민연금의 제일모직 부동산 가치 평가에 대해서도 수상한 움직임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600조원이 넘는 국민의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찬성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부동산 가치를 이중잣대를 적용해 외국 전문 기관과 비교해 23배나 높은 평가를 내놨다.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전 제일모직이 보유한 부동산 장부가는 에버랜드 땅을 포함해 9100억원 규모였다. 이 중 영업과 직접 관련이 없어 회계에서 따로 분류된 토지는 82억원이었다. 

그런데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이 의뢰한 회계법인은 실제 영업에 쓰이는 에버랜드 땅 등을 비영업용 토지 항목에 넣었고 장부가의 2배가 넘는 1조8570억원으로 평가했다. 

국민연금 리서치팀도 처음에 에버랜드 땅을 1조8500억원으로 평가한 것으로 특검 수사에서 확인됐다. 

국민연금 내부에서는 ‘왜 이렇게 땅 가치를 부풀렸냐’ ‘너무 높게 산정한 것 아니냐’는 반대 의견이 제기됐다. 

당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제일모직의 부동산 가치를 1410억원으로 평가했던 상황이었다. 

합병 찬성 압박이 더해지자 국민연금 리서치팀은 부동산 가치를 더 끌어올려 중립 3조2060억원, 낙관 4조3420억원으로 평가했다. 삼성이 의뢰한 회계법인들 추산 금액보다도 2~3배, ISS보다는 23배나 높게 평가한 것이다. 

이같은 보고서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찬성 결정의 근거가 됐다. 

삼성의 용인 땅은 68% 이상이 임야로 정부 허가 없이 개발이 불가능한 땅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용도 변경이 돼 에버랜드 시설을 헐고 아파트나 건물을 올리는 것을 가정하고 에버랜드 땅의 가치를 매겼다. 

또 에버랜드 놀이공원은 땅을 빼고는 영업이 불가능하기에 당연히 영업가치에 포함시켜야 하는데 별도 자산으로 분류해 중복 계산이 되도록 했다. 

이같이 평가한 근거에 대해 국민연금은 “증권사 보고서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의 부동산 시세 그리고 용인시에 제출된 사업 계획안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스스로 허술하게 산출했음으로 밝힌 셈이다.

또 국민연금 리서치팀은 삼성의 합병 비율 1대 0.35 발표 뒤 자체적으로 합병 비율을 산정했는데 서로 다른 잣대를 사용했다. 

삼성물산은 주가로만 평가한 주가수익비율(PER)로 가치를 따졌고 제일모직은 총자산을 평가해 가치를 따진 것이다. 삼성물산은 부동산 같은 자산 가치가 반영되지 않았지만 제일모직은 부동산 3조2000억원이 주요하게 반영됐다.

삼성물산은 짜게, 제일모직은 후하게 평가한 것이다. 만약 이중 잣대가 아니라 순자산 기준 등으로 똑같이 평가했다면 합병 비율이 뒤집히는 상황이었다. 

2015년 5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비율이 발표되자 삼성물산 3대 주주 엘리엇펀드가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표 대결 구도에서 삼성물산 지분 11%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선택이 중요해졌다. 

삼성그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토부, 한국감정원, 국민연금공단 등을 자기들 입맛대로 조종한 정황이 한 방송의 보도로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자료사진

이후 삼성과 국민연금 사이에 일어난 일들을 되짚어보면 2015년 5월26일 합병을 결의한 날, 삼성물산 김신 사장이 국민연금공단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을 만났다. 

7월3일 ISS가 합병 반대를 권고했고 사흘 뒤인 7월6일 복지부 국장이 국민연금 기금 운용본부 관계자들을 불러 “당신들 반대하겠다는 거야?”라고 직접적으로 압박했다. 

다음날인 7월7일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홍완선 본부장 등 국민연금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1시간 30분간 면담을 했다. 

이어 7월8일 문형표 복지부 장관이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압력을 넣었고 7월10일 찬성 결정이 나왔다. 

당시 세계 1, 2위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라스루이스가 합병을 반대하자 삼성물산이 보도자료를 냈다. 삼성물산은 “ISS가 제일모직이 보유한 부동산 가치를 반영하지 않아 합병 비율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것이다”라고 했다. 

에버랜드 땅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했다면 합병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삼성물산이 합병 상대인 제일모직의 가치를 왜 그렇게 낮춰 평가하느냐고 반박한 것이다.

이에 대해 홍순탁 회계사(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조세재정팀장)는 “삼성물산 경영진이 가장 큰 배임을 한 부분이다”라며 “우리 회사 가치가 이만큼 높으니, 합병할 때 내 가치를 더 인정해달라는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어디에도 흔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종합해 보면 삼성은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가기관을 쥐락펴락한 것이다. 물론 그 밑바탕에는 엄청난 머니게임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 삼성물산 "에버랜드 공시지가 개입·조정 전혀 사실 아니다" 정정보도 요청

한편 삼성물산은 20일 홈페이지를 통해 에버랜드 용인 토지 공시지가 결정에 개입·조정했다는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내용의 게시글을 게재했다. 또 사실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삼성물산은 “공시지가는 국가기관이 전문적인 감정 평가사를 고용해 지목, 용도, 도시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 결정하는 것이다”라며 “결정 과정에서 회사가 의견 및 이의제기를 할 수는 있으나 임의로 가격을 낮추거나 높일 수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민병무 기자 joshuamin@nate.com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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