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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무도회'서 인생배역 만났다···두 절친 소프라노의 오페라 사랑

기사승인 2018.04.04  10:5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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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곤아·한은혜 나란히 오스카 역할 캐스팅..."아이돌그룹 뺨치는 오페라스타 많이 나와야죠"

베르디 오페라 '가면무도회'에서 나란히 오스카 역으로 캐스팅 된 소프라노 정곤아(왼쪽)와 한은혜가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라벨라오페라단에서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면서 활짝 웃고 있다. /양문숙 기자photoyms@seoulmedia.co.kr
정곤아(왼쪽)와 한은혜 소프라노가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라벨라오페라단에서 여성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photoyms@seoulmedia.co.kr

"라벨라는 음악인생 제2막을 열어준 고마운 곳입니다. 프로 오페라 가수로서 당당하게 실력을 갖추고 무대 위에서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줬습니다."

2018년 제9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개막작인 베르디의 '가면무도회'에 나란히 캐스팅 된 소프라노 정곤아(31)와 한은혜(35)는 작품 이야기에 앞서 라벨라오페라단에 대해 아낌없는 칭찬을 쏟아냈다.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라벨라오페라단 사무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각각 2012년과 2017년 라벨라와 인연을 맺었고 라벨라로부터 새로운 삶을 선물 받았다고 밝혔다. 오는 27일 공연되는 '가면무도회' 무대에 오르는 것 역시 라벨라 덕에 가능했다.

라벨라는 지난 2007년 창립 이후 오페라 페스티벌 오디션과 신인 발굴 프로그램을 통해 신예 성악가를 육성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이렇게 뽑힌 성악가들에게 무료로 성악 레슨과 작품 공부 등을 진행해 큰 공연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한 두 사람에게만 의존하지 않고 될성부른 떡잎을 제대로 키워 함께 무대에 세우는 이강호 단장의 뚝심은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고 있다. 

정 소프라노는 "라벨라는 단순히 신인들이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넘어서 무료 코칭을 통해 개개인이 갖고 있는 가능성을 100% 이상 뽑아내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나이, 체격, 목소리 등 기본 자질을 바탕으로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재능까지 발견해주는 등 적재적소 '인생역할'을 만날 수 있도록 인도하는 족집게 가정교사인 셈이다.

정 소프라노는 충남대학교 음악과와 시립대학교 음악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라벨라의 오페라 스튜디오 장학생으로 선발돼 꾸준하게 실력을 연마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오페라 ‘돈파스콸레’ ‘라보엠’ ‘피가로의 결혼’ ‘코지 판 투테’  ‘돈 조반니’,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 창작오페라 ‘불량심청’ 등에 출연했다. 현재 라벨라 오페라 스튜디오 출신들이 모여 만든 공연 단체인 라벨라앤유의 대표를 맡아 활약하고 있다.

한 소프라노는 한양대학교 음악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로 건너가 밀라노 국립음대에서 공부했다. 중앙콩쿠르, 세종음악콩쿠르, 동아콩쿠르 등 국내에서 다양한 상을 휩쓸며 일찌감치 이름을 알렸다. 그는 ‘리골레토’ ‘돈 파스콸레’ ‘돈 조반니’ 등의 작품을 통해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최근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며 크고 작은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두 소프라노가 라벨라에 각별한 애정을 갖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이들도 나름 '흑역사'가 있었고, 그 터널을 빠져 나오는데 라벨라의 도움이 컸다. 

정 소프라노는 국내에서 석사까지 마쳤지만 오페라의 본 고장에 유학을 다녀오지 못했다. 큰물에서 공부했다는 경력이 필수코스로 인식되는 성악 세계에서 아쉬움이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한 소프라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학 졸업 후 이탈리아 유학까지 다녀왔지만 결혼과 출산을 거치면서 경력단절녀의 신세를 면치 못했다. 그 역시 무대 위 오페라 가수로서의 갈망이 늘 가슴깊이 꿈틀거렸다.

이런 그들에게 손을 내 밀어 준 곳이 바로 라벨라였다. 여기에는 학연·지연·혈연 등 그 어떤 '끈'이 없다. 오로지 실력 하나로만 평가한다. 이곳이 있었기에 두 사람은 다시 꿈을 키워 나갈 수 있었다.

한 소프라노는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단절을 겪고 있을 때 가장 먼저 러브콜을 해준 곳이 바로 라벨라였다"라며 "아직 두 살 밖에 안 된 아이를 떼어놓고 연습 하러 나올 때면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나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며 활짝 웃었다.

◆ 두 소프라노의 특별한 인연…"시종 오스카 역으로 어깨 나란히"

베르디 오페라 '가면무도회'에서 나란히 오스카 역으로 캐스팅 된 소프라노 정곤아(왼쪽)와 한은혜가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라벨라오페라단에서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photoyms@seoulmedia.co.kr
베르디 오페라 '가면무도회'에서 나란히 오스카 역으로 캐스팅 된 소프라노 정곤아(왼쪽)와 한은혜가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라벨라오페라단에서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photoyms@seoulmedia.co.kr

두 소프라노는 운명처럼 같은 작품으로 무대에 선다. ‘가면무도회’에서 오스카 역할을 번갈아 맡는다. 절친 선후배가 동시 캐스팅되는 영예를 안았다. 

'가면무도회'는 1792년 실제로 일어난 스웨덴 왕 구스타프 3세 암살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사랑과 우정을 둘러싼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18세기 유럽 무도회 모습과 의상·소품 등을 그대로 재현하는 등 풍부한 볼거리를 담고 있다.

두 성악가가 연기하는 오스카는 주인공인 '리카르도' '레나토' '아멜리아' 만큼이나 특별하다. 오스카는 리카로도의 남성 시종으로 비중은 적지만 극의 분위기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기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특히 이 역은 성악가 조수미가 연기해 유명해지기도 했다. 

두 사람이 오스카의 캐릭터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르다. 실제 본공연에서 이런 차이점을 직접 비교하며 듣는 것도 감상포인트다.

“처음 캐스팅이 확정되고 차 안에서 서곡을 듣는데 이유 없이 그냥 눈물이 펑펑 났어요. 베르디가 가지고 있는 모든 음악적인 소스를 다 넣어서 만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서곡만 들었는데도 극 전체 분위기가 그냥 다 읽히더라고요. 베르디만의 작곡 기법으로 곡에 다양한 장치를 넣었는데 악기에다가 모든 내용을 다 써놨다고 해야 할까요. 각 역할마다 주제 선율도 있고요. 마찬가지로 오스카도 서곡과 같은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주인공은 아니지만 극을 이끌어 가는 힘이 있거든요. 처음엔 그냥 ‘남성 시종역할’ 정도의 정보만 가지고 있었는데 공부하면 할수록 이 역할을 사랑하게 됐죠.(정곤아)”

“오스카 역을 처음 맡았을 때 악보와 대본을 펼쳐보고 깜짝 놀랐어요. 오스카가 주인공이 아닌데 역할에 비해 너무나 큰 비중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분밖에 되지 않는 오스카의 아리아가 6~7분가량 부르는 다른 아리아보다 훨씬 더 어렵다고 느꼈을 정도로 베르디가 오스카를 굉장히 응축해 사용했다는 느낌이 들었죠. 게다가 총 1, 2, 3막 중 2막에는 전혀 출연을 하지 않을 만큼 작은 역할인데, 1막과 2막에 등장인물 전체가 함께 부르는 떼창 부분의 주선율이 오스카에게 포커싱되어 있어요. 처음에 듣고는 ‘이거 주인공이 아멜리아가 아닌가’라고 생각하기도 했어요.(한은혜)”

두 사람의 인연 또한 특별하다. 공식인연은 지난해 한 소프라노가 라벨라에 입단하며 정 소프라노와의 만남이 이뤄졌지만 비공식 인연은 그보다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 소프라노는 고3 입시 당시 한 소프라노의 콩쿠르 영상을 보며 성악에 대한 꿈을 키웠다. 열아홉살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용기를 내 음악에 도전했고, 치열한 입시 경쟁에 뛰어든 것 역시 한 소프라노 덕이었다.

“언니는 저에게 지금도 로망과 같은 존재입니다. 언니 영상을 보며 꿈을 키웠는데 이렇게 라벨라에서 우연히 만나 같은 역을 연기하게 돼 무척 영광스럽습니다. 언니는 저에게 좋은 선생님입니다. 소리를 내는 법부터 이탈리아어 발음 하나까지 교정해주는 등 정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서로에게 꿈을 선물하고 선물 받은 두 사람이 만나 오스카라는 인물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진력을 기울이고 있다. 둘은 무대 위 최상의 연기를 펼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예컨대 극중 남자인 오스카 역을 소화하기 위해 미소년의 걸음걸이 혹은 표정을 연구하거나, 다이어트를 감행하는 등 완벽한 오스카를 함께 만들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극 전개 220분 중 40분의 무대에 서기 위해 하루 종일 연습하며 컨디션 관리에 힘쓰고 있을 만큼 해당 역에 큰 애정을 가지고 있다. 

한 소프라노는 나이로는 동생이지만 오페라단 입단 선배인 정 소프라노에 대해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곤아는 아이디어가 참 많은 친구예요. 제가 이탈리아어 등 언어에 대한 도움을 준다면 정 소프라노에게는 연출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얻고 있습니다. 특히 같은 배역을 맡아 경쟁할 법도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연락을 주고받으며 극중 연기나 연출 그리고 노래 등 서로 다른 해석을 공유합니다. 또  연습 시 모니터링 해주며 완벽한 오스카 역을 만나기 위해 열중하고 있습니다.”

◆ “후배 육성과 함께 대중적인 오페라 무대 만드는 것이 꿈”

베르디 오페라 '가면무도회'에서 나란히 오스카 역으로 캐스팅 된 소프라노 정곤아(왼쪽)와 한은혜가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라벨라오페라단에서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photoyms@seoulmedia.co.kr
베르디 오페라 '가면무도회'에서 나란히 오스카 역으로 캐스팅 된 소프라노 정곤아(왼쪽)와 한은혜가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라벨라오페라단에서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photoyms@seoulmedia.co.kr

두 소프라노는 앞으로 오페라가 대중문화에 편입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페라 자체의 품격을 유지하면서 K팝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으며 좋겠다는 의미다. 일부 마니아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즐기는 음악, 이게 바로 두 사람이 노래하는 이유다.

또한 라벨라의 캐치프레이즈에 걸맞게 후배 육성을 이어 나가고 싶다는 포부도 함께 밝혔다. 아이돌 그룹 뺨치는 오페라 스타가 많이 나오는데 힘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향후 공연문화계를 바꿔보고 싶은 꿈이 있어요. 많은 관객들이 뮤지컬 티켓을 사서 보듯이 오페라 또한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볼만한 가치가 있는 장르로 기억됐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이 때문에 저 역시 무대에 오를 때 ‘오늘 나의 역할이 관객들이 지불한 표 값을 100% 충족 시켜주었는가’에 대해 많이 생각해요. 오페라는 주연이든 조연이든 연기자들의 협업이 잘 되어야 빛이 나는 극이기 때문에 매력적이에요. 많은 사람들에게 꼭 사랑받는 장르로 거듭나길 소망합니다. 장기적으로는 라벨라오페라단과 같은 후배 육성에도 힘쓰고 싶어요.”(정곤아)

“오페라의 대중화와 더불어 멋진 오페라가수가 되는 것이 꿈이에요. 오페라를 하다 보니 노래만 잘해서는 안 되고 연기도 반드시 잘해야 되더라고요. 열심히 노력해서 많은 관객에게 ‘한은혜’라고 하면 ‘믿고 보는 오페라가수’라는 수식어가 뒤따를 수 있는 그런 성악가가 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하고 있는 우리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한은혜)

두 소프라노는 마지막으로 '가면무도회'는 음악적 독창성과 실험성이 빛나는 작품이라며 더 재미있게 즐길수 있는 깨알팁을 짚어줬다. 

“‘마스케라토(mascherato)’는 ‘가면을 쓰다’라는 뜻과 함께 ‘마스크 속에 숨은’ ‘비밀이 있는’ 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요. 그래서 극의 연출 또한 가면을 쓰고 사는 우리의 인생과 닮은 모습, 그리고 인간의 내면에 있는 진실 등의 의미를 담고 있죠. 이런 제목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곱씹으며 감상하면 더 재미있을 거예요. 또한 의상에 숨어있는 인물의 지위나 성격 등을 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입니다. 극 전개가 워낙 긴박하고 등장하는 인원도 많아서 눈을 떼지 못할겁니다. 무엇보다 마니아라면 오페라를 보기 전 대본을 한번 쭉 읽어보고 오시는 것도 추천 드려요. 극의 전개를 더욱 더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한편 '가면무도회'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동안 모두 네차례 공연한다. 세계적인 이탈리아 지휘자 실바노 코르시가 지휘봉을 잡고 섬세하고 감성적이면서도 정확한 극 전개로 유명한 이회수가 연출을 맡는다.

친구의 아내를 남몰래 사랑하는 총독 리카르도 역에는 테너 국윤종과 김중일이 캐스팅됐다. 레나토 역은 바리톤 박경준과 최병혁이, 레나토의 아내 아멜리아 역은 소프라노 이석란과 강혜명이 번갈아 맡는다. 

임유정 기자 wiselim88@naver.com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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