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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구로점 24번 계산대의 비극···10년차 캐셔 사망 '시끌'

기사승인 2018.04.13  16:5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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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트노조 "제대로 응급조치 못받아 숨졌다" vs 사측 "추모식은 사실상 업무 방해"

11일 서울 이마트 구로점 24번 계산대에 근무중 숨진 권미순 사원을 추모하기 위해 동료들이 헌화한 국화꽃이 놓여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11일 서울 이마트 구로점 24번 계산대에 근무중 숨진 권미순 사원을 추모하기 위해 동료들이 헌화한 국화꽃이 놓여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10년 동안 같이 일한 가족 같은 동료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지난달 31일 서울 이마트 구로점에서 캐셔(cashier) 업무를 보던 여성 직원이 돌연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같은 달 28일 남양주 이마트 도농점에서 무빙워크를 수리하던 하청업체 청년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데 이어 나흘 만에 일어난 비보다.

마트산업노동조합(이하 마트노조)에 따르면 사망한 권미순(47) 사원은 이날 밤 10시 32분께 갑작스러운 가슴통증을 호소하며 근무하던 24번 계산대에서 쓰러졌다. 

권 씨는 10여분 만에 도착한 119 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안타깝게도 숨졌다.

유가족이 공개한 시신검안서에 따르면 권 씨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허혈성 심장질환에 의한 돌연사다. 유가족은 권 씨가 평소 앓던 지병은 없었다고 밝혔다.

마트노조는  최근 일어난 두 사고 모두 이마트의 근무 환경과 초기 대응 미흡에서 온 결과라며 이마트 본사에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당일 매장에는 매장 관리를 전반적으로 담당하는 슈퍼바이저(SV)와 보안사원 등이 있었지만 심폐소생술(CPR)을 할 수 있는 안전관리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며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권 씨는 어떠한 응급조치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살릴 수 있었는데 이마트의 실수로 골든타임을 놓쳤다"라며 "마트 내 제세동기도 시행하지 않았다. 하다못해 방송을 통해 심폐소생술이 가능한 사람을 찾으려는 노력조차 하지않고 속수무책이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마트측은 초동대처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반응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사고발생 직후 이마트소속 SV가 119에 신고한 뒤 초동조치를 시행했다"며 "심폐소생술과 제세동기는 의식이 있을 때는 할 수 없다. 당시 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시행하지 않은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권 씨는 병원으로 이송되기 전 그 자리에서 이미 사망했고, 노조 관계자와 유가족이 함께 CCTV를 확인한 결과 마트 내부 관리자의 초동조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 노조 vs 마트, 좁혀지지 않는 입장차 

마트산업노동조합이 10일서울 명동신세계본점 앞에서 '신세계이마트 두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정용진 부회장이 나서 사과와 재발방지 노력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지난 2일 마트노조는 이마트 구로점 앞에서 사망한 권 씨의 추모식 및 이마트 규탄행동에 나섰다. 일부 노조원들은 추모촛불문화제를 마치고, 오후 8시께 권 씨가 근무하던 24번 계산대로 향하던 중 이마트 관계자와 충돌했다.

노조 관계자는 "이마트 관리자들이 '이곳은 사유지니 들어오지 말라' '집회하던 곳으로 돌아가라' '추모는 아까 다 하지 않았냐'며 참가자들을 막아 세웠다"고 당시 상황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무리를 지어 가지도 않았고 손에는 추모의 마음을 적은 포스트잇만 들고 있었을 뿐인데 100여 명의 경찰이 물리적으로 마트 입구를 가로 막았다"며 "10년 동안 함께 일하던 동료가 황망하게 세상을 떠났기에 애통한 마음이 드는 것이 정상인데 이걸 제지하는 것을 보니 배신감이 든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당시 영업시간이었고 영업을 방해하는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해 경찰을 부르게 된 것이다"라며 "마트 내부에서 쇼핑을 하고 있던 고객들의 불편을 일으키는 요소가 될 수 있어 영업을 종료한 이후 평화적으로 모두가 나눌 수 있는 추모를 고려해달라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갈등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급기야 이마트는 지난 4일 김기완 마트산업노조 위원장, 전수찬 마트산업노조 수석부위원장 겸 이마트지부장 등 6명 등을 구로경찰서에 고소·고발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고소·고발을 진행한 것은 한사람의 의견이 아니라 해당 안건을 두고 경영진이나 관계자들이 논의를 한 부분이기 때문에 당장 어떻게 할 예정인지 답변하기는 어렵다"면서 "고소 취하 여부에 대해 현재로선 변함없는 입장이다"고 밝혔다.

◆ 마트노조 "정용진 부회장 공식 사과 바란다"

마트산업노동조합이 10일서울 명동신세계본점 앞에서 '신세계이마트 두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정용진 부회장이 나서 사과와 재발방지 노력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일단 이마트는 지난 10일 응급처치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며 한 발 물러섰다. 노조측 주장을 일부 인정하고 받아들인 셈이다.

이마트는 매장 내 응급상황에 대응체계 강화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심폐소생술 교육 이수 대상을 확대하고, 자동 심장충격기도 확대 도입키로 했다. 전 직원 대상으로 위급환자 대응 방법과 구급장비 사용법에 대한 교육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날 마트노조도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알렸다.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마트에서 잇따라 발생한 사망사고에 대해 규탄했다. 이 자리에는 김종훈 국회의원(민중당)도 자리했다.

마트노조는 기자회견을 통해 ▲ 고인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보상 ▲ 재발방지대책 및 안전관리 매뉴얼 수립 ▲ 고인의 산업재해 신청 협조 ▲ 매장 내에서의 동료들과 시민들의 추모 보장 ▲ 안전업무에 대한 외주화 중단 ▲ 사고가 발생한 구로점 소속 지원에 대한 심리치료 등을 핵심으로 본사에 요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신세계가 운영 중인 사업장에서 사망사고가 잇따르는 것은 전반적인 안전관리 운영이 부실한 결과며 사고대응 조치가 미흡해 발생한 인재사고다"라며 "법망을 피해 서류로만 진행되는 안전교육, 소방교육은 중단되어야 하고 위험관리, 안전관리 부서를 책임지고 운영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정용진 부회장은 사태를 악화시켜 전국민적 분노가 신세계를 무너뜨리기 전에 지금이라도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며 "부디 인간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wiselim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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