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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장길 칼럼] 판문점 선언은 실현돼야 빛난다

기사승인 2018.04.28  18: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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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처음 만나서 내놓은 합의들은 세계를 놀라게 할 만한 획기적인 사안들이다. 공동발표된 판문점 선언에 담겨있는 13개 조항은 그 하나하나가 오랜 시일에 걸쳐 협의해도 결론을 내기가 힘든 난제들이었다. 그런 문제들의 해결책을 한꺼번에 쏟아낼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양측의 입장이 뜨겁고도 긴박했고, 오랜  숙원이었으며, 상황이 무르익었음이 반영된 것이다.  또한 정상들의 비전과 의지가 강했고, 최고지도자들에 의한 하향식(Top Down) 결정이었다는 점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본다. 

가장 중요한 의제는 한반도의 비핵화 문제였다. 판문점 선언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 목표를 확인하고, 북측의 조치들이 의의있고 중대한 결정이라고 인식했다. 또 앞으로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 하기로 했다. 이는 비핵화를 실현한다는 기본입장을 포괄적으로 확인하는 선언적 의미가 있다. 그 취지 대로만 실천하면 북핵문제가 평화롭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내용은 과거 북한의 주장을 되풀이 한 것에서 별로 진전이 없고, ‘목표’라는 느슨한 어휘를 사용하므로서 강한 해결 의지에 미치치 못하며, 그 실천방법이 구체화되지도 않았다. 또 양측이 함께 책임과 역할을 하자고 하므로서 북의 책임회피의 여지와 트집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깨면서 누락된 부분의 추가 사찰을 거부하면서 네 탓으로 돌린 과거의 악연도 있지 않은가.   

김 위원장은 비핵화라는 의제에서 세부로 들어가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에서 구체적인 협상을 하려고 히든 카드를 남겨둔 것으로 보인다. 체제 보장과 보상 요구 등의 첨예한 협상에 대비할 것이다. 30여년 동안 개발한 핵문제를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 뻔하지 않은가. 어차피 미북정상회담 전의 준비과정에서 상당한 밀당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태도로 보아 과감한 판단이 아니고서는 타협이 불가하다는 현실을 김 위원장도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판문점 선언은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하여 정전상태를 종식시키켜  올해 안에 종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꾼다는 원칙에 합의하고, 평화체제를 위해 남북미의 3자 정상회담, 또는 중국을 포함한 4자 회담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반도에서 휴전을 종전으로 바꾸고 더이상 전쟁이 없다고 선언하는 것은 한민족 뿐만 아니라 지구촌이 원하는 평화의 정신이다. 당연히 남한의 온 국민은 물론 북측의 주민들도 환호할 일이다. 이 방안도 북한이 계속 요구했던 체제보장의 한 모양새로서, 정전협정의 당사국인 미국과의 협의에서 진전될 수 있으며 미북 간의 관계개선 방안과도 연계돼 있다.
 
남북한의 두 정상은 상호불가침 합의를 확인하면서 단계적 군축도 실현해나가기로 했다. 또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기로 하고, 다음 달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의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중단하며,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조성하기로 했다. 두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표방한 평화, 번영, 통일이라는 명제에 뜻을 같이한다면 당연히 취할 선결 조치다. 다만 북의 비핵화가 전제돼야 뒤따를 수 있는 군사적 대치의 완화임에는 틀림없다. 

남북 간의 군사적 대립과 충돌을 막기 위해 다음 달에 장성급 군사회담을 열기로 한 것은 중단됐던 회담의 복원이지만, 북이 그동안 미온적이었던 점을 돌이켜보면 어떤 상황에서든 돌발적인 충돌의 예방 차원에서도 유익할 것이다.   

남북정상 간의 직통전화의 활용을 재확인 한 사항도 앞으로의 대화를 진전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정상회담의 정기화와 올 가을 문 대통령의 평양방문에 합의한 일은 남북화해와 경제적 협력을 위해 매우 전향적이다. 문 대통령이 평양을 답방한다면 그만큼 남북 간의 신뢰는 쌓일 것이며, 북의 도로와  인프라, 플랜트 건설 등에 대한 협의가 필연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판문점 선언은 개성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데 합의하므로서 개성공단의 재개에도 희망을 주었고, 남북철도의 개통에도 청신호를 밝혔으며, 금강산 관광에도 폐쇄의 빗장이 풀릴 듯한 예상을 낳았다. 또한 과거 두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남북협력안도 재추진할 명분을 살렸고, 2018  아시안 게임의 공동참여에도 합의를 보았다.     

그러나 이 모든 합의와 희망들은 미북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를 확실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게(CVID) 합의하느냐에 운명을 같이한다. 만일 불행히 미북협상이 결렬되면 사태는 또다시 겉잡을 수없이 파국으로 치닫고, 북핵긴장은 더 고조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국제사회의 북에 대한 제재도 강화될 것이며, 남북합의도 물거품이 된다. 다행히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만나 과거로 되돌아가지 않게 하자고 강조했으니 미북정상회담에서 북핵이 타결되고 한반도에 평화가 다져지게 되리라고 기대되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올해 들어서 남북정상회담과 미북정상회담, 그리고 북중정상회담을 갖는 등 틀을 깨고 특단의 행보를 보이는 데는 북한이 타개해야 하는 난국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와 무력시위로 신변과 체제에 위협을 느끼면서 주민들이 견디기 힘든 빈곤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이런 상황 아래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 대립하면 파국이고 협조하면 지원을 받는다. 판문점에 북한의 수뇌부가 총출동해서 공을 들이는 모습에서 그들의 처지가 읽힌다. 김위원장의 갈 길은 하나다. 북핵을 포기하고 중국처럼 국제사회에 동참함으로써, 지원도 받고 시장도 개선하는 일이다. 그러면 경제적 발작을 이기고 안심하고 ‘경제강국’이 되도록 어젠다를 돌릴 수 있다.  그것이 곧 판문점 선언이 효력을 얻고 빛나는 길이기도 하다. 물론 한국도, 미국도, 그리고 북한도 평화와 안정과 번영을 누리게 되는 길이다.

송장길(언론인·수필가) womaneconom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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