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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의 숨겨진 일화들···그 속에 담긴 마지막 가르침

기사승인 2018.05.10  09: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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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찬주 작가 '법정스님의 뒷모습' 산문집 출간...진정한 수행자의 길 보여줘 감동

'법정스님의 뒷모습'

<스님께서는 언행이 맑은 수행자들에 대해 가끔 이야기해주셨다. 해제 때 선객들이 벗어놓고 간 양말이나 러닝셔츠를 빨아 다리 밑에 사는 넝마주이들에게 갖다주는 스님, 못 자국 하나 없는 빈방에서 차를 마시는 스님, 드라이버를 지니고 다니면서 버스 안 기기들의 느슨해진 나사를 조여주는 스님, 신도들에게 신세지기 싫다고 도시락을 싸와 공원에서 식사하는 스님, 산길을 넓힌다고 함부로 나무를 베지 않는 스님 등을 좋아하셨다. 한마디로 수행자다운 수행자를 칭찬하고 가까이하셨다.>(78-79쪽)

<법정스님은 오입보다 더 무서운 것이 ‘사입(寺入)’이라고 말씀하셨다. 사전에 없는 단어인 사입은 광신적으로 절에 다니는 것을 뜻한다. 제정신으로 살자는 것이 신앙생활의 기본인데, 가정생활을 다 팽개치고 절에 미쳐 다닌다면 잘못된 것이라고 스님은 말씀하셨다. 스님은 절집 안에서 벌어지는 잘못된 행태도 결코 방관하지 않으셨다. 특히 절 안에서 버젓이 벌이고 있는 상행위를 못마땅해하셨다.[...] 안내소나 종무소 앞에는 불단에 올릴 쌀은 얼마, 초는 얼마, 아직 짓지도 않은 전각의 대들보는 얼마, 기둥은 얼마, 서까래는 얼마, 기왓장은 얼마 하고 가격표가 붙어 있는데 법정스님이 보았다면 어찌하셨을지 짐작이 간다. 아마도 씁쓸한 표정으로 혀를 끌끌 차셨을 것이다.>(90-92쪽)

산문집 '법정스님의 뒷모습'(한결미디어 출간, 288쪽, 1만5000원)에는 2010년에 입적한 법정스님의 이런 숨겨진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스님의 가르침을 담고 있는 '마지막 선물'과도 같다.

'산은 산 물은 물' '암자로 가는 길' 등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 정찬주가 글을 썼다. 그는 법정스님 저서의 담당 편집자로서 또  각별한 재가제자로서 스님과 오랜 인연을 맺었다. 이 책을 몇장만 넘겨도 즉시 깨닫는다. 스님의 평소 법문과 일치했던 실제 삶이야말로 우리가 간직해야 할 진정한 가르침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가장 감동적으로 남겨진 법정스님의 모습은 놀랍게도 동일했다. 작가는 이렇게 고백했다.

"텔레비전으로 방영된 스님의 장례식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고승들이 꽃으로 장식한 운구차에 실려 갔지만 스님은 당신의 유언에 따라 그러지 않았다. 누운 스님을 가사 한 장으로 덮은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스님의 그 모습은 송광사를 찾은 모든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다. 그때 나는 뒷모습이 참모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 사람이 살아서 가는데 만 사람이 죽어서 따라간다는 조주선사의 말을 인용하면서 작가는 이렇게 질문한다. “나는 산 사람인지 죽은 사람인지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게 어찌 나뿐일까? 스님의 마지막 길을 보려고 온 사람들 모두 그러지 않았을까?”

'법정스님의 뒷모습'은 정찬주의 전작들과는 구분된다. 스님의 일생을 소설화한 '소설 무소유', 수행처들을 찾아다닌 기행 산문집 '그대만의 꽃을 피워라'와는 다르게 스님이 남긴 가르침과 일화들을 되새기는 가운데 위대한 수행자 한 분이 어떻게 우리 곁에 살다 갔는지를 이야기 하고 있다 정윤경 작가의 그림과 유동영 작가의 사진 40여 컷 또한 이 책의 주옥같은 일화들을 더 빛내주고 있다. 

1부에는 법정스님이 대통령의 청와대 초대를 거절할 정도로 권력자를 멀리한 이야기, 작가가 불일암에서 스님에게서 법명과 계첩을 받고 제자가 된 이야기, 스님에게서 낙관 없는 현판 글씨를 받은 이야기, 스님이 대원각 땅을 시주받아 길상사를 창건한 이야기, 작가가 과거 편집자로서 스님의 저서를 만들던 이야기, 스님이 입적한 뒤 누에고치처럼 자신을 가두어 '소설 무소유'를 완성한 이야기 등이 나온다. 2부에는 스님의 가풍을 이어 받아 작가가 하루하루 일궈가는 산중생활의 사계절 풍경들이 소개되며, 3부에는 법정스님을 추모하는 글이 장식하고 있다.

김영한 여사로부터 1000억원대의 대원각을 시주받아 성북동 길상사를 창건한 이야기에서는 스님의 올곧은 성품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아무 조건 없이 제가 대원각을 내놓겠으니 스님께서 받아주십시오. 다만 절이 잘 운용되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감사 한 사람을 둘 수 있도록 허락해주십시오.’ 감색 양복을 입은 남자는 감사 후보자임이 분명했다. 그때 스님이 자리에서 슬그머니 일어섰다. “우리나라에는 고승이 많습니다. 그분들을 만나보신 뒤에 믿음이 가는 분에게 시주하십시오.” 스님은 이렇게 한마디 하고는 바로 나가버리셨다. 그때부터 여사는 2년 동안, 사람들이 고승이라고 존경하는 스님들을 찾아가 두루 만나보았다고 한다. 여사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조건에다 여사가 좋아할 만한 조건을 더 붙여 맡겠다는 스님들이 제법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여사는 결국 다시 법정스님을 찾아와 “감사를 두겠다는 조건을 거두겠으니 받아주십시오”라고 하소연하며 당시 1천억 원대의 대원각을 시주했다. 불친절하기 짝이 없는 스님이지만 자신의 재산에 정작 무관심했던 스님이기 때문이었다. 여사가 생각하는 고승의 조건이란 그것이 전부였다. 자신의 재산을 받아줄 스님을 기어코 찾아낸 여사의 내공도 녹록지 않은 것 같다.>(98-99쪽)

새벽에 일어나 혼자 예불하고, 채마밭을 가꾸고, 좌선하고, 차를 마시고, 책을 읽고, 만행하는 등 보통 스님의 일상을 조금도 벗어난 적이 없었던 법정스님은, 죽음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극한상황에서도 병상에서 홀로 조석예불을 거르지 않았다. 

한 수행자의 한평생 살림살이를 그대로 보여주는 스님의 마지막 뒷모습은 오늘날 우리 곁에 수행자가 존재하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일깨운다. '법정스님의 뒷모습'은 우리를 그토록 감동시킨 무소유의 삶이 진정 무엇을 가리키는지를 보여준다. 

민병무 기자 joshuami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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