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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회 칼럼] 씁쓸한 가정의 달

기사승인 2018.05.10  09: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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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인 5월 서울 시내 길거리에 카네이션 화분 바구니가 진열되어 있다. /여성경제신문 자료사진

―꽃은 피고 새들 우짖는 ‘계절의 여왕’ 5월. 가정은 평안하십니까? 행복해야 할 ‘가정의 달’에 우리의 자화상을 생각합니다―

100여 년 전인 1900년대 초 미국 버지니아주 웹스터마을에 안나 자이비스라는 소녀가 엄마와 단둘이 살았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사랑하는 엄마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슬픔에 빠진 소녀는 자주 엄마의 묘소를 찾아 그리움을 달래며 카네이션을 주위에 심었습니다. 그리고 평소 엄마에게 잘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곤 했습니다.

소녀는 어느 날 교회 친구들과의 모임에 흰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나갔습니다. 친구들이 의아해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소녀는 “엄마가 그리워 묘소에 핀 꽃을 잘라 달았다”고 대답합니다. 안나의 사연은 친구들에게 감동으로 전해졌고 마을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어머니에게 잘 하자”는 운동이 퍼져나가 1904년 시애틀에서 처음으로 ‘어머니의 날’ 행사가 열렸습니다.

그로부터 해마다 어머니가 살아있는 사람은 붉은 카네이션을, 세상을 떠난 사람은 흰 카네이션을 가슴에 다는 풍습이 생겨났고 1913년 이래 매년 5월 둘째 일요일을 ‘Mother's Day’(어머니 날)로 정해 점차 미국은 물론 전 세계로 퍼져 나갔습니다. ‘어머니 날’의 유래에는 그런 가슴 저린 사연이 서려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56년 5월 8일을 ‘어머니 날’로 정해 기려왔는데 “같은 부모에 아버지의 날은 왜 없느냐?”는 항의성 여론이 돌아 1973년부터 명칭을 ‘어버이 날’로 바꿔 범국민적으로 부모를 생각하는 날로 시행해 오고 있습니다.

5월은 일 년 열두 달 가운데 ‘계절의 여왕’이라 부를 만큼 참으로 좋은 달입니다. 춘삼월이 지나 여름이 오기 전 춥지도, 덥지도 않은 알맞은 기온에 녹음방초(綠陰芳草) 산천에 어우러져 그야말로 괴나리봇짐이라도 둘러메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계절이 바로 이때이니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부른들 이의를 달 일은 아닐 듯싶습니다. 하긴 하늘만 쳐다보고 살던 농경시절, 양식이 떨어져 보릿고개를 넘어야 했던 때가 이때이긴 했습니다.  

그 때문인지 우리나라는 유독 5월에 기념일이 많이 몰려 있습니다. 1일이 근로자의 날이요, 5일이 어린이 날, 8일이 어버이 날, 15일이 스승의 날, 18일이 광주민주화운동기념일, 19일이 발명의 날, 21일이 부부의 날, 셋째 주 월요일인 21일이 성년의 날, 22일이 석가탄신일(음4월8일), 31일이 금연의 날입니다. 기념일이 많은 것은 개인이나 사회가 그냥 넘겨서는 안 될 잊지 말아야 할 날이 많기 때문일 것 입니다. 덧붙이자면 하루라도 그냥 넘기지 말고 특별히 기념하라는 뜻일 터입니다.

5월은 ‘가정의 달’이기도 합니다.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이 줄지어 있기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가정은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공동생활체, 즉 부모, 부부, 형제, 자매, 자식 등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입니다. 가정은 가족구성원이 동일한 주거공간에서 몸을 부딪치며 기쁜 일은 함께 기뻐하고 슬픈 일 또한 함께 슬퍼하는 온 가족 모두의 영혼이 깃든 안식처(安息處)요, 보금자리입니다. 또한 사랑의 공동체, 운명공동체라는 특수한 의미를 갖고 있는 곳이 바로 가정입니다.

가정은 사회의 최소 단위이자 기본단위입니다. 그러기에 정부가 ‘가정의 달’을 정하고 기념하는 것은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 더욱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자하는데 그 본뜻이 있을 것입니다.

가정에는 피를 나눈 혈육, 사랑하는 가족이 늘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곳은 지친 심신을 어루만져 주고 쉬게 해줌으로써 에너지를 재충전시켜주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가정에서만 얻을 수 있는 사랑이라는 ‘묘약’인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의 가정은 말처럼 그렇게 안락하고 행복하지만은 아닌 게 현실입니다. 가정이 행복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전제돼야 합니다. 우선 가족이 모두 건강해야하고 불편이 없을 만큼 경제가 필요합니다. 당연히 사회가 평온해야 하고 나라가 불안하지 않아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모든 가정이 행복할 만큼 제반 여건이 조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과연 우리사회의 가정은 얼마나 안녕한가, 몇 가지 통계를 찾아보았습니다. 2017년 한해 국내에서 결혼한 숫자가 26만4500쌍이었고 이혼한 부부는 10만6000쌍이었습니다. 수치로 보아 세 쌍 중 한 쌍이 이혼을 한 것입니다.

2016년 한해 국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1만3092명이었습니다. 전국에서 날마다 하루 평균 35명이 자살을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두 경우 모두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1위의 기록입니다. 이혼율이 가장 높은 나라, 자살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라면 다른 통계를 굳이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자식이 부모를, 부모가 자식을 해코지하는 잔인한 존비속(尊卑屬) 살해가 계속 증가해 전체 살인 건수의 5%나 된다는 사실은 오늘날 우리의 가정이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지금 국내의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총 662만4000명입니다. 2016년 어림 전체인구 5154만1582명의 12.8%입니다. 어느 사이 ‘노인공화국’이 되었습니다. 한데, 문제는 그 노인들의 절반이 빈곤층이라는 사실. 그것도 세 사람 중 한 사람은 의지할 데 없는 독거노인이구요.

그것뿐이겠습니까. 생활고를 못 견딘 일가족 집단자살, 어린 자식을 학대하고 살해해 암매장하는가 하면 늙은 부모를 시해(弑害)하는 일조차 비일비재하니 솔직히 ‘가정의 달’을 얘기하는 것조차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정의 달’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일자리를 찾는 젊은이들이 거리를 헤매고 결혼을 포기한 비혼자(非婚者)들이 점점 늘어나고 1인 가족 500만 시대, ‘가정의 달’이 쑥스럽기만 합니다.

국민소둑 100달러 미만이던 1950년대, 모두가 가난하던 시절에도 사회가 이렇게 팍팍하지는 않았습니다. 식량 자급이 안 돼 ‘밥걱정’은 했지만 나라가 이처럼 어지럽지는 않았습니다.

초근목피(草根木皮)로 목숨을 부지했어도 한번 결혼하면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되도록 백년해로하는 것이 반드시 지켜야 할 미덕이 돼 이혼이란 있을 수 없는 금기(禁忌)였고 일 년 열두 달 어디서 누구 한 사람 자살했다는 소문 듣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죽을 때가 가까운 노인들이 제 목숨을 제 손으로 끊는다, 그것도 세계1위라니. 그런데 경제가 발전해 국민소득이 3만 달러라면서 어찌 나라는 이 지경이 되었는지 나는 알지 못합니다.

더 늦기 전에 이 위기를 벗어나야 합니다. 정치지도자들은 정쟁을 그치고 책임을 통감해야 합니다. 지금 북한 핵 보다, 경제보다 더 무서운 것이 국민의 갈등이요, 분열입니다. 가정이 해체되고 있는데 ‘가정의 달’은 무슨 ‘가정의 달?’ 

‘국민행복’ 어쩌고 하던 대통령은 감옥에 가있고 또 한사람 대통령 역시 가족이 총동원 돼 재산 불리기에 눈이 멀었으니 나라가 이 모양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인들은 제발 딴 소리들 하지 말고 우리사회가 위기에 처해있음을 인식해야합니다. 행복하지는 못하더라도 불행하지만은 않은 가정이 늘어나는 그런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4·27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가 크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원위원장이 연이어 중국으로 날아가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밀담을 나누고 일본에서는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이 열리고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두 번째 북한을 다녀가는 등 동북아 네 나라에 비상이 걸린 상태입니다. 바라건대 제발 어렵게 조성된 평화무드에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간절히, 간절히 기대합니다.

김영회 yhk9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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