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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기타주류’의 구조적 함정…국산맥주 역차별에 ‘죽을 맛’

기사승인 2018.05.14  15:4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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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입맥주, 여성 취향 정조준에 파격적 가격 공세까지 '대대적 공습'

14일 이마트 미아점에서 한 소비자가 수입맥주 코너를 둘러보고 있다./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주세법 상 주류와 기타주류의 분류가 가져오고 있는 파장이 만만찮다. 여기에 FTA 파고도 현재화 되고 있다. 국산맥주가 당면한 현실이다.

최근 4캔에 1만원에 판매되던 수입맥주가 4캔에 5000원이라는 절반가격으로 뚝 떨어졌다. 그동안 편의점과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4캔 1만원에 팔리며 국산 맥주를 위협하던 수입맥주를 이제는 한 캔에 1000원이 조금 넘는 가격에 사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내맥주 업계는 수입 맥주가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 맥주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며 주세법 역차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지난 10일 업계 최초로 스페인 정통 필스너 맥주인 '버지미스터 (500㎖)'를 출시하고 4캔에 5000원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이는 동일 용량의 기존 맥주와 두 배 가량 차이나는 금액으로 일정기간 이벤트로 저렴한 가격에 반짝 제공하는 일회성 가격이 아니라 연일 동일한 가격에 선보이는 파격 특가다. 세븐일레븐은 혼자서 술을 마시는 혼술 문화가 보편화되고 기호에 따라 차별화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즐기려는 주류 소비문화가 확산되면서 이러한 흐름에 맞춰 뛰어난 가성비를 자랑하는 수입맥주 '버지미스터'를 단독으로 선보이게 됐다고 전했다.

추상훈 세븐일레븐 음료주류팀 MD(상품기획자) "변화하는 주류 문화와 다양해지는 입맛, 거기에 가성비까지 고려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버지미스터는 이러한 소비자의 입맛과 소비 트렌드를 모두 만족시켜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보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맥주를 선택해 마실 수 있어 더할 나위 없는 희소식 이지만 국산맥주 업계는 시름을 앓을 수밖에 없다. 국내 업체들은 수입맥주가 과세표준 차이로 국산맥주보다 더 낮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어 도저히 수입맥주의 저렴한 가격을 따라갈 수 없고 이 때문에 수입맥주가 국내 시장에서 계속해서 성장하는 것 이라고 설명한다. 또 이들은 주세법으로 인한 ‘역차별’이 해당 문제를 지속하게 만드는 주범이라고 지적한다.

국산맥주 업계 관계자는 “최근 출시된 4캔에 5000원 판매되는 수입산 맥주의 경우 주류법상 기타 주류로 분류돼 세금을 산정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 국산맥주와 가격적인 측면을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며 “맥주와 기타주류의 가장 큰 차이는 세금이다. 국내는 주세가 72%인데 기타주류는 거기에 반 정도도 안 되는 수준이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버지미스터가 외국에서는 기타주류가 아닌 일반적인 맥주로 분류해 판매되고 있다. 맥아 함량도 일반 맥주와 똑같다”며 “국내에 들어올 때 ‘일간산’이라는 첨가 성분 때문에 기타주류로 분류돼 저렴하게 선보일 수 있는 것이다”고 부연했다.

11일 세븐일레븐 소공점에서 스페인 정통 필스너 맥주인 '버지미스터'가 8캔에 1만원에 판매되고 있다./양문숙 기자 photoyms@seoulmedia.co.kr

이 같은 상황은 아이러니 하게도 주세법에서 만들어진다. 현재 국산 맥주의 출고가격 원재료비, 판매관리비, 마케팅비 등을 포함한 가격을 원가로 해서 여기에 세금을 매긴다. 원가에 이익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이익을 늘리려면 세금도 그만큼 많이 높아지고 소비자 가격도 늘어난다.

반면 수입 맥주는 수입 업체가 신고한 가격에 비례해서 여기에 관세를 더한 금액을 원가로 하고 여기에 주세가 붙는다. 수입 가격을 낮게 신고하면 세금을 덜 낼 수 있는 구조다. 대신 유통 과정에서 얼마든지 가격을 조정할 수가 있기 때문에 애초에 저렴한 가격으로 들어오는 수입 맥주가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된다. 수입 가격을 낮춰 신고하더라도 문제가 없고 판매관리비, 판매이윤에 대한 세금은 부과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주세법 '역차별'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미 FTA로 미국산 맥주에 대한 관세 4.2%가 올해 1월 1일부로 사라졌고, 한EU FTA로 유럽 산도 오는 7월부터 관세 3.7%가 없어질 예정이다. 그만큼 가격을 내릴 여지가 추가로 생기게 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맥주 업체들은 수입맥주 사이에서 가격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자구책을 마련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예컨대 하이트진로의 경우 지난해 맥아 함량을 낮춘 발포주 필라이트 출시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대표적이다. 출고가격 355㎖캔 기준 717원으로 12캔에 1만원에 판매되고 있는 필라이트는 동일용량의 기존 맥주대비 40%이상 저렴하다. 또 롯데주류의 경우 아예 수입맥주 마케팅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대응책만으로는 한계가 명백하다는 점이다. 업계 전반적으로 가격적인 측면에서 수입주류와 동등한 경쟁을 할 수 있는 법적 해결책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국내맥주 업계 관계자는 “향후 주세법이 수입맥주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정책이 바뀌어서 국산 맥주와의 역차별 문제가 조속히 해결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2014년 20%대 후반이던 수입맥주의 매출 비중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며 지난해 50%대를 넘어선데 이어 올해 56.4%를 기록하는 등 국산맥주를 밀어내고 수입맥주가 주력 주류에 올라선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수입맥주의 몸집이 나날이 거대해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9월 맥주 수입액은 2억 169만 달러를 기록했다. 처음으로 2억 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이는 전년대비 50.1% 증가한 수치다. 수입량이 늘어나면서 국내맥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약 13% 까지 끌어올렸다.

임유정 기자 wiselim88@naver.com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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