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태영호 자서전 '3층 서기실의 암호' 베스트셀러 만들어 준 북한

기사승인 2018.05.18  14:22:24

공유
default_news_ad2

- 남북고위급회담 무기한 연기 발표하면서 언급...폭로 입막음 하려다 오히려 홍보해준 꼴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지난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북정상회담과 남북관계 전망' 북한전문가 초청강연에 참석해 참석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김정은 급하고 거친 성격이다." "개성공단은 우리가 더 이익이니 14개 더 만들어라."

북한이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의 자서전 '3층 서기실의 암호'(기파랑·544쪽)'를 베스트셀러로 만들어줬다.

북한은 16일 새벽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남북고위급회담 무기한 연기를 발표하면서 태영호 전 공사를 언급했다.

북한은 먼저 한미 공군의 '맥스선더(Max Thunder)' 연합공중훈련을 비난한 뒤 "인간쓰레기들을 국회 마당에 내세워 우리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헐뜯고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을 비방중상하는 놀음을 벌였다"면서 "북남관계 개선 흐름에 전면 역행하는 무모한 행위들이 도가 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이같은 강경 발언은 태 전 공사가 14일 국회에서 개최한 강연과 이날 펴낸 자서전에 나와있는 내용을 문제삼은 것으로 보인다.

책은 출간 즉시 독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고 단숨에 주간(10~16일) 베스트셀러 상위권(인터파트도서 2위·예스24 3위)에 랭크됐다. 

북한 지도층의 실상을 폭로한 태 전 공사의 입을 막으려고 북한이 남북고위급회담 연기라는 강수를 뒀지만 오히려 책만 홍보해주는 역효과만 낳은 셈이다.

태영호 전 북한 공사의 자서전 '3층 서기실의 암호'.

이 책에서 태 전 공사는 북한 외교관으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의 대외정책 기조와 북한의 내부 모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과 일화 등을 소개했다.

북한이 2006년 1차 핵실험 감행 후 중국이 강하게 경고하자 '조선반도 비핵화는 미국으로부터 핵 불사용 담보를 받아낼 때만이 가능하다'며 맞받아쳤다고 태 전 공사는 밝혔다.

1차 핵실험으로부터 사흘 후인 2006년 10월 12일 리자오싱(李肇星) 당시 중국 외교부장과 강석주 당시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진행한 회담 기록문에 의하면 리 부장은 "조선은 이번에 핵실험이라는 넘지 말아야 할 산을 넘었다. 이제라도 핵개발을 중지하고 경제건설에 전념하기 바란다. 핵개발을 중지한다면 중국은 조선에 대한 경제군사적 지원을 늘릴 것이다. 핵으로는 조선의 체제를 지킬 수 없다. 경제부터 조속히 회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고 태 전 공사는 전했다.

그러자 강 부상은 "조선반도 비핵화란 남조선까지 포함한 전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뜻한다"며 "미국은 조선반도에서 핵전쟁 훈련을 계속하고 있고, 언제라도 핵무기를 끌어들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반도는 결코 비핵화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오직 우리의 핵으로 미국의 핵을 몰아내고 미국으로부터 핵 불사용 담보를 받아낼 때만이 (조선반도 비핵화가) 가능하다"며 "수령님의 조선반도 비핵화 사상이 실현될 수 있도록 중국이 조선과 미국의 관계를 중재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강 부상은 또 과도한 군비경쟁이 소련 붕괴로 이어졌다는 리 부장의 지적에 맞서 "내가 지금 중국 외교부장 리조성(리자오싱)과 담화하는 것인지, 아니면 청나라 사절 이홍장과 회담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소련이 붕괴된 것은 미국과의 군비경쟁 때문이 아니다. 당이 인민에 대한 사상교양사업을 게을리했고 당 자체가 부패하고 변질되었기 때문이다"라고 받아쳤다.

김정은 위원장의 성격에 대해 태 전 공사는 "대단히 급하고 즉흥적이며 거칠다"고 소개했다. 2013년 7월 재개관을 앞둔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전쟁기념관)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보고를 받은 김 위원장은 물바다인 지하에 구둣발로 들어간 뒤 "내가 그렇게 불조심하라고 했는데 주의 안 하고 무엇을 했느냐"며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면서 욕을 했다고 소개했다.

또 2015년 5월 김 위원장이 자라양식공장을 현지지도했을 때 새끼 자라가 죽어있는 것을 보고 공장 지배인을 심하게 질책한 뒤 처형을 지시해 즉시 총살이 이뤄졌다고 저자는 전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개성공단에 대해 "개성공단이 조선 체제에 장기적으로 위협이 되지 않겠느냐고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다. 하지만 얻은 게 더 많다. 우선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돈을 벌었다"고 말한 것으로 저서에 소개됐다.

김 위원장은 또 "개성 시민에 대한 자연스러운 통제와 관리가 용이해졌다. 다른 지역은 장마당 때문에 주민 통제가 얼마나 힘들어졌나. 개성 시민 5만명이 매일 한곳에 모여 일하고 퇴근하는데 따로 무슨 관리가 필요한가. 총체적으로 우리가 훨씬 이익이다. 이런 경제특구를 내륙으로 확대해야 한다. 개성공단 같은 곳을 14개 더 만들라"고 말했다고 태 전 공사는 전했다.

또 2014년 영국의 '채널4'가 북핵 문제를 다룬 연속극 '오퍼짓 넘버(Opposite Number)' 제작 계획을 밝히자 김영철 당시 국방위 정책총국장이 평양 주재 영국대사를 소환해 '영국 정부가 반북 드라마 제작을 중지하지 않으면 영국 내에서 상상할 수 없는 보복행위가 일어날 것이고 그 책임은 영국 총리가 져야 할 것'이라는 요지의 말을 전달했다고 태 전 공사는 전했다. 태 전 공사는 '말하자면 채널4 청사를 폭파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5년 9·19공동성명 체결 이후 북한 전력공업성 전문가들이 합의에 변전소 건설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며 '외무성이 합의를 잘못했다'고 비난했고, 외무성은 '시간을 벌기 위해 사기를 치고 있으니 모르면 가만히 있으라'고 대응했다고 태 전 공사는 말했다.

아울러 태 전 공사는 저서에서 평양시에 위치한 3층짜리 건물인 노동당 본청사 3층 서기실의 역할에 주목했다. 노동당 본청사는 지난 3월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대표단을 맞이한 곳으로, 당시 남측 고위인사에게 처음으로 공개됐다.

일반적으로 본청사가 우리 '청와대' 격이라면 서기실은 '비서실' 역할을 한다고 분석되는 곳이다.

태 전 공사는 "3층 서기실은 기본적으로 김정일·김정은 부자를 신격화하고 세습 통치를 유지하기 위한 조직이다"라며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나가 주민들이 김씨 부자의 실체를 알게 되면 3층 서기실은 와해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3층 서기실'은 대통령 비서실에 가깝다. 이곳은 중앙당 일꾼들도 마음대로 접근할 수 없는 완전한 금지구역으로 김정은 부자를 신격화하고 세습통치를 유지하기 위한 조직이다"라고 강조했다.

태 전 공사는 2015년 김정은의 형인 김정철이 런던에서 가수 에릭 클랩튼의 공연을 보러 왔을 때 3박4일 동안 수행했다. 그는 2016년 7월 김정은 체제에 염증을 느껴 한국으로 망명했다. 태 전 공사는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비서 이후 최고위급 탈북자로 주목을 받았다. 

민병무 기자 joshuamin@nate.com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