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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 생명권이냐, 여성 자기결정권이냐…낙태죄 위헌여부 공방

기사승인 2018.05.24  17: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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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인·법무부 법리 논쟁…"태아도 생명체 vs 모체에 부속된 생명"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소송 공개변론이 예정된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모두를 위한 낙태죄폐지 공동행동' 회원들(오른쪽)이 '낙태죄는 위헌이다!' 기자회견을 열고 낙태죄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반면 '낙태법 유지를 바라는 시민연대' 회원들이 '낙태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태아는 사람으로 태어날 가능성이 큰 생명체이므로 생명권을 보호받을 수 있을까, 아니면 모체의 부속된 생명이므로 독자적 인격체로 인정할 수 없을까.

24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낙태죄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소원사건 공개변론에서는 낙태를 처벌하는 현행 법률을 놓고 찬반 양측이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태아의 생명권을 인정할 수 있을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헌법소원을 청구한 의사 A씨의 대리인들은 태아의 생명권은 이미 태어난 사람과 똑같이 인정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태아의 생명권은 사람의 생명권과 달리 제한될 수 있고, 이 때문에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이 더 존중돼야 하므로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리인으로 나선 김수정 변호사는 "태아는 그 생존과 성장을 전적으로 모체에 의존하므로 태아가 모(母)와 별개의 생명체로서 동등한 수준의 생명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낙태죄 합헌 입장인 법무부 측은 태아도 독립된 생명권의 주체로서 낙태 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강변했다.

정부법무공단 소속 김영두 변호사는 "태아는 8주만 돼도 중요 장기가 형성되고, 16주가 되면 엄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며 "태아는 모(母)와 별개의 생명체이므로 생명권을 보호받을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헌법재판관들도 질의했다. 태아의 생명권과 임산부의 자기결정권 중 어떤 권리를 우선시해야 하는지를 살피기 위한 질의였다.

주심 재판관인 조용호 헌법재판관은 "낙태는 태아가 생명이 될 기회를 영원히 잃게 되고 이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인데도 입법자가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부당한 것인지 의문이다"라고 질문했다.

이에 청구인 측의 박수진 변호사는 "임신을 지속한 여성이 일과 학업을 포기하는 것도 인생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야기한다"며 "우리 법은 태아와 사람을 구별하고 있으므로 태아는 법적으로도 생명의 주체라고 보기 힘들다"고 답변했다.

현행 민법은 태아가 출생한 후부터 각종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청구인 측의 또 다른 대리인인 강남석 변호사는 "태아의 생명권과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조화롭게 해석해야 하는데 낙태죄는 임산부의 자기결정권만 일방적으로 희생하도록 한다"고 주장했다.

원하지 않은 임신이 줄어들고 있는지를 두고도 논의가 이어졌다.

조 재판관은 "임신은 자유로운 성관계의 결과로 볼 수 있고 피임 도구와 피임약을 사용하거나 사후 피임약을 통해 원하지 않은 임신을 얼마든지 피할 수 있는데도 낙태를 금지하는 것이 임산부의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이냐"고 질문했다.

이에 강남석 변호사는 "자유로운 의사로 임신이 됐더라도 의학적으로는 태아가 정상적으로 태어날 수 있는지, 사회적·정신적 건강을 보장할 수 있는지도 장담할 수 없다"며 "이미 많은 아이를 출산한 여성이 또 다른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수진 변호사도 "100% 안전한 피임은 실질적으로 어렵다"며 "피임 실패율이 30% 정도로 상당히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고 거들었다.

반면 정부법무공단 서영규 변호사는 "피임 실패율은 낙태하지 않은 여성의 비율까지 포함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헌재는 이날 변론내용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심리에 돌입할 방침이다. 공개변론 이후 3개월 이내 결론을 내리는 통상적 절차에 따라 올해 9월 이전에 낙태죄의 위헌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병무 기자 joshuamin@nate.com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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