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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도 1인 흙수저 청년가구 많아···정의당 첫 깃발 꽂고 싶다

기사승인 2018.06.02  11: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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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3우먼파워] '가족 3명 동시 출마' 정민희 후보 "저같은 비정규직 문제에도 관심 많아요"

정민희 정의당 강남구의회 비례대표 후보가 1일  서울 강남구 역삼초등학교 앞에서 유권자들에게 인사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yms7890@hanmail.net

"젊은 후보들과 함께 청년 바람을 일으키고 싶습니다. 강남에도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가 있습니다. 충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정민희(29) 정의당 서울 강남구의회 비례대표 후보는 1일 오후 역삼초등학교와 도곡시장을 누비며 강남에 정의당 첫 깃발을 꽂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이번 6·13지방선거에 첫 출마한 '정치 풋내기'지만 보수 성향이 강한 강남지역 선거판에 용감하게 뛰어든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했다.

"물론 강남은 부자들의 세계죠. 하지만 저 같은 '흙수저'도 생각보다 많이 살아요. 대부분 1인 청년 거주자들입니다. 전통적으로 진보쪽 입장에서는 불모지라고 하는데, 저는 강남에 오히려 제 생각과 비슷한 유권자들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정 후보는 유세차량에서 흘러나오는 선거 로고송 '질풍가도'에 맞춰 흥겨운 몸짓을 하며 시민들에게 홍보명함을 나눠줬다. "그래 정의당이야~ 세상을 바꾸는 기호5번 정의당~ 청년이 당당한 새로운 대한민국~ 우리의 선택은 기호5번 정의당~" 이따끔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면서 오른손을 활짝 펴 기호 5번을 강조한다. 

정민희 정의당 강남구의회 비례대표 후보가 1일  서울 강남구 역삼초등학교 앞에서 유권자들에게 홍보명함을 나눠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yms7890@hanmail.net
정민희 정의당 강남구의회 비례대표 후보가 1일  서울 강남구 역삼초등학교 앞에서 한 초등학생의 요청으로 함께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양문숙 기자 yms7890@hanmail.net

어르신 두명이 지나가자 90도 폴더인사를 하며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정민희 입니다. 정의당 꼭 찍어주세요"라며 유쾌하게 호소를 한다. 

하교 시간에 아이를 데리러 온 학부모에게는 "정말로 열심히 발로 뛰겠다. 마음놓고 아이를 키우는 강남구는 정의당이 만들겠다"라며 맘심을 공략했다. 한 초등학생이 "누나 사진 한장 같이 찍어도 돼요"라고 하자 "물론이지"라며 즉석에서 포즈를 취해준다. 그러면서 "알지, 집에 가서 엄마한테 말 잘해줘야 한다"라며 재치있게 한표를 챙기기도 한다.

정 후보 가족은 이번 6·13지방선거의 '핫 이슈 패밀리'다. 아빠, 엄마, 딸이 모두 정의당 소속으로 출마했다. 아버지 정세영(54) 후보는 청주시장에, 어머니 홍청숙(52) 후보는 청주시의원에 도전했다. 막내 정우희씨는 나오지 않았지만 '언니의 참모'로 함께 강남을 누비고 있다. 

한 집안에서 3명이 출마하면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다보니 솔직히 부담도 만만찮다고 속마음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이내 "그래도 꼭 당선돼야죠"라며 운동화 끈을 다시 맨다.

정민희 정의당 강남구의회 비례대표 후보가 1일 서울 강남구 도곡시장에서 상인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양문숙 기자 yms7890@hanmail.net
정민희 정의당 강남구의회 비례대표 후보가 1일 서울 강남구 도곡시장에서 명함을 나눠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yms7890@hanmail.net

도곡시장에서도 싱글벙글 살인미소를 지으며 상인들에게 살갑게 인사를 한다. "정의당 꼭 부탁드립니다"라며 허리를 숙이자, 명함을 본 한 상인이 "어머, 충북 청주 출신이라고 적혀있네? 나도 충청도야"하며 반가워한다. 이처럼 정겨운 한마디 말을 건네는 유권자가 그에게는 비타민이다. 이어 "젊은 아가씨, 파이팅"이라며 두 주먹까지 불끈 쥐는 모습을 해주자 피로가 싹 풀린다. 또 다른 상인은 "어머 TV에서 보던 연예인 닮았네. 소녀시대 서현하고 똑같아"라며 특급멘트를 아끼지 않는다. 정 후보는 "보약 한첩 제대로 먹었네요"라며 활짝 웃는다. 

항상 우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 후보는 "명함을 주면서 인사를 하면 '뭐라고, 무슨 정의당'이라며 손으로 큼지막하게 엑스(X)자를 그리는 분도 있다"라면서 "그럴 때는 정말 상처받기도 한다"라며 애써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정치 초짜가 기꺼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며 튼튼하게 마음 근육을 키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남구는 보수적 색채가 강하기 때문에 진보에게는 높은 벽이다. 정 후보는 "그래서 더 강남구 비례대표에 정의당이 꼭 당선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충북예고를 졸업한 후 한국체육대학교에서 레저스포츠를 전공하면서 강남에서 살게 됐다.

정 후보는 지금 월세 90만원짜리 단기 원룸에 살고 있다. 단기 원룸이란 보통 보증금이 많고 월세가 낮은 일반 월세방과는 달리, 보증금과 월세가 똑같은 3개월 이상 계약조건으로 살 수 있는 곳을 뜻한다. 대한민국 청년들의 집걱정을 정 후보도 온몸으로 겪고 있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월세를 구하려고 별의별 곳을 다 다녀봤는데요. 강남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가 80만원인 곳이나 보증금 90만원에 월세가 90만원인 곳이나 별 차이가 없더라고요. 오히려 가장 싼 곳을 찾아다녀도 기본 70만원입니다. 그런데 월세 70만원 짜리는 반지하이거나 7~8평 정도의 공간이어서 도저히 살기에는 너무 열악하더라고요."

정민희 정의당 강남구의회 비례대표 후보가 1일  서울 강남구 역삼초등학교 앞에서 유권자들에게 인사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yms7890@hanmail.net

현재 정 후보는 여동생 우희씨와 월세를 나누어 부담하며 13평 정도의 원룸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 자연히 청년들의 거주지 문제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그러면서 식비 부담도 털어놨다. 그는 "강남은 식비도 정말로 비싸다. 서울 다른 지역에 가보면 밥값이 6000~7000원 하길래 눈이 휘둥그레 진 적도 있다. 강남은 기본이 9000원~1만원이다"라며, 자기 또래의 젊은이들이 안고 있는 고민에 공감했다.

그러면 강남을 벗어나면 되지 않느냐고 하자 그럴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제가 댄스스포츠 비정규직 강사로 일하고 있어요. 주로 학원이나 교습소가 강남에 몰려 있다보니 아무래도 일하는 곳하고 너무 멀어지면 교통비도 많이 들어가고 힘들어요."

정 후보는 20세부터 아르바이트로 조금씩 가르치다가 23세부터 본격적으로 댄스스포츠 강사가 됐다. 열심히 일했지만 댄스스포츠 분야는 전문직이어도 처우가 열악했다. 그는 "4대 보험 안해주는 것은 기본이다. 사실 4대 보험을 받는 사람이 거의 없다. 언제 수강생이 나갈지도 모르니 4대 보험을 해주는 주인은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댄스스포츠 강의는 10회, 20회, 25회 이렇게 횟수에 따라 돈을 받는 데다가 그마저도 학원 원장이 5:5로 가져가거나 6:4로 가져가는 것이 그때 그때 다르다고 했다.

"정말 열심히 일해도 빈손이에요. 학생들이 저녁 10시에 다른 과목 학원 수업이 끝나면 그때부터 새벽 1시까지 가르치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일해도 월세 내고 밥값 내고 휴대폰 요금 내고 나면 저축은 꿈도 못꾸더라고요. 이런 세상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정 후보가 비정규직 문제나 체육계 비리 등 사회 부조리에 문제의식을 품고 있는 것은 자신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셈이다. 생활정치 의식이 자연스럽게 싹튼 것이다.

정민희 정의당 강남구의회 비례대표 후보는 이번 6·13지방선거에서 온가족이 출마했다. 아버지(정세영)는 청주시장으로, 어머니(홍정숙)는 청주시의원 자선거구로 출마했다.  /사진제공=정민희 선거대책본부

정 후보의 할아버지는 청주에서 오랫동안 시민·노동운동을 한 정진동 목사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할아버지의 소망은 정 후보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전달됐고, 이제는 정 후보에게로까지 내려왔다. 그 피가 어디로 가겠는가. 사회문제를 개선하려는 남다른 집안 DNA가 그의 몸에 자리잡고 있다. 

정 후보는 비교적 어려서부터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본인이 직접 이렇게 출마한 데에는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엄마가 김밥집을 했어요. 새벽에 나가서 밤 늦게까지 일해도 생활이 나아지지 않았어요. 뭔가 사회적 시스템을 고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나봐요. 그래서 어머니도 이번에 청주시의원 자선거구로 출마했어요. 청주시장에 출마한 아버지와 함께 세 식구가 모두 당선되는 영광을 안았으면 좋겠어요."

정 후보는 정의당 심상정 전 대표를 굉장히 존경해 팬클럽 '심크러쉬' 회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정의당 청년정치학교 회장을 맡고 있고 올해 정의당 전국위원에 선출됐다.

"당시 전국위원 선거 때 저는 '평당원과 똑같은 전국위원이 되겠다'고 공약했죠. 그 부분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저는 위원이라고 목에 힘주고 그런 것이 싫었어요. 오히려 발로 뛰며 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되는 게 목표에요."

마지막으로 선거 운동하면서 힘든 점은 없냐고 하자 "온가족이 출마해서 우리 가족은 각자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 도와줄 가족이 없다"라면서 씩씩하게 웃었다.

양혜원 기자 yhwre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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