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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협력 한몫하고 싶다" 개성공단 진출 여성기업인 1호의 새 도전

기사승인 2018.06.18  11: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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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성연 씨앤씨종합건설 대표 "평화의 바람과 함께 다시 한번 도약할겁니다"

손성연 씨앤씨 종합건설 대표가 14일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 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yms7890@hanmail.net

"개성공단 신축공사 현장에 나가면 북한 측 사람들이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봤어요. 여자 건설사 사장이라고 신분을 밝혔는데도 고개를 갸우뚱하며 몸 수색을 더 꼼꼼하게 하더라고요. 아마 여자가 건설현장을 누비는 모습이 낯설어 보였겠지요."

'국내 여성 1호 토목기사'인 손성연(58) 씨앤씨종합건설 대표는 개성공단 공사장을 누비던 때가 눈에 선하다며 최근의 남북 화해 분위기에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녀는 '개성공단 진출 여성 기업인 1호'라는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중단된 개성공단 재가동을 누구보다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이유다. 

지난 14일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에 위치한 씨앤씨종합건설 사무실에서 만난 손 대표는 현대아산에 이어 두번째 남북협력사업자로 선정된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지난 2000년에 설립된 씨앤씨는 2007년 10월 남북교류협력 바람을 타고 남북협력사업자 승인증을 취득했고 같은 해 11월에 개성공단내 입주기업 건설사업 영업소 등록을 마쳤다.

◆ 현대아산에 이어 두번째 남북협력사업자 선정 '뿌듯'

"씨앤씨가 북한측 협력사업 대상자로 전국에서 두번째로 등록 됐어요. 현대아산이 1번이고 우리가 2번이에요. 그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죠. 북한에서 지은 건물이 참 많아요. '좋은 사람들' '평화유통' 개성공장 신축공사를 맡았죠. 또 '개성공업 지원센터'를 금호산업과 제휴해 만들었고요. '한누리호텔'은 LH와 함께 시공했고 운영권도 가지고 있어요."

남들이 모두 머뭇거릴 때 용감하게 개성공단에 뛰어든 이유를 물었다. 그는 우리 나라 건설산업이 정착기에 접어들면서 물량 대비 업체 수가 너무 많아졌다고 결론 내렸다. 앞으로의 먹거리에 대해 고민했고 그 결과 북한시장을 개척하면 노다지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어떻게 하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까 무수한 궁리를 한 끝에 개성공단 생각이 났어요. 특히 씨앤씨는 포기하지 않는 기업이고, 성실한 기업이라는 시장의 평가가 주효했어요. 그동안 성공을 거둔 공사들이 많은 도움이 됐죠. 관공서부터 병원, 공장, 복지관, 근린생활시설, 주차장, 다세대주택, 교회까지 안해본 공사가 없어요. 모두 저희가 완벽하게 시공했거든요. 결국 북한으로 들어가는 것이 허락됐죠. 우리가 전국에서 두번째라고요. 이건 대단한거에요."

◆ '칫솔 1개' 달랑 들고 스터디방 기습해 여성1호 토목기사 자격증 취득

손성연 씨앤씨 종합건설 대표가 14일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 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yms7890@hanmail.net

여자의 몸으로 어떻게 거친 공사판에 입문하게 됐을까. 손 대표는 명지여고 3학년 시절 명지대학교 토목공학과(현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님으로 부터 4년 장학금을 줄테니 토목 쪽 공부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으면서 건설세계에 입문했다. 고딩때 이미 스카웃을 받은 셈이다.

"당시에 학교에서 모범생이었어요. 요즘말로 범생이였죠. 아무래도 좀 제가 성실해보였는지 '토목공학 공부 한번 해볼래?'라면서 저에게 4년 장학금을 이야기하더라고요. 당시 토목공학과에 여성이 없을 때였는데, 그 학과 교수님들이 젊으실 때여서 그랬는지 욕심이 있으셔서 명지여고 쪽에서 사람을 찾았나봐요. 사실은 처음에는 토목이라는 생소한 분야보다는 장학금에 솔깃했었고요. 집에 와서 부모님과 차분히 상의해본 결과 '여자도 건설일을 하면 앞으로 전망이 있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입학을 하게 됐어요."

지금도 그녀의 이름 석자 앞에 자연스럽게 붙어다니는 '국내 첫 여성 1급 토목기사'는 4년제 대학 졸업 학력에 필기와 실기를 함께 준비해야하기 때문에 여전히 따기 어려운 자격증이다. 손 대표가 입학 당시에는 토목공학과 45명 정원에 유일한 여학생이었다. 당시 자격증 시험을 준비할 때 같은 과 남학생들이 신촌 여관에서 자기네들끼리만 합숙을 했는데 '칫솔 1개'만 들고 같이 공부하겠다고 쳐들어가는 용기를 보였다. 처음에는 같은 과 남학생들이 싫다고 하더니 어느 순간 공부를 도와줬다. 

손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에는 설계쪽으로 취업을 했다. 그런데 남성 직원은 4급에서 시작하는데 여성 직원은 6급에서 시작했다. 여성이 대리나 계장을 다는 데에는 제약이 있다는 한계를 느끼고 당시에는 개선이 어렵겠다는 생각을 해 다른회사로 이직했다.

새로 옮긴 회사에서는 남성·여성 차별없이 대우를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시공업무를 했다. 지하철 공사부터 교량·건물 공사 등 손이 안닿은 일이 없다. 공사 견적을 뽑고, 현장에 나가 공정을 체크하는 일까지 했다. 

그렇게 건설업계의 밑바닥에서부터 현장의 일을 관리하는 일까지 하다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게 되면서 경력단절 여성이 됐다. 그도 한때 경단녀의 슬픔을 맛본 것이다.

"결혼하고 아이 낳고 계속 주부로 살았어요. 그러다가 2000년에 제가 41세, 만으로 40세에 건설사 창업을 했어요. 주부생활을 하다보니까요, 어느 순간 굉장한 용기가 생겼나봐요. 현장 나가서 도배 벽지가 제대로 안 되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벽지를 뜯어버리고 다시 제대로 하라고 호통을 쳤어요. 나중에 안고쳐져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아예 벽지를 다 뜯어버렸죠."

건설사를 창업하게 된 계기를 묻자 주부로 생활하면서 경력단절이 있다보니 아무래도 대기업으로 갈 수가 없어서 그랬다고 말했다. 몇년 동안 아이를 키우며 백수생활을 했으니 기업 입장에서는 선뜻 뽑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경력단절이 있다보니 대기업을 못가게 되는 거에요. 잘 안써주려고 하죠. 그러다보니 중소기업이나 작은 회사로만 가야하는게 엄연한 현실이었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까짓것 내 회사 한번 차려보자' 결심했어요. 그동안 모은 돈하고 은행에서 대출 받은 돈까지 해서 자본금 10억으로 창업을 하게 됐어요."

◆ '아침부터 여자가 와서 재수없다'를 '여자가 와서 더 잘된다'로 바꿔놓아

손성연 씨앤씨 종합건설 대표가 14일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yms7890@hanmail.net

현재 씨앤씨는 2017년 기준 매출액 500억을 달성했고 올해에는 600억~700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여기까지 오는 데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그때만해도 건설현장에 가면 '여자가 와서 재수 없어서 뭐가 잘 안되고 사고났다'고 말하기 일쑤였어요. 정말 억울하죠. 말도 안되는 것을 갖다붙이면서 내쫒으려고도 해요. 그럴 때는 오히려 더 진솔하게 '죄송합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현장을 보겠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미비점을 고쳤어요. 그렇게 열심히 하면서 조금씩 다가가니까 나중에는 오히려 더 친해지고 여자가 와서 더 잘된다고 하더라고요."

토목공학은 SOC(Social Overhead Capital:사회간접자본)인 도로, 항만, 철도, 하수도, 공항, 댐, 통신망과 같은 인프라 시설을 설계부터 시공까지 망라하는 일이다. 그동안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씨앤씨에서 유감없이 발휘했다. 직접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거의 매일 새벽까지 일했다.

손 대표는 신앙의 도움을 많이 받으면서 마음에 위안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에게 신앙은 힐링이었다. 그는 "씨앤씨종합건설이라고 하면 다들 C가 건설(Construction)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십자가(Cross)와 하나님(Cristian)이란 뜻이에요"라며 "제가 성경을 놓고 기도하면서 절박하게 시작을 했었거든요. 과연 건설사 대표로서 일을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정말 많이했죠. 그 때마다 하나님에게 의지하고 도와달라고 하면서 기도했어요"라고 고백했다. 

손 대표는 가장 기억에 남는 공사로 '부산지검 서부지청'을 꼽았다.

"당시 바닷가 위에 흙을 덮은 연약한 지반위에 공사를 해야했어요. 공사기간도 11개월안에 끝내야 했고요. 10층 높이를 공사하는데 결국 3개월 늦게 끝나서 14개월에 끝냈죠. 공사기간을 채우려고 어설프게 마무리를 할 수는 없었어요. 이를 악물고 튼튼하게 마무리했죠."

당시 씨앤씨종합건설은 59억원의 손실을 봤다. 공사기간이 11개월인데 3개월이 늦은 만큼 지체상금이라고 하루 늦을 때마다 내야하는 벌금 3개월치를 냈는데 15억원이 나왔다. 이익을 보겠다고 공사를 어설프게 끝내는 것은 손 대표 스스로 허락이 안됐다. 대충대충 마무리해 돈이나 벌겠다는 생각은 애시당초 없었다.

"제가 돈을 더 벌자고 공사기간에 맞춰서 어설프게 공사를 끝냈으면 부실공사가 됐을 거에요. 그런데 저는 철칙이 있어요. '씨앤씨는 반드시 튼튼하게 공사를 마무리한다. 우리는 신용을 반드시 지킨다'에요. 단기적으로는 비용에서 손실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수익이 생긴다고 생각했죠."

3개월 늦어지면서 인건비에 자재비에 공사지연 지체상금이라는 벌금까지 부담해야 해 손실이 어마어마했지만 대신 손 대표는 '신용'과 '신뢰'를 얻었다. 결국은 이게 남는 장사였다.

이 일이 있은 뒤부터는 건설업계에서 '씨앤씨는 최고의 상태로 끝까지 책임을 지고 완벽하게 시공을 마무리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결과적으로는 회사가 점프할 수 있게 됐다.

◆ 정부도 적정 공사비 보장해줘야 튼튼하고 안전한 건물 만들수 있어

손성연 씨앤씨 종합건설 대표가 14일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양문숙 기자 yms7890@hanmail.net

손 대표가 건설현장에서 좋은 사람만 만난 것은 아니다. 여자 사장이라고 우습게 보거나 깔보는 일은 다반사였고, 일면식도 없는 남자 3명이 건설현장 사무소로 쳐들어와서 대뜸 '돈 내놓으라'면서 협박하고 커피잔을 집어던지고 집기를 부수기도 했다. 예전엔 이런 병폐가 사실 많았다.

손 대표는 당시에 더 당당하게 '볼일이 끝났으면 그만 자리를 떠나달라'고 말하면서 끝내 돈을 주지 않았다. 끝까지 버텼다는 것이 소문이 나서 그랬는지 다시는 그런 공갈·협박을 하는 사람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손 대표는 요즘 경기도형 행복주택인 따복하우스(따뜻하고 복된 하우스)를 성공적으로 지으면서 날개를 활짝 펴고 있다. 관급 공사 이야기가 나온 김에 최근 정부 정책이 다소 SOC예산을 줄이는 쪽으로 가고 있는 데 혹시 할 말이 없냐고 물었다. 그는 공사비를 무조건 싸게 한다고 능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적정 공사비를 지급해야 현장 근로자도 돈을 충분히 받을 수 있고, 자재도 온전한 것으로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묻지마식 저가공사의 문제점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건설은 적정하게 올바른 공사비를 들여야 뿌린대로 거두는 법이에요. 줄여서는 안되는 부분을 줄이게 되면 반드시 사고가 나게 돼요. 안전하고 정말로 좋은 건설을 하고 싶으면 반드시 정부에서 적정 공사비를 산정해서 보장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향후 포부에 대해 묻자 손대표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리는 등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교류협력사업이 다시 재개될 것 같아 기대가 크다"면서 "저희도 다시 한번 개성공단 사업에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평화의 바람과 함께 씨앤씨도 다시 한번 도약하고자 한다"면서 활짝 웃었다. 

양혜원 기자 yhwre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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