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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명품 보이스다" 90여명의 성악가 폭풍성량에 폭풍감동

기사승인 2018.06.21  18: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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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마에스트리 13회 정기연주회 성황...가곡으로 재해석한 6·25한국전쟁 '눈길'

양재무 이마에스트리 음악감독이 1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이마에스트리 제13회 정기연주회'에서 성악가와 관객이 함께 피날레곡으로 부른 '광야에서'를 지휘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무대가 꽉 찼다. 늠름하게 서있는 남성 성악가 90여명이 가볍게 바닥을 쿵쿵쿵 구른다. 뚜벅뚜벅 행진하는 군인들의 발자국 소리다. 뒤이어 마칭 드럼에 맞춰 병사들이 전장으로 향한다. 군가 '우리는 간다'를 애상적인 느낌의 피콜로가 연주하자 죽음의 불길한 그림자가 살짝 오버랩된다. 

이어 베이스 유준상이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녘에~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모를~이름모를 비목이여"라며 노래를 시작한다. 우리 민족의 6월 비극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가곡 '비목(한명희 시·장일남 곡)'의 앞부분이 끝나자, 오페라 전문 정예멤버들이 한목소리로 폭풍성량을 쏟아낸다. 노래는 슬프지만 화음은 아름답고 멋지다. '못잊어(김소월 시·하대응 곡)' '광야에서(문대현 시·곡)'를 거쳐 테너 김태환이 독창자로 나선 '그리운 금강산(한상억 시·최영섭 곡)'까지 폭풍감동이 물결친다. '이 땅에 전쟁이 있었다'라는 테마에 걸맞는 완벽한 구성이다. 6·25한국전쟁을 노래로 재해석했다. 

베이스 유준상이 1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이마에스트리 13회 정기연주회'에서 '비목'을 노래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이렇게 가슴 뛰는 공연이 얼마만인가. 남성 보이스 오케스트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이마에스트리(I MAESTRI)가 1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제13회 정기연주회를 열었다. 

이날 무대에 오른 모든 노래는 각각 한편의 영화였고 드라마였다. 지휘를 맡은 양재무 이마에스트리 음악감독과 장민호, 김대윤, 정한결, 정승재 등 다섯명의 작곡가는 작품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었다. 원곡을 더 빛나게 하는 편곡의 힘을 보여줬다. 

프란츠 레하르의 오페레타 '주디타'에 나오는 '친구여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네(Freunde, das Leben ist lebenswert)'에서는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Also sprach Zarathustra)'를 앞부분에 붙여 넣어, 마치 자라투스트라가 멘토가 되어 "여보게들,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거야"라며 위로하는 포맷을 취했다. 재치가 넘친다. 우렁찬 트럼펫 소리가 인상적인 이 곡을 도입부에 사용함으로써 극단적인 방법으로 삶을 포기하는 요즘 세대에게 살아있음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응원가 역할을 하고 있다. 모두들 힘이 나고 위로가 된다.

첼리스트 브랜든 고가 1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이마에스트리 13회 정기연주회'에서 '축복받은 사람들'을 연주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칼 젠키스의 ‘무장한 사람들:평화를 위한 미사’ 중 12번째 곡인 ‘축복(Benedictus)'은 뭉클했다. 국내 무대 초연인데다 조국을 위해 청춘을 바친 숭고한 영혼을 기리는 곡이라는 점에서 많은 공감을 받았다. 특히 싱가포르의 신예 첼리스트 브랜단 고의 협주가 함께 어우러져 평화에 대한 갈망이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느리고 아름다운 연주는 서정적이지만 슬프지만은 않았다.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에 나오는 '축제의 날을 준비하는 자들(Gli arredi festivi)'과 '가라 상념이여, 황금빛 날개를 타고(Va Pensiero)', 그리고 칼 오르프의 ‘오 운명의 신이여(O fortuna imperatrix mundi)' 등은 웅장함과 섬세함이 조화롭게 믹스되는 이마에스트리의 빛깔이 그대로 드러났다.

테너 김주완이 1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이마에스트리 13회 정기연주회'에서 로시니의 '춤'을 노래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로시니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그의 작품 2곡도 무대에 올랐다. 먼저 바리톤 박정민이 피가로가 되어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나는 마을의 1인자(largo al factotum della citta)'를 선창했고, 뒤이어 나머지 성악가들도 모두 피가로가 되어 마을의 해결사 노릇을 했다. 쉴새없이 떠들어대는 유쾌한 노랫말을 단체로 쏟아내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아마 편곡자는 우리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는 피가로 같은 리더를 기대하는 마음을 선율에 담았으리라. 테너 김주완이 부른 ‘춤(La Danza)’도 로시니의 천재적인 기량이 유감없이 드러난 곡이다. 독창자가 빠른 가사를 노래하면 전체 성악가들이 이를 받아 다시 스피드있게 불렀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원형의 춤사위를 연상케 했다.

테너 하세훈이 부른 타우버의 오페레타 '노래의 꿈'에 나오는 '당신은 나를 위해 존재하는 세상입니다(Du bist die Welt fur mich)'와 테너 최보한이 독창자로 나선 쿠르티스의 칸초네 ‘당신은 울지 않고(Tu ca nun chiagne)’도 색다른 감동을 전했다. 

정해진 프로그램을 모두 마친뒤 앙코르 곡으로 시원하게 '냉면'을 제공했다. 작곡가 박태준의 곡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미국 학생들이 널리 부르는 ‘친구여 축배를(Vive La Compagnie)’이란 노래를 편곡해 가사를 붙였다. 그리고 '시간에 기대어(최진 시·곡)'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래니 울프 곡·시)'까지 3곡이 연주됐다. 피날레는 양재무 감독의 지휘에 맞춰 성악가와 관객이 함께 '광야에서'를 합창했다.

이날 공연의 연주는 챔버오케스트라 ‘조이 오브 스트링스’와 '카로스 타악기 앙상블'이 맡았다. 그리고 김기경(피아니스트), 강현주(플루트), 김완선(트럼펫)이 함께했다.

민병무 기자 joshuami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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