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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광철 '궁정가수' 됐다···독일어권 최고 성악가 '캄머쟁어' 등극

기사승인 2018.06.22  11: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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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인·작은 키 약점 딛고 오페라 본고장 정상에..."기교보다 문화 이해 우선해야"

성악가 연광철이 독일어권 성악가 최고 영예인 '캄머쟁어(궁정가수)' 호칭을 받았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고등학교 3학년때 처음으로 피아노를 쳤고, 성악도 이때 시작했다. 충주공고를 졸업한 뒤 농부였던 아버지가 소 한마리를 팔아 학비를 마련해준 덕에 청주대 음악교육과에 진학했다. '큰물'로 가서 제대로 배우고 싶었다. 1990년 불가리아 소피아 음대, 베를린 국립음대에서 유학한 뒤 혼자 맨몸으로 부딪히며 정상급 성악가 반열에 올랐다. 2011년도엔 서울대 음대 성악과 교수가 됐다. 그의 서울대 입성은 '사건'이었다. 탁월한 실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공고·지방대 출신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세계적 베이스로 우뚝 선 연광철(53)이 독일어권 성악가 최고 영예인 '캄머쟁어(Kammersaenger·궁정가수)'가 됐다.

연광철은 21일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슈타츠오퍼)에서 베르디 오페라 '맥베스' 공연을 끝낸뒤 커튼콜 때 캄머쟁어 호칭을 수여받았다. 그는 오는 7월 2일까지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 등과 함께 '맥베스' 무대에 반쿠오 역을 맡아 출연하고 있다.

성악가 연광철이 21일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에서 베르디 오페라 '맥베스' 공연을 끝낸뒤 커튼콜 때 캄머쟁어 호칭을 수여받고 있다. /연광철 SNS 캡처

이날 수여식에서는 세계적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의 축사와 플라시도 도밍고의 축하가 이어져 흐뭇한 모습이 연출됐다. 이 두사람은 연광철이 세계적인 베이스로 성장하는 데 큰 힘이 되어준 사람들이다.

캄머쟁어는 최고의 예술가에게 공식 부여되는 장인 칭호다. 왕정시대 때 기량이 뛰어난 성악가에게 왕이 수여했던 것으로, 당시에는 호프캄머쟁어(Hofkammersaenger)로 불렸다.

오늘날에는 오페라하우스가 뛰어난 활동과 공로를 남긴 성악가를 기리기 위해 추천하면 독일 주정부가 선정해 수여한다. 연광철은 독일 명문 극장인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의 추천으로 받았다. 동양인 성악가의 캄머쟁어 선정은 이례적인 일이다.

연광철은 "독일에서 한국인 성악가의 활동과 실력을 인정해 이렇게 큰 타이틀을 준다고 해 많이 놀랐다"라며 "더 좋은 무대를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선정 이유에 대한 질문에 "공연 횟수가 많다거나 유명하다고 주는 상이 아닌데 나도 이유는 잘 모르겠다"며 겸손해했다.

1993년 파리 국제 플라시도 도밍고 콩쿠르에서 우승해 이름을 알린 그는 이후 20년 넘게 세계 최정상 오페라 극장에서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 전속 단원으로 1994년부터 2004년까지 활동했다. 독일 바이로이트·밀라노 라 스칼라·뉴욕 메트로폴리탄·영국 로열코벤트가든 등 세계 주요 오페라하우스를 누볐다. 

플라시도 도밍고 콩쿠르 우승은 드라마틱하다. 원래 베를린 지역 예선에서 떨어졌는데, 본선 진출자 중 한명이 감기에 걸리는 바람에 대타로 출전했다. 그 사이 4개월 정도의 시간이 있었는데 좌절하지 않고 계속 노래를 한 덕분에 우승을 했다. 그는 "그때 놀고 있었으면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라며 "찬스는 누구에게나 오는데 그때 준비가 돼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광철은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 추천으로 바그너 오페라의 성지로 꼽히는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 1996년 데뷔한 이후 현재까지 '바그너 전문 가수'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동양인에게 거의 주어지지 않는 바그너 '파르지팔'의 주역 '구르네만츠' 역 등으로 찬사를 받았다. 171㎝ 단신이지만 무대 위에서는 깊은 저음과 카리스마, 정확한 작품 해석을 자랑한다.

그는 "작은 키와 유럽인들과 다른 생김새 등은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었지만, 그 때문에 더더욱 높은 음악적 완성도를 보여주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연광철은 어떤 역을 맡게 되면 악보는 물론 이야기의 문화적 맥락과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철저한 연구에 매달린다. 미묘한 뉘앙스 차이까지 살릴 정도로 정확한 독일어 발음을 구사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번에 공연되는 '맥베스'를 예로 든다면 베르디의 악보가 아니라 셰익스피어의 원작부터 읽어보는 식입니다. 춘향전을 오페라로 공연한다고 생각해보면 더 쉽죠. 당시 사회상과 문화를 알지 못한 채 춘향전을 부르는 건 단순히 음표 안의 춘향 캐릭터에 그치기 쉬워요. 소리나 테크닉보다 문화 이해가 더 중요합니다."

이 같은 노력 때문에 유럽 오페라 무대에서 '덩치는 작지만 거인처럼 노래한다'는 평을 받는다. 세계 최정상 베이스로 활약 중이지만 "한해에 1~2개 작품은 새로운 역할을 맡아 도전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전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오페라에 대한 애정과 관심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무대에 집중하기 위해 지난해 초 서울대를 그만뒀다.

"지금은 무대 위에서 더 좋은 노래를 선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그러나 한국 오페라를 위해 제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언젠가 기꺼이 감당할 계획입니다."

한편 한국인 성악가 중에는 전승현이 지난 2011년 독일 슈투트가르트국립극장에서 이 칭호를 받았다. 무용가 중에는 발레리나 강수진이 2007년 '캄머탠처린'(궁중무용가)으로 선정됐다.

민병무 기자 joshuamin@nate.com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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