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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의 디바가 펼칠 불멸의 핏빛 아리아···8월 폭염도 숨을 멈춘다

기사승인 2018.08.17  15:5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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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나볼레나 박지현·루치아 구민영·나비부인 오희진 '라벨라 그랜드 갈라' 공연

왼쪽부터 '안나볼레나' 주인공을 맡은 소프라노 박지현,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의 주인공 소프라노 구민영, '나비부인'의 히로인을 연기하는 소프라노 오희진.

오페라에서 가장 조명을 받는 사람은 단연 여주인공이다. 그들 중에서 이름만 들어도 가슴 아픈 사람이 있다. '안나볼레나' '루치아' '초초상'이 늘 그렇다. 

소프라노 박지현·구민영·오희진 세 사람이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오페라인 ‘안나볼레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나비부인’의 타이틀 롤을 맡아 한무대에 선다.

3인의 히로인은 라벨라오페라단이 21일(화)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개최하는 ‘그랜드 갈라I-격정'에서 ‘내가 태어난 아름다운 성으로(Al dolce guidami)' ‘저 부드러운 음성이(Il dolce suono)’  ‘어느 갠 날(Un bel di)’ 등 세 작품에 나오는 대표곡을 부른다.

친한 선후배 관계인 디바들이 노래할 불멸의 핏빛 아리아는 생각만해도 흥분된다. 공연에 앞서 이들을 미리 만나봤다.

-여주인공을 맡게 된 것을 축하합니다. 각각의 역할에 대한 해석을 듣고 싶습니다.  

● '안나볼레나' 박지현="안나볼레나는 일단 비운의 왕비예요. 옛날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강철같은' 잔다르크의 느낌도 많이 나죠. 죽기 전에 감옥에 가는 장면에서 그는 왕에게 ‘나는 나의 명예가 더 중요하다’며 울부짖어요. 그것을 이탈리아어로 굉장히 빠르게 노래하면서 억울한 마음과 지키고 싶은 자존심을 표현해야해요. ‘내 이름 석자가 중요하지, 모든 명예를 준다해도 내가 당당하게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외칠 땐 같은 여자로서 한없이 안됐고 연민의 정도 느껴지지만, 이것을 강단있게 표현하는 안나볼레나는 참으로 멋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화형을 당하는 장면에서 안나볼레나가 계단을 올라가며 하늘에서 빨간 천이 떨어지는 것은 죽음을 상징해요. 이 장면에서 안나볼레나는 초조와 긴장, 환각상태, 미쳐가는 감정을 표현하기 때문에 관객이 보기에도 불안한 극적인 장면이예요. 이런 상태를 드러내야하니 소프라노로서는 참 버거워요. 하지만 소프라노가 자신의 감정 컨트롤을 잘한다면 또 한편으로는 가장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아리아가 아닐까 싶어요.

연습할 때 덧셈뺄셈을 하듯 감정 조절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지난 2015년 안나볼레나 전막 오페라를 마쳤을 때에는 ‘안나, 내가 너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서, 너의 입장을 잘 말해줬니?’라고 안나볼레나에게 이렇게 조용히 말을 걸며 되돌아보기도 했어요. 실화에 바탕을 둔 오페라인 까닭에 더더욱 그런 마음이 들었어요. 억울한 누명으로 화형을 당하는데, 그 시대에 끝까지 자신의 자존심을 굽히지 않고  당당할 수 있다는 점, 안나볼레나는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 '루치아' 구민영 : "루치아는 참 ‘연약한 아이’예요. 정신적으로도 많이 약해서 평소에도 남들이 보지 못하는 귀신을 보기도 해요. 늘 두려움에 싸여 있죠. 무엇보다 원수 집안의 아들인 에르가르도를 집안에서 반대하기 때문에 ‘그를 좋아하면 안된다’고 다짐하면서도 순수하면서도 용감하게 그 남자를 계속 좋아해요. 정신적으로는 연약하기 그지 없는 여인이지만, 사랑에서는 용감하게 남자를 죽이기까지 하는 대범함을 감행해요. 어찌보면 잔인하다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용기는 순수함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나비부인' 오희진 : "나비부인 초초상은 '사랑'  자체입니다. 한 남자를 너무나 순수하게 사랑했고 자신의 모든것을 다 주었죠. 미국으로 돌아가서 3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홀로 아이를 낳아 기르며 변함없는 믿음으로 기다립니다. ‘어쩜 이토록 순수하게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함과 동시에 ‘역시 이것이 한 사람을 거짓없이 사랑하는 깊고 진정한 사랑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한편으로는 남편이 떠난 뒤 눈과 귀를 닫고 오로지 그만을 기다렸던 그 순수한 믿음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도 하는 것 같습니다."

-각 캐릭터가 부르는 아리아들이 특색이 있거나 유명합니다. 박지현 소프라노가 이번에 부르는 '내가 태어난 아름다운 성으로'는 어떤 곡인지 소개해주세요.

● '안나볼레나' 박지현 : "2015년에 아시아 초연을 할 때나 지금이나 안나볼레나는 어려운 캐릭터예요. 처음엔 처음이라 어려웠다면, 지금은 더 알게 되었기 때문에 더 어렵습니다. 정신을 잃거나 소리를 지르면서 화도 내야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감정만으로 부를 수 없어 더 힘들어요.

초연 때는 해내는데 집중했다면 지금은 좀더 차분한 마음으로 아리아에 임하고 싶어요. 보통 오페라 전막보다 오페라 갈라가 더 쉽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갈라가 더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전막 오페라의 경우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무대 조명, 세팅, 의상 등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들이 많은데 갈라의 경우 오페라를 본다는 느낌보다는 콘서트의 성격이 강하거든요. 이런 갈라에 아리아로 그 작품을 표현하려면, 제 내면이 더 슬퍼야 외부로 자연스럽게 표현이 됩니다. 깊은 슬픔을 표현해 짧은 시간에 관객의 감동을 이끌어내야하기 때문에 더 어려워요."

-루치아의 '저 부드러운 음성이'는 소프라노로서 대단한 기교를 요구하는데요,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 '루치아' 구민영 : "루치아는 전막 오페라를 다섯 번 정도 했어요. 갈라는 더 많이 했고요. 그렇지만 루치아는 할 때마다 체력적이나 정신적으로 많은 준비를 하게 되는 캐릭터입니다. 특히 이번 갈라에서 부르는 '저 부드러운 음성이'는 별칭이 ‘광란의 아리아’예요. 루치아가 정략결혼을 하게 된 남자를 죽이고 나와서 부르는 노래입니다. 그래서 사람이 정신이 나간 상태로 초점도 없어요. 옛날에 사랑했던 에르가르도를 그리다 에르가르도와 결혼한 것처럼 하는 장면이죠. 사실 정상인인 사람이 미친 연기를 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죠. 얼마나 사랑했으면, 또 한편으로 얼마나 싫었으면 누구를 죽이면서까지 내 사랑을 지키고 싶어할까요.

저는 루치아의 순수함이 극에 달해 결국 잔인함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마치 아바타가 되어 누군가에게 조정을 당하는 것처럼 제정신이다 또  아니다를 반복하게 되는, 참으로 감정변화가 많은 아리아에요. 그렇다고 마냥 미친 아이처럼 정신을 놓고 부를 수도 없는 곡이예요. 성악가로서 극도의 테크닉을 구사하면서 정신을 놓는 연기도 해야하고, 또 극고음도 소화해야하죠.

나중에는 오케스트라의 반주도 없이 플루트와 단둘이 주고받는 카텐차도 있는데 이 부분은 항상 어려워요. 모든 사람과 적막의 집중을 루치아가 오롯이 이겨내야하기 때문에 잘 처리를 해야하죠. 극에 달한 광란을 표현하는 카텐차, 날카롭고 신경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도니제티의 선율, 10분이 넘는 이 아리아가 유명한 이유이기도 한 것 같아요."

-나비부인은 유명한 아리아 '어느 갠 날'을 부릅니다. 어떤 곡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 '나비부인' 오희진 : "이 아리아는 초초상이 매일 한결같이 항구를 내려다보며 3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던 마음을 엿볼수있는 너무나 애절하고 아름다운 아리아예요. 모두가 미국인 남편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것이라고 말하지만 매일 희망과 기대를 안고 하염없이 바라봤을거예요. 어느날 핑커톤을 태운 배가 항구로 들어오고 그를 다시 만나게 될 장면을 묘사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눈물겹게 아름답고 애절해요.

저는 여러 오페라 배역들 중 특별히 사랑하는 역할 중의 하나가 바로 초초상이예요. 그 어떤 작품보다 테크닉적으로 많은 스펙트럼을 요구하고 캐릭터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작품이지만 가슴을 파고드는 애절함과 슬픔이 오히려 저에게 무거운 감동을 줍니다.

이번 갈라콘서트는 정식 오페라 공연은 아니지만, 이 아리아를 통해서 초초상이 아이처럼 순수하고 설레하는 모습, 확고한 믿음과 사랑을 보이는 모습에 집중해서 제가 느끼는 초초상의 마음을 최대한 관객들에게 전달되도록 하려고 합니다."

-이번 갈라 콘서트에 관심이 있는 관객들, 그리고 초보 오페라 관객에게 관람 팁을 주신다면.

● '안나볼레나' 박지현 : "오페라 갈라라고 하면 마음의 준비를 덜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부분부분 주요 아리아만을 연주하기 때문에 덜 지루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오페라 관람을 본인의 제대로 된 취미 생활로 이어가려면 기본적으로 오페라 작품의 기본 스토리는 미리 알고 있어야 공연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어요. 유명 포털 사이트에 검색만 해도 줄거리는 다 나오니 한 번만이라도 제대로 스토리를 읽어온다면  훨씬 오페라가 재미있게 느껴질 것이예요."

● '나비부인' 오희진 : "전막 오페라처럼 의상이나 무대장치는 없지만 가수들의 음악적 몰입도와 표현에서 각 역할들의 섬세한 감정을 느껴보시면 오페라를 잘 감상하실 수 있을 겁니다."

● '루치아' 구민영 : "요즘 드라마를 보면 저렇게까지 막장으로 갈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또 한편으로는 거기에서 희열을 느끼는 것 같아요. 오페라들이 대부분 100년, 200년전에 만들어졌지만 그때도 막장이었어요. 소설이다보니 아주 극적으로 전개되어야 눈길을 사로 잡습니;다.  디지털화된 이 시대에 오페라를 꼭 봐야하는 것은 이런 소설적 스토리와 함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음악이 있다는 것 때문이 아닐까해요.

오페라는 종합예술이예요. 눈으로도 봐야하고 귀로도 들어야하고, 또 미리 작품에 대해 공부도 해야하죠. 요즘 사람들은 게임만 하다보니 정신이 피폐해지고 묻지마 폭력도 발생하고 순발력이 필요한 순간에 순간적으로 반응하는 전두엽만 발달하게 된다고 해요. 그래서 정서적으로 발달하고 정서를 순화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예술을 계속 접해야합니다.

성악가들의 목표 중 하나는 ‘마이크를 쓰지 않고 오페라 대극장 저 끝까지 소리를 내는 것’이예요. 유럽의 오페라 마니아층은 일부러 맨꼭대기층의 싼 티켓을 사서 그 자리까지 오페라 가수의 소리가 들리냐 안 들리냐로 좋은 가수, 그렇지 않은 가수로 평하기도 할 정도니까요. 그리고 성악가는 여러 악기로 조화로운 소리를 내는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를 하는데, 이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성악가 한 사람의 목소리가 뚫어야해요. 오케스트라를 뚫는 소리냐 아니냐는 단순히 성량이 크냐 작으냐의 문제는 아니예요. 오케스트라를 뚫을 수 있는 테크닉이 따로 있고 이것이 또 성악가들의 숙제죠. 아마 나이가 지긋한 외국의 성악가들이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오랫동안 받는 것도 이러한 경지에 다다랐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학교에서 미술, 음악, 체육 등의 정규수업이 많이 없어지면서 정서 순화의 시간이 줄어들면서 학교 폭력도 많아지는게 아닐까 현장 선생님들에게 많이 들어요. 종합예술의 꽃인 오페라를 최고의 소리를 내기 위해 끊임없이 훈련해온 성악가들의 연주와 함께 느껴보시길 바라요. 푸치니와 도니제티의 놀랍도록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행복한 시간 되시길 바랄게요."

민병무 기자 joshuami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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