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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치아 17분 광란 아리아···처절한 아름다움의 끝장 보여줬다

기사승인 2018.08.22  17:5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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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벨라 그랜드 갈라 1탄' 구민영·한은혜·박지현·박상희·김유섬·오희진 등 격정의 노래 선사

리벨라오페라단의 '그랜드 갈라 I-격정' 출연자들이 피날레 앙코르곡을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강희갑

처절한 아름다움은 유독 오랫동안 가슴에 남는다. 신혼 첫날밤, 칼로 남편을 찌른 후 핏빛 절규를 토해내는 루치아의 목소리가 그랬다. 

루치아는 원수 집안의 아들 에드가르도와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친오빠 엔리코의 계략 때문에 돈 많은 권력자 아르투로와 어쩔수 없이 정략결혼한다. 엔리코가 에드가르도의 편지를 위조해 루치아를 속인 것이다. 결혼식 소식을 듣고 피로연장을 찾아온 에드가르도는 반지를 집어 던지며 분노한다. 상심한 루치아는 실성해 결국 살인을 저지르고 피범벅 잠옷 차림으로 슬프게 노래한다.

소프라노 구민영이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에 나오는 '저 부드러운 음성이'를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강희갑

소프라노 구민영은 완벽한 루치아였다. 17분 동안 '매드 신(mad scene), 이른바 '광란의 아리아'를 펼치자 관객의 눈과 귀는 그에게 집중됐다.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때론 플루트 하나에 의존해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최고 하이라이트인 ‘저 부드러운 음성이(Il dolce suono)’를 부르자 모두 숨을 멈췄다. 숨소리마저 방해받고 싶지 않은 심정이었으리라.

혼신의 힘을 다해 공포와 절망, 그리고 환상을 오가는 광기를 표현해 내는 구민영의 모습은 엄청난 전율을 느끼게 해줬다. 완전히 미쳐버린 루치아의 상태를 엄청난 기교로 쏟아내자 등골이 오싹할 정도다.

믿고 보는 오페라단이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 라벨라오페라단이 2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개최한 '그랜드 갈라 I-격정'은 엑설런트한 화요일 밤을 선사했다. 

여자 주인공이 오페라 전체를 이끌어가는 도니제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와 '안나볼레나', 그리고 푸치니의 '나비부인'에 나오는 18곡을 뽑아 무대에 올렸다. 모두 새드 엔딩으로 끝나는 비극적 결말 때문에 더 감동적인 노래들이다.

소프라노 한은혜가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에 나오는 '밤의 장막 조용히 드리우고'를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강희갑

구민영과 함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의 타이틀 롤을 맡은 소프라노 한은혜는 '밤의 장막 조용히 드리우고(Regnava nel silenzio)'에서 눈부신 선율을 보여줬다. 불같이 타오르는 사랑에 황홀해 하는 소녀의 감성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한은혜는 바리톤 최병혁과 화음을 맞춰 '소름 끼치는 창백한 빛이 내 얼굴에 비치네(Il  pallor funesto orrendo)' 등도 연주해 많은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소프라노 박지현과 메조소프라노 김보혜가 '안나 볼레나'에 나오는 '제 마음속을 보고 계시는 주님'을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강희갑

영국왕 헨리 8세와 두번째 왕비 앤 블린의 비극적 스토리에서 모티브를 따온 '안나 볼레나'는 소프라노 박지현과 박상희가 번갈아 맡았다. 

박지현은 불륜죄 누명을 쓰고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안나 볼레나가 사형 집행자를 기다리며 부르는 ‘내가 태어난 아름다운 성으로(Al dolce guidami)'를 연주했고, 메조소프라노 김보혜와는 '제 마음속을 보고 계시는 주님(Dio che mi vedi in core)'을 선사했다. 

소프라노 박상희와 테너 이상준이 '안나 볼레나'에 나오는 '이제 곧 저는'을 노래하고 있다. /사진제공=강희갑

박상희는 테너 이상준·베이스 양석진과 함께 '이제 곧 저는(Saro fra poco innanzi)를, 그리고 테너 이성준·테너 김성천·바리톤 이용찬·베이스 양석진과과 '내 손에 떨어지는 그의 눈물(Io sentii sulla mia mano)'을 노래했다.

소프라노 오희진과 메조소프라노 김하늘이 '나비부인'에 나오는 '벚꽃나무의 가지를 흔들어라'를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강희갑

마지막 오페라는 열다섯살 게이샤 초초상과 미국 해군 장교 핑커튼의 이야기를 다룬 '나비부인'이 장식했다. 소프라노 오희진이 비련의 히로인으로 변신해 ‘어느 갠 날(Un bel di)’을 부르자 모두 뭉클했고 오희진은 자기도 모르게 울컥했다. 노래가 끝난 뒤 두눈을 적신 촉촉한 물기를 두어차례 훔치기도 했다. 그는 메조소프라노 김하늘과 '벚꽃나무의 가지를 흔들어라(Scuoti quella fronda di ciliegio)'에서 멋진 화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소프라노 김유섬과 테너 김중일이 '나비부인'에 나오는 사랑의 이중창 '저녁이 온다네'를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강희갑

소프라노 김유섬은 드라마틱 연기까지 곁들여 환호를 받았다. 나비부인이 자결하기 위해 자기 목에 칼을 들이대는 순간 어린 아들이 들어온다. 힘없이 바닥에 칼을 떨어뜨린 주인공은 달려오는 아기와 포옹한다. 깊이 끌어 안으며 애절한 아리아 '너냐? 너냐? 내 작은 수호신이여(Tu? tu? piccolo lddio)'를 부른다. 아기를 떼어 놓고 병풍 뒤로 간 나비부인은 결국 목숨을 끊는다. 김유섬은 노래가 끝났지만 오랫동안 일어 서지 못했다. 부르는 사람, 보는 사람 모두 감동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했다. 또 김유섬은 테너 김중일과 사랑의 이중창인 '저녁이 온다네(Viene la sera)'를, 바리톤 최병혁과는 '지금 우리에게(Ora noi)'를 연주했다.

지휘자 양진모와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강희갑
연출을 맡은 안주은이 직접 해설을 곁들여 초보자들이 오페라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줬다. /사진제공=강희갑

이날 양진모가 지휘하는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출연 성악가 15명과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메트오페라단합창단도 힘을 보탰는데 특히 '나비부인'에 나오는 '허밍 코러스(Coro a bocca chiusa)'는 깊은 여운을 안겨줬다. 연출을 맡은 안주은은 직접 해설자로 나서 초보자들이 오페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줬다.

라벨라오페라단은 이번 '그랜드 갈라 1탄-격정'에 이어 10월 12일(롯데콘서트홀)에 '베르디와 바그너 오페라', 12월5일(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오페라 속 춤과 노래'를 주제로 올해 모두 세차례의 갈라를 연다.

민병무 기자 joshuamin@nate.com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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