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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장길 칼럼] 남북정상회담의 어젠다가 궁금하다

기사승인 2018.09.14  08: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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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안보를 다룰 중요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이 다음주에 평양에서 열리는데도 그 의제와 대책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한반도의 안보를 다룰 중요한 남북정상회담이 다음주에 평양에서 열리는데도 그 의제와 대책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내밀 제안은 무엇인지, 북측의 요구를 어떻게 수용할지, 남북이 공유할 수준은 어디까지인지 등 그 큰 그림이 국민들은 궁금하다. 회담의 경위와 의미에 관해서는 떠들썩하지만 정작 실질적인 논의 내용은 청와대 안에만 숨겨져 있어서 그렇다. 

협상과 타협을 위해 전략상 구체적인 방책은 비공개로 한다손 치더라도 나라의 기본에 해당되는 방향과 입장은 국민들에게 분명히 알려야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국가인 만큼 국기(國基)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친다면 당연히 민의의 수렴과 국민의 동의, 충분한 설명의 절차를 밟아야 옳다. 국가의 기본은 주권재민과 국민동의, 국민의 알권리를 명확히 규정한 헌법정신에 준해서만  재구성되고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제1, 2차 남북정상회담 때도 그러한 노력은 미미했다. 회담 진행은 요란하게 홍보됐지만 더 중요한 본질적인 의제는 공개적으로 논의되지 않았고, 회담 후에야 비로서 국민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한 결과가 발표됐다. 안보문제는 정권의 독점사안이 아니라는 대원칙을 소흘히 한 것이다. 판문점 합의에 포함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전환, 남북철도사업과 가스관 건설 등은 광의로는 대통령의 통치행위의 한계를 넘어 국가의 틀과  관련된 문제며, 주한미군철수와 같은 폭약이 숨어있음에도 국민들은 구경만 한 것이다. 여권도, 야권도 결과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기만 했지 그 영향과 미래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벌이지는 않았다. 

안보문제 등 중요한 국사를 국민과 소통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엄중한 선택이나 찬반이 극명하게 갈린 경우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도 있고,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 토론과 표결을 거칠 수도 있다. 사안에 따라서는 공개, 또는 비공개로 의회에 보고하거나, 의회의 공식 채널이나 정당대표들의 접촉을 통해서라도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국민의 의사에 거스르지 않게 여과되고, 또는 좋은 방안이 추가될 수 있으며, 정통성을 얻게된다. 야권은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을 압박하는 청와대가 국회 외교위에도 정상회담에 관해 한 번도 보고한 일이 없다고 비난하고 있다(나경원, 정병국 의원 등이 KBS -TV토론 등에서). 

남북문제는 황급하게 서두를 일이 아니다. 전쟁이 일어날 긴급한 상황이야 급히 막아야 하겠지만 70여 년을 싸워온 적대관계를 일거에 해소한다는 발상부터 너무 성급하다. 차분하게 기본적인 입장과 전략을 세워놓고, 그 흔들리지 않는 원칙과 프레임 아래에서 차근차근 구체적인 접근이 이뤄지면 상대에게 휘둘릴 리도 없고 속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남북대화에 임하는 정부의 대처에는 성과에 치우친 나머지 앞으로 남북문제를 풀어나갈 근본 어젠다와 비전이 부각되지 않았다는 인상이 짙다.

남북문제에서 북핵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가장 엄중한 현안이 되어있다. 그러나 북핵이 해결된다고 해서 모두 풀리는 것은 아니다. 한반도 평화정착은 그보다 더 어렵고 포괄적이며, 그 위에는 동북아의 세력판도 문제가 짓누르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통일의 방법이 난제로 도사리고 있다. 이러한 상위의 과제를 아우르는 원대하고도 정교한 방책을 청사진으로 그려놓고 협상의 대국적인 포석을 두는 자세로 나아가야 승산이 있다.  

물론 북핵을 푸는 과정에서 한반도 평화 정착 방안이 함께 논의되는 것은 다행이다. 오랫동안 막혔던 남북대화와 미북접촉이 이뤄진 일은 누구도 과소평가할 수 없는 큰 성과다. 앞으로 한반도의 역사를 바꿀 커다란 변화의 물꼬를 틀 가능성도 열렸다.  그러나 그것이 북핵에 올인한 결과물이고, 북핵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우리의 지위가 북한과 미국에 밀린 역효과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남북문제가 당사국인 한국보다 미국에 의해 주도된 현실과 지도자급 정치인 개인들에게 좌우된 점, 평화와 통일이라는 보다 큰 그림을 딛고 견고하게 움직이지 않은 사실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타협과 협상에서 희생과 양보를 엄격히 떼어놓을 수는 없다. 양보에는 상당한 희생도 일어나기 마련이고, 희생은 양보를 얻어내는 방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한쪽이 심대한 희생을 강요당하는 양보는 타협이 아니다. 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보는 국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러한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음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 남북철도사업에도 정부가 발표한 4000여억원보다 더 많은 수조 원이 들 것이라는 주장도 있고, 미국 등 국제사회의 규제를 어기는 일을 벌이지 않을까, 미북사이의 메신저에 그치지 않을까, 무슨 이면 합의는 없을까, 노무현 정권 때 합의한 서해개발 등을 소생시키지 않을까, 막대한 북핵 폐기 대가의 보상에 합의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대통령은 그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씼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김대중 대통령의 불법자금 북한유입 의혹과 노무현 대통령의 녹취록 파문 같은 국가에 유익하지 않은 소모성 논란을 부를지 모른다.

북핵문제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을 연결해준 문재인 대통령의 중간자 역할은 평가받아야 한다. 북한을 더욱 압박해서 승복하도록 했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한반도에서 정밀타격이라도 이뤄지지 않은 것은 일종의 전쟁 억지여서 소극적이나마 평화의 발걸음이다. 문 대통령의 그런 노력이 결실을 맺으려면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한국의 민주주의 기본노선에 충실해야 하고, 불편부당하게 정치를 펴서 진영논리로 일어나는 국내의 저항을 불식해야 한다. 야권을 제대로 포용하지 못한 채 국민의 저항을 운위하면서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을 압박하는 것도 순서가 틀렸다. 국회와 정당이 국민의 대의기관이며, 국민의사가 집결되는 곳인 데도 비서실장을 통해 정상회담에 동행하도록 연거퍼 요구하는 것도 사리에 맞지 않는다. 행정부의 의회에 대한 오만으로 비칠 수 있다.

국민과의 소통은 홍보와 이벤트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과  충실한 내용으로 감동을 준다. 불행한 계층도 중요하고 지지집단도 다독여야 하겠지만, 대통령은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국가를 경영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특히 남북문제는 이념에 경도돼 있는 세력에 둘러싸이면 나라의 명운에 부정적인 영향을 크게 미치게 된다. 통일은 자유민주주의 체재가 주도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에 빈틈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에 임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이러한 국민의 소리를 한 쪽의 주장으로 치부하거나 정쟁이라고 가볍게 일축하지 말고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양보만 하는 입장이 아니고, 트럼프도 김정은도 무시하지 않고 존중하는 엄중한 파트너가 될 때 한국의 위상도 덩달아 높아질 것이다.                                

송장길(언론인·수필가) womaneconom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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