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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바그너도 '원더풀'···9명의 아리아 향연 10월 수놓다

기사승인 2018.10.15  15: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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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벨라오페라단 그랜드갈라 2탄 성황...김성혜·강혜명·이미경·박경준·박대용 등 열창

라벨라오페라단의 '그랜드갈라 2탄-베르디 vs 바그너'가 12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가운데 모든 출연진이 앙코르 피날레곡으로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의 '축배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라벨라오페라단
소프라노 김성혜와 바라톤 박경준이 베르디의 '리골레토'에 나오는 4중창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그대'를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라벨라오페라단

아름답고 순진한 처녀 질다는 교회에서 천하의 바람둥이 만토바 공작을 만난다. 여자 후리기가 특기인 사내의 실체를 모른채 그만 홀딱 반한다. "전 학생입니다. 이름은 괄티에르 말데라고 합니다."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쏟아내며 수작을 건다. 세상 물정 모르는 여자는 100전 100승 작업남에게 걸려든다. 이게 그의 진짜 이름이라고 믿는다. 아 어쩌나, 이미 찾아온 사랑의 열병을 피할수가 없다. 

집으로 돌아온 질다의 머리 속엔 온통 그 사람 생각뿐이다. 소프라노 김성혜가 질다로 변신해 ‘그리운 이름이여(Caro nome)’를 부르자 콘서트홀은 소리없는 탄성이 쏟아졌다.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에 나오는 가장 유명한 아리아 중 하나다. 그와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듯 노래한다.

오케스트라 선율에 살짝 살짝 얹혀진 목소리는 미묘한 심리변화를 기막히게 표현했다. 하얀 도화지같은 질다의 마음이 핑크빛으로 물들어가는 모습이 훤히 보인다. 섬세한 감성을 이렇게 고스란히 담을수 있음이 놀랍다. 크레센도에서 디크레센도로 자연스럽게 전환해 음을 여리게 끌며 마무리하는 '메사 디 보체(messa di voce)'의 기교가 눈부시다. 고음을 매우 약하게 끝내는 피아니시모(pianissimo) 또한 빛났다. 노래의 황홀함이 10월의 멋진 날을 만들었다.

김성혜, 강혜명, 김현경, 이미경, 김소영 다섯명의 디바와 박경준, 박대용, 김중일, 이현종 네명의 디보가 못잊을 가을밤을 수놓았다. 

12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라벨라오페라단 그랜드갈라 2탄-베르디 vs 바그너’는 정상급 성악가 9명이 펼쳐놓은 풍성한 노래 선물세트였다. 

19세기 오페라를 대표하는 베르디와 바그너. 두 작곡가는 동갑내기 라이벌이었지만 전혀 다른 스타일의 작품을 선보였다. 이번 콘서트는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가면무도회' '리골레토' '일 트로바토레' '나부코' '아이다', 바그너의 '탄호이저' '발퀴레' '로엔그린' '트리스탄과 이졸데' '신들의 황혼'에서 뽑은 대표곡을 선보이는 갈라 콘서트지만 드라마틱했다. 가수들이 뿜어내는 소리는 한마디로 ‘액팅 보이스’였다. 목소리 그 자체가 실제 연기하는 듯 실감났다. 베르디와 바그너가 살아 있었다면 "원더풀"을 외쳤으리라.

소프라노 강혜명이 ‘일 트로바토레’의 레오노라를 맡아 '조용한 것은 밤이라네’를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라벨라오페라단

소프라노 강혜명은 ‘일 트로바토레’의 레오노라를 맡아 '조용한 것은 밤이라네(Tacea la note placida)’를 불렀다. 왕비의 시녀 레오노라는 얼마전부터 자신을 향해 세레나데를 부르고 있는 음유시인 만리코를 기다린다. 레오노라의 가슴에 사랑이 찾아온 것이다. 자신의 절친 이네스에게 기사들의 시합에서 본 만리코와 만나게 됐던 일을 회상하며 부르는 이 아리아는 한편의 영화같았다. 강혜명의 강약 조절은 뛰어났고, 마지막까지 팽팽한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멋진 노래를 선사했다.

소프라노 김현경이 ‘라 트라비아타’에 나오는 '이상해! 아, 그이던가'를 노래하고 있다. /사진제공=라벨라오페라단

소프라노 김현경은 ‘라 트라비아타’에 나오는 '이상해! 아, 그이던가(E strano! Ah, fors’e lui)'를 연주했다. 흥겨운 파티가 모두 끝나고 혼자 남은 자유로운 영혼의 비올레타. 사랑을 믿지 않는 그녀에게 청년 알프레도는 끈질긴 구애를 한다. 그의 고백이 싫지는 않지만 사랑에 빠질까 두렵다. 

‘이상해, 이상하구나(E strano!, e strano!)’라고 중얼거리며 난생 처음 느껴보는 알 수 없는 감정을 조심스럽게 풀어 놓는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자꾸만 그 사람 모습이 떠올라 미칠 것 같다. 금방 눈물이 쏟아질 듯 애잔한 얼굴엔 ‘아, 그이던가(Ah, fors’e lui che l’anima)’라는 잠깐의 기쁨이 번지며 노래를 부른다. 하지만 이내 '미쳤어, 미쳤어(Follie! Follie!)'라며 다시 마음을 고쳐 먹는다. 그리고는 ‘언제나 자유롭게(Sempre libera)’ 살거야라며 설레는 마음을 애써 부정하는 비올레타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메조소프라노 김소영과 테너 김중일이 베르디의 '리골레토'에 나오는 4중창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그대'를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라벨라오페라단

메조소프라노 김소영은 '일 트로바토레'의 늙은 집시여인 아주체나를 맡아 '불꽃은 타오르고(Stride la vampa)'를 선보였다. 아주체나는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 백작의 아이를 화형대의 불속에 던져 넣었다. 그러나 화형 집행이 끝난 뒤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의 아이는 없고 백작의 아이가 옆에 있었다는 내용의 노래다.

소프라노 이미경이 '탄호이저'에 나오는 엘라자베스의 아리아 '그대 고귀한 전당이여'를 노래하고 있다. /사진제공=라벨라오페라단

소프라노 이미경은 '탄호이저'에 나오는 엘라자베스의 아리아 '그대 고귀한 전당이여(Dich, teure halle)'를 노래했다. 미의 여신 베누스와의 육체적 쾌락에 빠져 오랜 나날을 보내던 음유시인 탄호이저는 고향의 아름다운 자연을 떠올리며 그리움에 빠진다. 그 소식을 들은 엘리자베스가 노래의 전당에서 그를 기다리며 부르는 아리아다. 

바리톤 박경준이 '가면무도회'에 나오는 레나토의 아리아 '일어나라, 너의 아들로부터'를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라벨라오페라단

네명의 디보들도 목소리를 뽐냈다. 

바리톤 박경준은 '가면무도회'에 나오는 레나토의 아리아 '일어나라, 너의 아들로부터(Alzati! La, tuo figlio)'를 불렀다. 레나토는 자신의 아내 아멜리아가 자신의 상사이자 친구인 보스턴 총독 리카르도와 사랑하는 사이라는 사실을 알고 아내를 죽이려 한다. 하지만 아들을 보고 싶다는 아멜리아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던 레나토는 그녀를 아들에게 보낸 뒤 벽에 걸린 총독의 초상화를 바라본다. 총독을 바라보던 레나토는 죽어야 할 사람은 아내가 아니라 총독이리는 생각과 함께 그에 대한 증오심을 불태우며 부르는 아리아다. 

바리톤 박대용이 ‘탄호이저’ 중 볼프람의 아리아 '저녁별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라벨라오페라단

바리톤 박대용은 ‘탄호이저’ 중 볼프람의 아리아인 '저녁별의 노래(O du, mein holder Abendstern)'를 불렀다. 순례를 떠난 탄호이저를 용서해 달라고 요청하는 엘리자베스를 바라보며 남몰래 그녀를 짝사랑하는 볼프람이 부르는 아리아다. 엘리자베스의 죽음을 예감한 볼프람은 무거운 마음으로 저녁별이 그녀의 영혼을 편안하게 하늘나라로 인도해 주기기를 기원한다.

테너 김중일은 소프라노 강혜명이 '가면무도회'에 나오는 이중창 '당신과 함께 있겠소'를 노래하고 있다. /사진제공=라벨라오페라단
테너 이현종과 소프라노 이미경이 ‘발퀴레’에 나오는 이중창 '그대는 나의 봄'을 노래하고 있다. /사진제공=라벨라오페라단

남녀 2중창도 눈길을 사로 잡았다. 테너 김중일은 소프라노 강혜명과 호흡을 맞춰 '가면무도회'의 아멜리아와 리카르도의 이중창 '당신과 함께 있겠소(Teco io sto)'를 선보였다. 또 테너 이현종은 ‘발퀴레’의 지그문트 역을 맡아 지글린데로 변신한 소프라노 이미경과 함께 '그대는 나의 봄(Du bist der Lenz)'을 연주했다.

태너 김중일, 바리톤 박경준, 소프라노 김성혜, 메조소프라노 김소영이 '리골레토' 속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그대'를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라벨라오페라단

아름다운 4중창도 선보였다. 김중일(만토바 공작), 박경준(리골레토), 김성혜(질다), 김소영(막달레나)이 '리골레토' 속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그대(Bella figlia dell’amore)'를 불렀다.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메트오페라합창단이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라벨라오페라단

이우진 단장이 이끌고 있는 메트오페라합창단 60여명은 웅장함과 섬세함이 조화를 이룬 합창곡을 선보였다.

‘나부코’의 ‘가라 내 생각이여 황금빛 날개를 타고(Va pensiero)’, ‘일 트로바토레’의 ‘대장간의 합창(Verdi! Le fosche notturne)’, ‘아이다’의 ‘개선행진곡(Marcia troinfale)’  ’탄호이저’의  ‘입당행진곡(Freudig begrüßen wir die edle Halle)’ 등에서 국내 최고 합창단의 역량을 보여줬다.

양진모가 지휘한 프라임필오케스트라의 연주도 빛났다. ‘라 트라비아타’ 1막 전주곡, ‘로엔그린’ 3막 전주곡, ‘트리스탄과 이졸데’ 전주곡, ‘신들의 황혼’ 3막 ‘장송행진곡(Trauermarsch)’을 연주해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연출을 맡은 안주은이 노래 중간중간에 친절하게 곡을 설명해 주고 있다. /사진제공=라벨라오페라단

연출을 맡은 안주은은 노래 중간중간에 곡에 대한 친절한 해설을 곁들여 이해를 도왔다.

한편 라벨라오페라단은 오는 12월 5일(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그랜드갈라 3탄-오페라 속 춤과 노래'를 선보인다.

민병무 기자 joshuamin@nate.com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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