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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정 은퇴가수" 모든 오페라인 현실문제 해결 한국오페라인협회 출범

기사승인 2018.11.12  10: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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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대이사장에 김향란 국민대 교수 선임...'현역 성악가 사령탑' 뽑아 변화 갈망 의지 표현

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4층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오페라인협회 창립총회에서 초대이사장으로 선임된 김향란 국민대 교수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4층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오페라인협회 창립총회에서 초대이사장으로 선임된 김향란 국민대 교수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나는 잠정 은퇴가수다. 내가 너무 사랑하는 노래지만 제자들에겐 노래하며 사는 것을 권할 수가 없다.” "무대미술, 조명, 소품 등 백스테이지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은 30년전이나 지금이나 처우가 똑같다. 티켓값이 당시 만원에서 지금 20만원으로 올랐는데도 현실은 여전히 힘겹다." "자기들 밥그릇만 챙기는 이익단체가 아니라 제 목소리를 내는 압력단체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를 상대로 강력한 파워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성악가·연출가·무대미술가·작곡가·지휘자·합창자 등 오페라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털어놓은 이런 현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오페라인협회'가 공식 출범했다.

또 초대이사장에 소프라노 김향란 국민대 교수가 선임됐다. 오페라 단장 등 특정 단체장이 아닌 무대에서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는 성악가가 이사장에 뽑힌 것은 사실상 '사건'이다. 그만큼 '이번에는 확실하게 뭔가 변해야 한다'는 모든 오페라인의 소망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오페라인들이 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4층 컨퍼런스홀에서 한국오페라인협회 창립총회를 마친 뒤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오페라인들이 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4층 컨퍼런스홀에서 한국오페라인협회 창립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한국오페라인협회는 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4층 컨퍼런스홀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김향란 교수를 초대 이사장으로 뽑았다.

한국오페라인협회는 대한민국 오페라 7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오페라의 현재를 조명하고 성악, 연출, 무대미술, 작곡, 지휘, 합창, 평론 비평 미디어 등 오페라 관련 각 부문 종사자들의 상호 친목과 권익보호·복지증진을 위해 설립됐다. 또한 오페라 예술 발전을 도모해 시장확대와 시스템화·산업화를 통해 한국 오페라가 동북아시아 오페라 허브를 넘어 세계적 공연의 메카로 발돋움하기 위해 창립했다.

특히 한국오페라인협회가 주목받는 이유는 오페라 단장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단장을 포함해 오페라 현장에서 땀 흘리는 모든 숨은 일꾼이 협회의 주인이라는 점이다. 노래하는 성악가부터 망치 들고 세트를 만드는 무대미술가, 천의 얼굴로 변신시켜주는 분장디자이너 등 오페라 현장을 누비는 모든 사람을 아우르는 첫 단체다.

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4층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오페라인협회 창립총회를 마친뒤 초대이사장에 선임된 김향란 국민대 교수(왼쪽에서 세번째)가 동료 성악가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청화 백석대 교수, 이현정 수원대 교수, 김 이사장, 메조소프라노 김소영.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김향란 초대이사장도 "한국오페라인협회는 성악가, 지휘자, 연출자 등 오페라와 관련한 모든 사람을 포함하는 단체다"라며 "누구에게나 활짝 문이 열렸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이사장은 "제가 한국오페라 70주년 기념사업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느낀점이 많다. 각양각색의 현장 의견을 귀담아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이익을 당하는 자리, 말하기 껄끄러운 자리에까지 달려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면 결국 도움이 되는 것을 경험했다"라며 "앞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겠다.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천천히 잘 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오페라인협회는 앞으로 회원들의 권리를 찾아주고 국가에 대해서나 오페라단에 대해서도 항상 '을'의 입장에 설 수 밖에 없는 음악인들의 권익과 복지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가뜩이나 오페라계가 힘든데 또 하나의 협회가 생긴다면 분열을 일으키는 것 아닌가 걱정하는 분들도 있을 거다"라면서 "그러나 후배 음악인들을 위해 봉사라는 마음으로 일한다면 분열이 아니라 서로를 보듬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수길 한양대 성악과 명예교수(전 국립오페라단 단장)가 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4층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오페라인협회 창립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창립총회에 앞서 오페라인 8명이 모두발언을 통해 현재 오페라계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내놓았다. 또 한국오페라인협회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 방향도 제시했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사람은 박수길 한양대 성악과 명예교수(전 국립오페라단 단장). 박 교수는 1962년 창단된 국립오페라단과 1968년 설립된 김자경오페라단이 투톱을 이루며 오페라계를 이끌어온 역사를 간략하게 언급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한국 오페라 역사 중 괄목할 만한 사건은 1998년 김대중정부 때였다. 공공기관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서울시오페라단을 해체시키려고 하자 성악가들이 관료들을 직접 찾아가 반대성명·심포지엄 개최 등 단체행동을 펼쳐 결국 막아냈다. 그때는 모두가 한마음으로 똘똘 뭉쳤는데 지금은 사분오열되는 듯해 안타까웠는데, 이번 한국오페라인협회 창립을 통해 모든 오페라인들이 다시 뭉치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홍승 연출가가 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4층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오페라인협회 창립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마이크를 이어받은 김홍승 연출가는 한국오페라인협회가 오페라인 전체의 이익을 위해 활동해야 함을 강조하고 각자의 입장보다 오페라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 지원을 이끌어 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협회가 앞장서 이탈리아의 테아트르나 독일의 극장들처럼 마을 구석구석에 공연장이 더 많이 들어서 공연이 활성화되도록 힘써 달라"며 “한국오페라인협회 창립이 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늦은 것이 가장 빠를 수도 있다. 서로 반목하지 말고 이해와 협력으로 협조해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탁계석 음악평론가가 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4층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오페라인협회 창립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탁계석 음악평론가는 미리 꼼꼼하게 원고를 준비해 일목요연하게 의견을 밝혔다. 그는 우리 정부의 행정은 문화행정이며, 그 문화행정은 문화부·문화재단·지원기관이 국가로부터 위임받아 오늘에 이르고 있지만 오페라계는 이런 문화행정의 유역으로부터 너무 벗어나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탁 평론가는 "이 때문에 음악가 개인이 목이 말라 각자의 샘을 파고, 때로는 공동우물을 만들고 있다. 오페라 1, 2세대는 각자의 가산을 팔아 장작을 떼고 아궁이를 피웠지만 그 후손들의 안방은 여전히 차갑고 예술가들은 배가 고프다. 한국오페라인협회 창립은 오페라인들의 목마름과 차가움을 해결해주는 수도요, 중앙난방시스템과 같은 일이다. 물론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는 않는다. 한국오페라 70주년을 맞아 행정 컨트롤타워가 만들어지고, 예술가와 극장, 작품을 아우르는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행정문화가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인오페라인협회는 높은 산을 오르는 겸허한 마음과 유연성, 독창성을 갖고 열린 가슴으로 찌꺼기와 불순물을 반성과 화해로 받아들이는 시스템이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김종섭 '뮤직리뷰' 대표가 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4층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오페라인협회 창립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김종섭 '뮤직리뷰' 대표도 발언대에 섰다. 그는 "지난 9월 약 500여페이지에 달하는 ‘한국오페라70주년사’를 제작하면서 한국오페라 70년 치고 역사자료가 너무 빈약해 아숴웠다"라며 "오페라인의 역사를 후손에게 전하기 위해서도 한국오페라인협회같은 단체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협회의 기능은 두 가지다. '이익단체'와 '압력단체'로서의 역할이다. 현재 오페라 관련 단체뿐만 아니라 음악인 협회 대부분이 이익단체의 성격이 매우 강하다. 정부를 상대로 강력한 메시지와 항의, 음악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은 전무하다"고 진단했다. 김 대표는 “21세기는 유니온, 즉 단체·연맹의 시대다. 성악가, 연출가, 대본가, 무대장치전문가, 오케스트라 단원, 지휘자 등 모든 사람들이 하나가 될 수 있는 '압력단체'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갖춘, 정부와 한판 제대로 붙어 음악인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협회가 될 것을 주문한다"고 피력했다.

최지형 연출가(한국소극장오페라연합회 회장)가 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4층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오페라인협회 창립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최지형 연출가(한국소극장오페라연합회 회장)는 음악계의 문제는 제도적·구조적·복합적이라고 전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대표성을 띈’ 단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성원들의 복지문제가 굉장히 중요한데 연극 등 다른 단체와는 달리 오페라계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최 연출가는 “전국 대학의 성악과가 아직도 100여개 있다. 해마다 약2000명의 졸업생이 배출되는 셈인데 88년부터 95년까지 줄잡아 성악 전공자가 10만명 정도에 이른다. 연극인이나 무용인에 비하면 굉장한 숫자다. 그런데도 복지 사각지대에 있다는 건 큰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오페라인협회는 사회복지 차원에서 모든 음악인을 아우르는 단체가 돼야한다"며 "합창, 지휘, 무대미술 등 모든 분야의 관련자들이 개인 자격으로 회원으로 가입하면, 사실상 노동조합처럼 복지와 권익을 보호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유진 분장디자이너가 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4층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오페라인협회 창립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김자경오페라단 때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줄곧 무대 위 성악가들의 변신을 책임진 구유진 분장디자이너는 예나 지금이나 오페라계는 변화가 없다며 씁쓸해했다. 그는 “연출, 무대미술, 조명, 소품 등 백스테이지에서 고생하는 스태프가 엄청나게 많은데 30년 전의 처우와 지금의 대우가 비슷하다. 당시 티켓값이 만원이었지만 지금은 20만원에 달한다. 그런데도 뒤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대우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바닥'이다. 예전에는 그래도 제자를 키우는 낙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분장도 입찰제로 바뀌어 제자와 경쟁자가 되어 무조건 단가가 낮은 견적을 입찰해야 하는 처지다. 그렇다보니 고도의 기술력이 전수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점을 바로 잡아줄 수 있는 협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희망을 밝혔다.

양진모 지휘자가 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4층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오페라인협회 창립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양진모 지휘자는 한국오페라가 70년 동안 성악가, 스태프 등이 놀라운 발전을 거듭해왔다고 평가했다. 더 놀라운 것은 관 주도의 오페라에서 열정을 가진 민간 중심으로 발전해왔지만 오페라인을 한데 묶을 수 있는 단체를 만드는데는 실패했다고 말했다. 양 지휘자는 “이번 한국오페라인협회는 오페라인 모두가 뭉치고 단결할 수 있는 장이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오페라를 제대로 만들 수 있는 여건과 환경조성을 위해 다양한 의견들이 오가는 토론의 장도 되어야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모든 활동의 뒤에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일반 대중의 관심도 끌어올리는 일을 해야 하는데 이 역시 한국오페라인협회가 다함께 헤쳐나가야 할 이정표의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경종 성악가가 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4층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오페라인협회 창립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끝으로 바리톤 박경종은 성악가를 대변해 열정적인 모두발언을 펼쳤다. 자신은 '잠정 은퇴가수다'라며 '너무 좋은 노래지만 지금은 제자들에게 노래하며 살 것을 권하고 싶지 않을 만큼 성악가의 삶은 거칠다'고 말했다. 박 성악가는 “예전에는 외국에서 활동하는 제자나 친구가 있으면 국내에 들어와서 활동하라고 했지만, 지금은 가능하면 외국 현지에서 그냥 활동하라고 권한다. 또 성악을 전공하는 후배들에게는 차라리 다른 전공을 선택하는게 어떠냐고 조언한다. 제가 즐기고 행복을 느꼈던 오페라를 함께 하자고 말할 수 없는 현실에 참담함을 느낀다. 누가 오페라에 오르든 성공을 하든 음악인들이 오히려 무관심해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 너무 많은 성악인이 무대를 떠나 비성악가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현실을 감안해 한국오페라인협회도 약사협회처럼 강력한 메시지를 정치인들과 정부에게 던질 수 있는 단합된 단체, 그리고 음악인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는 그런 단체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민병무 기자 joshuami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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