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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베이스 미국 대학교수 부부 '한국 여성작곡가의 실력' 12곡으로 보여주다

기사승인 2018.11.30  11:2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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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 성악가 조경화·조원용 '한국 여성들의 목소리' 음반 발매...K클래식 문화대사 역할

소프라노 조경화·베이스 조원용 부부가 한국 여성 작곡가 10명과 함께 힘을 합쳐 만든 '한국 여성들의 목소리' 음반 등을 설명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12곡 모두 ‘엑설런트’입니다. 한국 여성 작곡가들의 실력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도 ‘이렇게 독특하고 아름다운 선율이 도대체 어디에서 왔느냐’며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음반이 세상에 나왔으니 이제부터 많은 사람이 애창하고 애청하는 빅히트 노래로 키워야죠. 저희도 더 열심히 노래해서 힘을 보탤 겁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성악가 부부가 최근 의미 있는 일을 해냈다. 소프라노 조경화와 베이스 조원용이 해외 대학의 연구기금을 받아 한국 여성 작곡가 10명의 창작가곡 음반을 발매한 것. 앨범 타이틀은 코리안 우먼파워가 느껴지는 ‘한국 여성들의 목소리(Korean Women’s Voices)’로 지었다. 

잠시 고국을 방문한 조경화 남플로리다대학교(USF·University of South Florida) 성악과 교수와 조원용 버밍햄앨러배마주립대학교(UAB·University of Alabama at Birmingham) 성악과 교수를 지난 21일 오후 서울 용산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아내 프로젝트에 남편도 기꺼이 동참...두 사람이 직접 가사·설명 등 영어로 번역

먼저 음반 재킷 사진이 한눈에 들어왔다. 산뜻하게 은박이 장식된 빨간 드레스를 입은 조경화 교수가 두 손을 허리에 갖다 대고 활짝 웃고 있다. 조경화 교수가 9곡을, 남편 조원용 교수가 3곡을 불렀다. 한국어로 노래했지만, 미국에서 발매된 까닭에 제목·가사·설명 등은 모두 영어로 되어 있다. 두 사람이 직접 번역해 실었다.

“학교 동료인 아시아 음악 전문가 존 로비슨 박사가 ‘한국 여성 작곡가와 그들의 음악’이라는 책을 냈어요. 충격이었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이 한국 음악, 특히 여성 작곡가의 음악 세계를 이토록 세밀하게 연구했다는 게 ‘쇼크’였어요. 이런 작업은 지금까지 한국 사람도 감히 시도를 못했잖아요. 그래서 부끄러움을 조금이라도 만회하겠다는 생각으로 한국 여성 작곡가들의 가곡을 녹음해 해외에 알리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습니다.”(조경화)

좋은 뜻을 펼치는 데는 ‘실탄’이 필요했다. 어떻게 돈을 마련할까 고민하던 조경화 교수는 남플로리다대학교의 여성 총장이 만든 ‘여성 리더십과 재능기부 재단’에 특별연구기금을 신청했다. 이 기금은 학교에 근무하는 2000여명의 교수 중 해마다 단 1명에게만 지원될 정도로 '바늘구멍'이다. 그만큼 공정하고 엄격하게 심사한다.

간절하면 정말 꿈은 이루어진다. 엄청난 경쟁률을 당당하게 실력으로 뚫었다. 조경화 교수는 “음반을 만들어 세계에 한국음악이 얼마나 훌륭한지 알릴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어필해 최종 선발의 기쁨을 맛봤다.

“다른 좋은 플랜을 제치고 저희가 뽑힌 것은 큰 의미가 있어요. 기금 지원이 더 다양해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전에 기금을 받았던 소재들은 전쟁·내전에서 학대받는 여성, 성폭력에 시달리는 여성, 아프리카 에이즈 감염 여성, 교도소에 갇힌 여성 등을 돕는 프로젝트였어요. 오죽하면 추천서를 써준 예술대학 학장까지도 '아직 한번도 예술대학에서 받은 적이 없다. 솔직히 선발되기 어렵겠다'라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습니다.”(조경화)

이젠 '부창부수(夫唱婦隨)'가 아니라 '부창부수(婦唱夫隨)'다. 부인이 이런 뜻깊은 일을 하는데 남편이 어찌 가만히 보고만 있겠는가. 조원용 교수도 자신이 일하고 있는 대학에 아내의 프로젝트를 알리고 협력자로 일할 수 있도록 연구기금을 신청했다. 공식적으로 든든한 지원군이 합류하면서 단숨에 부부 공동 프로젝트가 됐다.

◆ '별지기' '아버지의 나이' 등 애착...한국적 색채 강해야 세계무대서도 통해

소프라노 조경화·베이스 조원용 부부가 한국 여성 작곡가들의 가곡을 녹음해 해외에 알리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이유를 설명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소프라노 조경화·베이스 조원용 부부가 '한국 여성들의 목소리' 음반을 제작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두 사람은 한국여성작곡가회의 문을 두드렸다. 여성 작곡가의 작품으로만 된 창작가곡 음반을 만들려고 하니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이때가 2016년이다. 여성작곡가회는 화끈하게 밀어줬다. 아예 200여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전국 공모전을 열었고 출품된 수십여곡 중에서 12곡을 뽑았다. 

조원용 교수는 “워낙 훌륭한 응모작이 많아서 솎아내는 데 힘이 들었다"라며 "일단 우리의 목소리와 음역에 맞는 작품을 1차로 추리고, 2차로는 우리가 생각하는 한국 가곡의 위상에 걸맞는 가사와 곡을 골랐다”고 설명했다. 

조원용 교수가 부른 ‘는실타령(경기민요·김미란 곡)’ ‘신뱃노래(탁계석 시·김은혜 곡)’와 조경화 교수가 노래한 ‘정선아라리(강원민요·김은혜 곡)’ 등은 전래민요를 편곡하거나 민요의 음을 차용한 곡들이다. 미국 음악회에서 이 노래를 연주하면 고유한 한국적 색채가 뚜렷이 표현되어 있어 한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엄지척'이다.

두 사람은 원래 한국에서 음반을 출시하려고 했지만 여성작곡가회가 이왕이면 해외에서 먼저 선보이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그래서 방향을 틀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2016년 하반기에 음반이 나왔어야 했지만, 미국 발매에 따른 실무 작업 등이 지연되면서 예상보다 늦게 앨범이 나왔다. 뜻하지 않게 시간이 늘어지기는 했지만 이 덕분에 더 완성도 있는 명품음반이 탄생했다. 

조경화 교수는 특히 ‘별지기(탁계석 시·임준희 곡)’와 ‘아버지의 나이(정호승 시·임경신 곡)’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감성을 적시는 노랫말과 서정적 선율이 잘 어우러져 부를 때마다 감동한다고 밝혔다. 노래가 끝나면 외국인들도 어김없이 ‘원더풀’을 외친다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한번 조용히 눈을 감고 음미해보라며 천천히 가사를 읽어줬다. 한편의 시가 천천히 내게 왔다.

“별을 헤다가 잠이 든 별지기 / 꿈길에서 별 하나 주웠네 / 달님도 숨어버린 캄캄함 밤 / 길 잃고 헤매는 외로운 별 / 자장자장 우리 아기 자장 / 은하수 이불 덮어 주었네 / 별 자장가 불러 주었네 / 해님이 깰 때까지 잠들라고 / 별 자장가 불러 주었네 / 자장자장 우리 아기 자장”

그는 “세상 모든 고요한 아름다움이 ‘별지기’에 들어있다"라며 "자세히 감상하면 전통음계인 ‘궁상각치우’도 들린다”고 해설했다.

조경화 교수는 이어 ‘아버지의 나이’에 대해서도 찬사를 쏟아냈다. 그는 “묵직한 첼로소리가 철렁 울린 후 갑자기 활이 현을 날카롭게 긁어댄다. 그리고는 피아노가 그 뒤를 따른다. 이렇게 도입부가 두근두근 가슴을 때리는 경험은 참 오랜만이다”라며 “이런 아름다운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게 성악가의 큰 기쁨이고 보람이다”며 웃었다. '수선화에게' '기쁨이 슬픔에게' 등과 같은 절창을 쓴 정호승 시인의 담담한 시어도 노래를 빛나게 한다.

“나는 이제 나무에 기댈 줄 알게 되었다 / 나무에 기대어 흐느껴 울 줄 알게 되었다 / 나무의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 / 나무의 그림자가 될 줄 알게 되었다 / 아버지가 왜 나무 그늘을 찾아 / 지게를 내려놓고 물끄러미 / 나를 쳐다 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 나는 이제 강물을 따라 흐를 줄도 알게 되었다 / 강물을 따라 흘러가다가 / 절벽을 휘감아돌 때가 / 가장 찬란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 해질 무렵 / 아버지가 왜 강가에 지게를 내려놓고  / 종아리를 씻고 돌아와 / 내 이름을 한번씩 불러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음반 12번째 트랙에 자리한 사부곡(思父曲)의 첫 소절을 듣자 울컥했다. 아버지가 살아온 혹독한 인고의 세월이 저절로 이해됐다. 그 누구라도 '아버지의 나이'를 끝까지 들었다면 “저예요. 오늘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어요. 어디 편찮으신데는 없으세요”라며 고향에 계신 아버지께 틀림없이 전화를 하리라.

조경화는 목소리의 마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때가 묻지 않은 예쁜 꿀성대를 뽐내다가, 어느 순간 호소력 짙은 매혹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게 바로 팔색조 매력이구나'라는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음색여신의 기교를 마음껏 보여줬다.

음반 해설서를 살펴보니 두 사람의 꼼꼼함이 그대로 나타났다. 노래 가사 아래에 'Jigae : A-frame carrier has been a traditional transportation instrument in Korea for a long time that is still being used today'라고 친절한 설명을 붙여 놓았다. '지게'가 뭔지 모르는 외국인들을 위한 배려다. 

이밖에도 ‘잠시 천년에(김현 시·이상인 곡)’ ‘병상일기(이해인 시·이혜성 곡)’ ‘항구(김남조 시·이영자 곡)’ ‘능소화(노유섭 시·박영란 곡)’ ‘가을이 가네(이길원 시·이복남 곡)’ ‘가을이 오면(이해인 시·김미란 곡)’ ‘그림자로 남은 어머니(박원자 시·이남림 곡)’ 등도 안들으면 후회할 알토란 같은 곡이다.

◆ 중앙 아시아 고려인들의 가곡에도 관심...달라진 한국 가곡의 위상 뿌듯

소프라노 조경화·베이스 조원용 부부가 '한국 여성들의 목소리' 음반에 수록된 '별지기' '아버지의 나이' 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소프라노 조경화·베이스 조원용 부부가 앞으로 카자흐스탄 등 중앙 아시아 고려인들의 가곡에 대해서도 관심을 쏟을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비록 음반은 늦게 나왔지만 여기에 수록된 12곡 알리기 미션은 이미 지난해 초부터 시작됐다. 두 사람은 미국으로 날아온 여성 작곡가 8명(박영란·이복남·이남림·임경신·유호정·이의진·정재은·조사방)과 함께 남플로리다주립대학교에서 국제 교류 콘서트를 개최한 것. 이후에도 두 사람은 꾸준히 창작 가곡을 부르며 한국여성 작곡가의 뛰어난 솜씨를 알리고 있다.

이들 성악가 부부의 빛나는 업적은 또 있다. 그동안 중국 조선족 작곡가들과 꾸준히 교류했고, 그 결과물로 2016년에 ‘조선족 예술 가곡’이라는 음반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정률성의 ‘채벌가’, 류영근의 ‘고향’, 최삼명의 ‘사과배 따는 처녀’, 박서성의 ‘아버지산 어머니강’ 등 가곡 12곡이 수록돼 있다. 조경화의 맑고 아름다운 목소리, 조원용의 깊이 있는 보이스가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조원용 교수는 “저도 한국에서 태어나 스무살 무렵에 캐나다로 이민을 갔기 때문에 조선족 가곡에서 '떠도는 삶'의 고단함을 느낄 수 있었다”라며 “특히 노랫말에 고향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 데 그것은 모든 이민자의 공통적인 감정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국을 떠난 사람들이 겪는 근원적인 아픔을 노래 하나로도 치유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더 조선족 가곡작품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사실상 '한국 문화대사'다. 미국 콘서트에서는 그냥 노래만 하는 게 아니다. 미리 자료를 준비해 노래를 부르기 전 20~30분간 한국문화를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동심초’ ‘그리운 금강산’ ‘보리밭’ 등 부르는 곡의 가사를 영어로 번역해 노래할 때 무대 뒤에 올린다. 미국인들이 쉽게 한국 가곡을 사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이다.

조경화·조원용 교수는 최근 달라진 K클래식 위상에 대해 언급하며 뿌듯해했다. 또 BTS(방탄소년단)·트와이스 등의 아이돌 그룹에 대해서도 고맙다는 말을 덧붙였다. 

“저희가 80~90년대 미국에서 공부할때 한국 가곡을 연주하면 선생님들이 ‘가사 외우기 쉬워서 그 노래를 부르냐’며 핀잔을 주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확 달라졌습니다. 2000년 들어 한국 음악이 세계에서도 통하면서 지금은 대우를 해주고 있어요. 동양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트렌드도 분위기를 바꾸는데 한몫했죠. 최근엔 ‘너희들 한국 성악가 아니냐. 왜 한국 노래 안해’라며 적극적으로 불러달라고 요청을 해요. 특히 민요를 편곡한 곡이나 한국적인 요소가 들어간 음악을 연주하면 훨씬 더 좋아해요. 그리고 'BTS' '블랙핑크' '트와이스' 등 아이돌 그룹에게도 감사해요. 요즘 K팝이 뜨면서 특히 미국인 제자들이 한국 가곡 알려달라고 아우성이에요. 솔직히 가르칠맛 납니다.”

두 사람의 눈은 벌써 세계로 향해 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할 땐 눈빛이 더 초롱초롱했고 목소리도 더 카랑카랑했다. 조경화·조원용 교수의 내일을 응원하는 일은 K클래식의 미래를 돕는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한국 여성 작곡가들의 뛰어난 능력과 예술성이 집약된 음반을 냈으니 앞으로 여성의 권익 신장에도 힘을 보태야죠. 또 그냥 단순히 성악을 가르치고 노래하는 사람이 아니라 한국의 예술을 알리는 K컬처 알림이 활동도 열심히 할겁니다. 그리고 카자흐스탄 등 중앙 아시아에 흩어져 있는 고려인들의 가곡에도 관심을 쏟고 있어요. 1탄이 한국 여성 작곡가의 가곡, 2탄이 중국 조선족 동포의 가곡이었다면 3탄은 중앙 아시아 고려인들의 가곡입니다."

민병무 기자 joshuami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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