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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장길 칼럼] 국민소득 3만 불 시대의 명제 

기사승인 2018.12.18  13:3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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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새해에 드디어 고대하던 1인당 국민총소득(GNI) 3만 불 시대에 접어든다. 2만 불을 넘은지 12년 만이며, OECD 회원국 중 24번째이다. 1960년 80여 불에서 58년 만에 375배로 늘었으니 세계적인 기록이고, 기적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7년 IMF 사태와 2007년 국제금융위기만 아니었으면 더 일렀을지 모른다. 또 국내의 정치적 불안정과 성장정책의 후퇴가 없었더라면 더 당겨졌지 싶다.

스위스는 일찌기 1987년에, 그리고 일본과 미국, 일부 유럽 국가들은 1990년 대에 이미 3만 불을 넘어섰고,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의 선진국들은 2천 년 대에 달성했다. 2016년 IMF 자료로는 룩셈부르크는 10만 불 이상을 보였고, 스위스와 카타르, 노르웨이 등은 6만 불을 넘었다. 미국과 아이슬랜드, 아일랜드, 덴마크, 싱가포르, 호주, 스웨덴 등은 5만 불 이상이며, 산마리노, 아일랜드, 네델랜드, 영국, 캐나다, 오스트리아, 핀란드, 홍콩, 독일, 벨기에 등은 4만 불을 웃돈다.

한국은 아직도 따라갈 대상이 많다. 3만 불 이상인 나라들은 프랑스와 뉴질랜드, 이스라엘, UAE, 일본, EU, 쿠웨이트, 이탈리아, 브루나이 등으로서 한국을 조금 앞서고 있다. 북한은 1,327불에 불과해 한국의 1/20도 안 된다.

평생 경제계에 종사하는 한 친구에게 3만 불 시대를 물었더니 "추운 겨울에 멀리 양지에 비치는 엷은 햇빛"이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뜻이리라. 기뻐하지 않고 시큰둥하는 이유로 세 가지를 꼽을 수 있겠다.

첫째는 너무 늦게 찾아온 지각이다. 어떻게든 1970년 대, 80년 대, 90년대 전반 같이 나라의 높은 성장동력의 파이를 키웠다면 2000년 대 초반에 이미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었을까? 싯점이야 꼭 특정할 필요가 있으랴마는 한 참이나 늦음으로서 중국 등 후발 주자들의 추격을 따돌리지 못해 오늘날처럼 어려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도 추격할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도 든다.

둘째는 현재의 경제 상황이 매우 어둡다는 점이다. IMF는 내년의 성장률을 올해보다 더 낮은 2.5%로 전망했고, 2.3%까지 내려잡는 예상도 있다. 2.3%이면 일종의 경제적 추락이다. 2020년의 잠정 성장률이 1%까지 떨어진다는 예측도 있다. 수출주도형인 한국을 견인하던 삼성의 반도체와 핸드 폰도 전망이 밝지 않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고, 자동차, 조선, 철강, 화학 등도 고전하고 있다. 중.소업체들은 심각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고, 실업률도 늘어나고 있으며, 종합산업인 건설도 부동산 시장이 얼어 위축을 걱정한다. 3분기 건설투자는 -6.7%로 외환위기 후 최저이다.

여기에 정부는 정권 초기의 정책에 밀려 에너지 정책의 혼선,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 시간제 단축의 후유증, 노동시장의 경직화를 풀어갈 의지를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 이미 많은 문제를 들어낸 탈원전과 소득주도성장, 대기업 압박 등이 여전히 고래 힘줄처럼 질기고, 대기업을 옥죄는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들의 입김도 그악스럽다. 

현대경제연구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0.9%가 내년의 경제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첫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내년에 일부 경제정책의 성과가 나올 것으로 낙관했다. 대통령은 최근 경제활성화를 강조하기 시작하지만, 기본의 수정없는 당부와 현장지도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세번째는 선진형 사회-문화적 토양의 미숙이다. 3만 불 시대를 제대로 향유하려면 그만큼 시민의식이 높아져야 하며, 사회의 규범과 행위양식이 건전하게 깔려 있어야 한다. 선진국에서 체감하는 세련미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서로 부딪히지 않고 존중해야 세상은 조화롭게 굴러갈 수 있다. 한국인들의 행복지수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임은 다분히 사회-문화적 정체성에서 빚어지는 갈등과 ,충돌, 좌절의 현상으로 보인다.

정치는 정책으로 건전하게 경쟁하려기보다 마치 사활을 건 전쟁을 하듯 진흙탕 싸움을 벌인다. 죽여야 산다는 듯한 여야 간의 대결은 비수를 품은 거친 언어가 되어 대중매체를 통해 세상에 범람하므로서 사회 전체를 싸움판으로 만든다. 극단적인 공격성 어휘들에 절은 한국사회는 어디를 가나 지나치게 예민하고 까칠하다. 한국은 전직 대통령을 두 명씩이나 구속했는데 미국은 전직 대통령의 사망에 공휴일을 선포하고 조기를 달았다.

학교에서는 전교조가 점조직으로 숨어서 도덕과 윤리 대신에 이념 주입에 더 치중하고, 학부형들은 제 자식 편든다고 교직자들을 닦아세운다. 철없는 학생들은 교사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동료 학생들을 왕따시키면서 폭행한다.

자기들이 정권을 세웠다고 주장하는 민노총은 노사정 협의체에 참여하기를 거부하면서 관련기관 사무실을 점령해 폭력을 휘두르기도 하고, 회원 가입을 강요하며 강압적으로 투쟁에 참여하도록 블랙 리스트까지 만든다. 기업체 안에서도 노조에 거슬리면 심각한 불이익이 돌아오는 사회가 됐으니 기업들이 움츠릴 수밖에 없다. 이 모든 곤궁은 줄기를 따라가 보면 정치의 후진성과 연관이 있다.

친북 혁명을 모의하다가 복역 중인 인물을 석방하라는 구호가 백주에 거리를 떠돌고, 북한 지도자를 칭송하는 움직임과 주장이 여과없이 공공방송의 전파를 탄다.

3만 불 시대에 대한민국호는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일본과 프랑스, 스페인, 그리스, 베네주엘라,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은 한 때 높았던 GNI의 현저한 감소를 겪었다. 한국도 자칫 정치인들이 포퓰리즘이나 진영논리에 계속 빠져있다면 그꼴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 꼭대기에 올라 서 있다. 국제경제의 환경은 더 날카로워져 가고, 국내의 기업 풍토도 가시밭길이다. 위기대처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희망을 찾아야 한다. 희망은 이기주의와 아집을 버려야 보인다. 여권은 진영논리와 공약에서 자유로워야 창의가 나오며, 타협에 의한 통합에 접근할 수 있다. 공약에 천착하든가, 문제성을 고집하면 정치와 정책의 반경은 좁아지기 마련이다. 공약과 지론도 국민과 국가를 위한 것들이지 않았나? 여론을 수렴해서 변신할 줄 알아야 포용력과 정치력이 커진다.

엄중한 국정의 운영에서 꼼수나 가림도 독약이다. 잘못은 시인하고 고칠 줄 알아야 진보의 가치와 부합한다. 진영밖에서 의심하는 여러가지 일들은 언제라도 지진이 돼 강타할 여지가 있다. 이재명 경기 지사와 김경수 경남 지사도 법률적인 판결에 관계없이 정치 도의상 겸허한 처신을 보여야 맞다. 적폐청산이라는 명분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법행위도 더 투명하고도 공정하게 이뤄져야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다. 숨겨진 의도와 가짜는 결국 국민과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됨을 새겨야 한다. 

야권도 이제는 무기력을 훌훌 털고 대안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춰나갈 때다. 활기차게 정책을 내놓든, 견제의 싸움닭이 되든 국민과 국가만을 바라보며 배전의 힘을 발휘해야 한다. 특정인을 위한 정치, 건전한 비판이 아니라 식상한 공격으로는 다중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 야권의 취약함은 곧 여권의 실족으로 이어지는 만큼 곧게 일어서야 국민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다. 정권까지 내준 계파갈등, 분파작용을 청산하고 서로의 과오를 인정하면서 정책으로 승부를 내야 한다. 그것이 한국 보수의 품격이다. 지금까지 분명히 밝혀진 부분에 대해서는 통렬한 사과를 하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국민들이 다시 바라보지 않겠는가. 악취를 풍기는 구악들은 이제 제발 정계에서 물러나고, 신선한 세대들에게 자리를 비워줘야 할 계절이다. 

정치가 맑아져야 사회가 밝아지고, 정치가 건전해야 사회가 품위를 찾는다. 정치가 서로 존중해야 사회가 예의를 차리게 되고, 정치가 온화해야 사회가 따듯해진다. 그만큼 정치는 영향력이 크고 나라를 이끌어갈 위치에 있다. 역으로 국민은 집단이기주의를 버리고 건강한 판단으로 훌륭한 정치인과 정책을 지지해야 바람직한 정치를 유도할 수 있다. 

건실한 정치와 상식이 가득한 사회, 그안에서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는 국민들이 세상의 보람이다. 그보람을 딛고 힘을 모아 치열하게 정진할 때 국민소득은 날로 더 성장할 것이다. 

송장길(언론인·수필가) womaneconom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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